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추억여행’이 던지는 잔잔한 울림
조병수의 ‘추억여행’이 던지는 잔잔한 울림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5.06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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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과 뉴욕에 주재하며 느낀 소회를 비롯해 직장과 인생 경험을 정리

 

그의 추억은 1983년말 처음으로 국제선 항공기를 타고 영국으로 가던 것으로 시작된다. 30대 초반의 은행원 조병수씨는 런던 근무 발령을 받고 아내와 갓 돌을 지낸 딸과 함께 대한항공을 탔다.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라곤 몇 년전 제주도 신혼여행을 간다고 비행기에 올라 안전벨트만 매고 있다가 태풍 때문에 출발도 못하고 내린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그가 가족과 함께 국제선을 탔다. 그때의 일을 그는 생생하게 기억해 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너댓 시간 꼼짝 못하고 기다리던 일, 파리 공항에 내려 한국사람을 만났는데 낮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반공교육 탓에 반갑게 대하기는커녕 피하던 일이 그의 추억담 첫머리를 장식했다.

 

프리랜서 에세이이스트 조병수씨가 62편의 에피소드를 담아 추억여행’(자연과 사람)이란 에세이집을 냈다.

그는 은행원으로 반평생을 보내고 은퇴를 한 후 그동안 세월이 남겨준 감사한 일들과 기억들을 반추하다가 해외주재원 시절의 일화들과 스스로 부족했던 점들을 정리해 한권의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했다.

부제는 어느 우물 안 개구리의 여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던 시절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바깥세상을 모르는 젊은 은행원이 영국 땅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 해외문화 적응 분투기를 소환했다.

그 스토리의 하나가 파이어 보글보글이다. 런던 근교에 피크닉을 가기 위해 아내가 코펠을 사러 상점에 들러 코펠 있나요물었더니 주인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래서 손짓을 하며 파이어 보글보글이라 했더니 주인이 알아듣더라는 것이다. 코펠은 한국에서만 쓰는 국적불명의 단어인데, 서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아 순발력으로 의사를 소통했다는 일화였다.

 

조병수씨는 런던에 근무한 후 서울 본사에 돌아왔다가 뉴욕에 나갔다. 그는 세계 금융중심지 두 곳에 주재하면서 경험한 외국인들의 생활상, 국제금융 관행 등에 대한 소회를 적었다. 게다가 직장인의 자세와 사회상, 삶과 가족에 대한 단상, 은퇴 후 배움으로 가득 찬 여정들도 정리했다.

그는 평상시에 틈틈이 생각한 내용들을 메모하게 되었고, 그런 것들을 시간을 내서 다시 정리하게 되었고 했다.

 

20155월 그는 가족과 함께 런던을 다시 방문했다. 런던에 첫발을 디딘지 32년만이다. 그는 런던에서 34개월 근무했다. 30대 초 청춘을 보냈던 런던을 방문하면서 그는 추억을 답사하는 여행을 했다.

30년만에 다시 가본 런던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히스로 공항의 회전교차로부터 바뀌어 익숙하던 길이 헷갈렸다. 그 사이에 런던에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거리나 주택가의 차량이 고급스러워졌고 대형화되었다. 그는 특히 런던의 음식이 30년 사이에 맛있어 졌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30년전에 살던 집을 가 보았다. 그와 가족들은 30년전의 이웃을 함께 만나는 감동을 맛보았다.

그는 당시 추억여행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인연들이 스쳐 지나갔다. 좋은 인연, 나쁜 인연, 그리고 지금도 내 주변에서 같이 인생을 나누며 살아가는 많은 인연들이 있다. 흘러가는 어느 인연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소중한 만남들이란 것을 새삼 되새기게 만들어준 추억 여행이었다.”

 

그는 제대로 글 쓰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에세이에서는 이국의 문화와 생활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의 법칙을 배워나가던 시절부터의 인생 역정을 통한 경험과 생각들이 파노라마처럼 묘사되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과 추억들이 잔잔하게 울리는 책이다.

 

조병수의 ‘추억여행’ 표지 /네이버 책
조병수의 ‘추억여행’ 표지 /네이버 책

 

<조병수씨는?>

송경(松慶)이란 호를 갖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우리은행(전 한국상업은행)에 입행하여 지점장, 비서실장, 미국지역본부장 등을 거치고 성동산업마산조선소 부회장, 대한시멘트감사 등을 역임했다. 뉴욕 소재 한미 상호 이해·협력 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KOREA SOCIETY 이사, 국내의 ()지역경제진흥원 이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은퇴 후에 한국방송통신대학(영어영문학과),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프리랜서 에세이스트로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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