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의 임계점…루나·테라 무한정 갈수 없었다
폰지의 임계점…루나·테라 무한정 갈수 없었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5.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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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유입 끊어지면 가격 유지 불가능…담보 없는 금융의 위험성

 

열흘전쯤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CEO가 미국의 가상통화 투자 채널에 출연해 앞으로 코인회사의 95%가 죽을 것이라며, ”그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다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로부터 9일후 권씨가 운영하는 코인의 가치는 99% 곤두박질쳤고, 그의 코인 루나는 13일 오전 가상자산 거래시장인 바이낸스에서 상장폐지되어 거래가 중단되었다. (Watcher.Guru의 트위터)

이 열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권씨는 미국 투자채널에 나와 큰소리칠 정도로 자신의 코인이 그렇게 무너질줄 몰랐던 것 같다. 그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지난 며칠간 UST 디페깅(depegging)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과 직원, 친구, 가족과 전화를 했다내 발명품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사과했다.

 

권도형 대표의 인터뷰 /Watcher.Guru의 트위터
권도형 대표의 인터뷰 /Watcher.Guru의 트위터

 

한국인 엔지니어 권도형씨(31)가 개발한 코인이 루나(Luna)와 테라(Terra). 테라는 코인 하나가 미국 1달러(US%)와 동일하게 교환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다. 루나는 테라의 자매 코인으로 테라와의 거래를 통해 테라의 가치를 지지하는 용도로 발행되었다.

이들이 개념은 탈중앙화, 즉 중앙은행에서 벗아난 통화라는 가상화폐의 전제 조건에서부터 틀렸다. 미국 달러화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컨트롤하는데, 그 가치에 고정(peg)시킨 가상통화(테라)를 탈중앙화라고 한 것부터 논리적 모순이다.

다른 스테이블코인은 현금(달러(이나 미국 국채(TB)를 보증수단으로 한다. 세계 패권통화인 달러화의 연장인 것이다. 하지만 테라는 이런 안전자산 없이 루나와의 유통량을 통해 가격을 유지했다. 즉 테라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루나를 지불하고 테라를 사들이며, 반대로 테라 가격이 1달러를 넘어서면, 루나를 사고 테라를 시장에 풀면서 가치를 떨어뜨렸다. 루나와 테라라는 쌍둥이 통화를 오가며 가격을 유지한 것이다. (중앙일보)

 

루나의 가치추이(US$) /자료=coinmarketcap.com
루나의 가치추이(US$) /자료=coinmarketcap.com

 

이 시스템은 끊임 없이 돈이 유입되어야 돌아간다. 투자자가 코인을 팔아 현금을 회수할 경우 준비금이 없는 테라가 미국 달러화 페깅(pegging)을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루나라는 빨대를 통해 투자자를 모으는 폰지 수법이 동원될 수밖에 덦다.

투자자가 테라를 일정 기간 시스템에 예치하면 연이자 20%를 지급한다고 한다. 가치가 안정적인 데다 높은 이자까지 주니 두 코인에 투자한 광팬이 많고, 그들은 지칭하는 루나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연이자 20%는 사채금리에 해당한다. 이 정도 이자를 주니 끊임없이 돈이 모일 수밖에 없다. 수익은 두 가지였다. 높은 이자를 먹고, 코인 가치상승에 대한 차익도 얻고. 꿩 먹고 알 먹는 투자에 누구나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좋은 투자대상이 왜 하루아침에 무너졌을까. 그 배경은 베일이 하나씩 걷히면서 풀려나갈 것으로 본다. 다만 과거 폰지게임의 사례를 보면서 루나와 테라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1920년대 찰스 폰지 /위키피디아
1920년대 찰스 폰지 /위키피디아

 

폰지사기라는 말은 20세기초 찰스 폰지(Charles Ponzi, 1882~1949)라는 유명한 사기꾼에서 연유한다.

폰지는 국제우표에서 사기의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당시 국제우편연합에서 발행한 국제우표를 붙이면 답장할 때 우편요금을 면제해 주었다. 이 국제우표는 각국의 통화로 지불했는데, 국가마다 통화가치가 달랐다. 19191차 대전 직후 이탈리아의 리라화 가치는 절하되었고, 미국 달러는 안정적이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국제우표를 사서 미국에서 팔면 차익을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는 3개월 후에 투자금의 두 배를 주겠다고 투자자를 꼬였다. 첫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대로 이익금을 불려 지급했다. 그 돈은 다음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에서 빼냈다. 3개월만에 돈을 두배로 불려준다는 말에 엄청난 투자자들이 몰려왔다. 19202월에 5,000 달러였던 모집액이 다음달에 25,000 달러로 불어났고, 그해 5월에 42만 달러로 팽창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가 투자받은 돈으로 국제우표를 사려면 타이태닉호를 가득채울 정도의 우표가 필요한데, 국제적으로 그 정도의 물량이 거래되지는 않았다. 1920724일 보스턴포스트지가 폰지의 사기를 보도한 이후 투자가 끊기고 폰지의 회사는 파산했다.

 

또다른 대형 폰지사건이 1997년 동유럽의 알바니아에서 있었다. 이 사건으로 내전이 발생하고 정권이 교체되고, 2,000명 이상 사망했다.

이 나라에 폰지거래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1년이었다. 하이딘 세이디세란 인물이 폰지거래를 열었고, 그 후 구두공장 노동자 출신의 수자, 야당 정치인이 만든 포풀리 등의 폰지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폰지회사는 기본적으로 연간 10% 이상 기본수익을 보장했다. 월수익률 4~6%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고, 수자의 경우 연간 100% 수익률을 제시했다.

처음에는 폰지회사들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투자를 받아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고수익을 돌려줬고, 또다른 투자자를 찾아 선투자자에게 이익금을 나눠주었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대박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자본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 나라 국민들이 대거 폰지 거래에 뛰어 들었다. 어떤 이는 집을 팔아 투자했고, 그리스나 이탈리아에 가서 노동으로 번 돈이 폰지회사에 투자되었다.

사기꾼들은 투자자금을 모아 마약과 무기 거래에 나섰다. 19971월에 모든 투자자에게 연간 30~100%의 수익금을 돌려주는 것이 한계에 봉착했다. 마약과 무기 거래 자금이 회전하지 않았고, 투자자 모집이 한계에 다다랐다. 그해 18~16일 사이에 폰지 회사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했고, 122일에 대형 펀지회사인 사페리와 포퓰리 등 대형 폰지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폰지 거래가 임계점에 이를 때 파산한다. 투자금으로 돌려막다가 한계에 부딛쳤을 때 위기의 순간이 오고,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몰려오면서 순식간에 파산한다. 이번 루나와 테라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다.

루나와 테라도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다. 테라폼랩스는 투자금으로 코인 가치를 유지하고 거래자금으로 활용했을 것이다. 그들은 웹(WEB) 3.0정신이니, 탈중앙화 구현이니 하는 공허한 명분을 앞세웠지만, 투자금이 밀려드는한 코인 가치는 유지되었다. 루나는 올해 초 시가총액으로 전체 암호화폐 가운데 10위권에 진입했고, 지난달 118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400억 달러(51조원)에 이르렀다.

시세가 오르는한 루나의 폰지 게임은 잘 굴러갔다. 문제는 테라 값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불거졌다. 510일 오전 1시쯤 테라 가격이 0.9 달러대로 내려간 뒤 1달러로 회복하지 못하고 곤두박질쳤다. 0.6달러 수준에서 테라폼랩스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테라의 가격방어에 나섰다. 이날 오후 0.9 달러대 선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테라폼랩스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스테이블하지 못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투자자들의 코인런(coin run, 투매)이 시작됐고, 가격은 추락했다. 11일 오후 테라의 가격은 0.3달러까지 떨어졌다.

권도형 대표는 트위터에서 탈중앙화 경제에선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형태의 UST는 그런 돈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했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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