조선시대 관현맹인 연주 재현한다
조선시대 관현맹인 연주 재현한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04.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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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내연에서 시각장애인 악사에 연주 기회 제공…장애인 날 맞아 공연

 

조선시대 궁중에는 관현맹인’(管絃盲人)이라는 시각장애인 악사들이 있었다. 이들은 음악기관인 장악원(掌樂院)에 소속되어 궁궐 안 왕비나 공주를 위한 연회인 내연(內宴)에서 음악을 연주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시각장애인 악사는 앞을 볼 수 없어도 소리를 살필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관직과 녹봉을 내렸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조선 시대 궁중의 악사 대부분이 남자였다. 다만 관현맹인과 여자 악사인 여악(女樂)이 존재했는데, 왕비나 공주 등 여인이 참여하는 내연에 이들이 연주하고 춤과 노래를 불렀다. 남녀유별(男女有別)을 강조하는 유교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제도다.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은 고종 때까지 이어졌다.

 

2021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세종의 뜰에서 놀다’ 공연 모습 /문화재청
2021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세종의 뜰에서 놀다’ 공연 모습 /문화재청

 

경복궁관리소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가 4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당일 오후 3시 경복궁 내 집경당에서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경복궁 특별기획공연 ‘33색 세종의 봄을 품다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 해에 이어 경복궁에서 열리는 두 번째 장애인 예술단 공연이다. 600년 전 시각장애인 악사들에게 관직과 녹봉을 주고 궁중악사로서 연주하게 했던 관현맹인(管絃盲人) 제도의 전통을 기리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33(33)’인데, 거문고, 대금, 단소 연주자 3인방이 펼치는 무대를 뜻한다. 담담하면서도 유수(流水)와 같은 멋이 있는 우락(羽樂),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여는 맑은 비를 표현하는 청우(淸雨) 그리고 노곤한 봄날의 졸음을 뜻하는 춘면곡(春眠曲) 등 봄기운을 담은 품격 있는 국악공연이 해설과 함께 펼쳐진다. 세상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정악합주곡 천년만세도 연주된다.

관람객들이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서로 소통하며 국악공연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소규모 봄맞이 실내공연으로 기획되었다. 또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공연실황을 영상으로 담아 520일부터 문화재청과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유튜브에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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