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법성 스님의 표류 연구④…러시아 해역
17세기 법성 스님의 표류 연구④…러시아 해역
  • 이효웅 해양전문가
  • 승인 2019.06.1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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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 주변 목미도 표착→수종지역→가리도→혈도→위도 떠돌아

 

법성이 처음 표착한 목미도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쪽의 팟야티나(Putyatin Путятин, 좌표: 42°51'34.5"N 132° 24'30.5"E)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항해하면 에스콜드(Askold Island, 42°45'16"N 132°20'20"E)에 먼저 도착하는데, 북쪽에 있는 팟야티나에 먼저 도착한 것은 태풍의 영향으로 울릉도 밖을 지나서 멀리 북해로 표류하였기 때문이다.

팟야티나를 목미도로 보는 이유는 법성이 탄 배가 17일간 표류하여 도착한 섬의 모양이 나무처럼 길게 생긴 섬으로 우리나라 통영 남쪽의 길쭉한 오비도와 비슷하다. 팟야티나를 돌면서 북쪽해변에서 하천을 발견하고 일부 선원들이 식수를 구하는 중에 섬 가운데 있는 호수와 들판을 발견하고 농사짓기에 좋은 섬이어서 목미도라고 불렀다고 본다.

 

그림 12-1. 팟야티나 섬/구글지도
그림 12-1. 팟야티나 섬/구글지도
그림 12-2. 팟야티나섬의 호수 /구글
그림 12-2. 팟야티나섬의 호수 /구글

 

법성은 12일 후 목미도를 떠나 수종 지역을 돌아갔다. 주1)

수종(水宗)은 바다 가운데 물살이 세어 파도가 높게 나타나는 물마루현상을 말한다. 수종현상이 나타나는 첫 번째 이유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조경수역에 저기압이 지날 때 기압이 낮아 파도가 생기고 안개가 발생한다. 과거 울릉도 수토사들이 주2) 바다 가운데 수종이 있어 이를 크게 경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20027, 코스모스호로 단독 항해하여 울릉도로 가던 중 갑자기 안개와 파도로 앞을 분간 할 수 없다가 30분 만에 겨우 통과하여 울릉도에 가까이 오니 해상이 잔잔하였다. 20066월에도 이 지역에서 보트 3대로 독도탐사를 마치고 울릉도에서 동해로 귀항 중 파도는 없었으나 한류와 난류가 만나 안개로 인하여 보트를 서로 찾느라 고생하던 적이 있었다. 이와 같이 조경수역에는 수종현상이 자주 일어나는데 저기압이 지날 때 심하게 나타난다. 두 번째는 섬과 섬 사이에 해조류가 흐르는 물길이 있는데 이런 지역은 조류가 강한 보름이나 그믐 때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저기압이나 바람이 강할 때 조류와 바람의 방향이 반대이면 삼각파도가 일어나므로 이 지역을 지날 때는 멀리 우회하여야 한다.

20153, 모슬포에서 마라도로 카약탐사 가던 중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의 물길에 수종현상이 있어 멀리 돌아간 적이 있었다. 서해나 남해에는 특히 이런 지역이 많은데 맹골수도가 주3) 대표적이다. 맹골수도를 코스모스호와 선교탐사선 등대호로 항해할 때에는 이 지역에서 수종현상을 못 느꼈지만, 2017년 범선 코리아나호로 주4) 홍도에서 남해로 항해하면서 세월호 현장인 맹골수도에서 엄청나게 무섭고 놀라운 수종을 경험했다. 조류가 약할 때나 정조 시간에는 잘 보이지 않으나 조류가 강할 때 크게 나타난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수종 지역은 아무르스키만과 우수리스키만의 동·서 수로 사이의 루스키섬 인근으로 예상되는데 법성은 위험지역인 수종지역을 노를 저어서 벗어낫다.

 

그림 13-1. 맹골수도 수종 2016년6월1일
그림 13-1. 맹골수도 수종 2016년6월1일
그림 13-2. 세월호 현장
그림 13-2. 세월호 현장

 

법성은 9일 후, 돌산과 가파른 바위뿐인 가리도에 도착하였다. 주5)

표트르대제만의 연안과 섬의 특징은 높은 절벽의 해식애와 돌산이 많다. 가리도는 루스키(Russky Island)주6) 제일 남쪽의 토비진곶(42°56'45"N 131°52'25E)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우수리스키만을 돌아서 루스키섬의 수종지역을 지나 남쪽을 따라 돌다보면 제일 끝에 해식애의 토비진곶이 나타난다. 토비진은 루스키섬과 연결되어 보이나 과거에는 해수면이 높아 토비진과 루스키섬은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쌀을 주자 그 사람들은 헤치지 않고 섬 가운데로 들어가 버렸다.’고 하였는데 토비진에는 가운데 동굴이 있다.

 

그림 14. 토비진곶 동굴/구글
그림 14. 토비진곶 동굴/구글
그림 15. 완도군 신지면 동고리 혈도
그림 15. 완도군 신지면 동고리 혈도

 

법성은 북풍을 만나 16일 후 혈도에 주7) 도착하여 그 섬에서 3일을 머무르며 땔감과 물을 구하여 배에 실었다. 주8)

혈도(穴島)는 구멍이 있는 섬이나 관통된 섬을 말한다. 관통된 구멍이 작으면 공암(空巖), 모양에 따라 코끼리바위, 아치바위(시아치) 등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혈도라는 섬이 7개 있는데 여수 동고리 혈도와 한산도 소혈도를 카약으로 답사하였다.

토비진곶에서 다시 북풍을 받아 남쪽으로 이동하여 리코르다(Rikord Island, 42°53'26.7"N 131°40'38.7E) 섬의 주9) 북쪽에 닿았는데, 섬 곳곳에 해식동굴들이 많이 있어 혈도라고 명명하였을 것이다. 리코르다 섬은 남북의 길이가 4km로 비교적 크며 가운데가 잘록하여 경남 통영의 비진도와 비슷하게 생긴 섬이다. ·서로 몽돌해변이 크게 발달하여 선박이 접안하기 좋다. 해발178m의 섬에는 나무가 많고 숲이 우거져 식수나 땔감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섬이다.

법성전에는 부산에서 표류하고 처음으로 물을 실었는데, 항해 날 수를 계산하면 장진포에서 부터 55일가량 된다. 배가 크다고 하여도 여름철에 26명이 먹는 물을 두 달가량 싣고 보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첫 섬인 목미도에서 호수를 발견하고 물을 실었다고 본다.

 

그림 16. 리코르다섬 해식동굴/구글
그림 16. 리코르다섬 해식동굴/구글
그림 17. 펠리스섬/구글지도
그림 17. 펠리스섬/구글지도

 

법성은 다시 항해를 시작하여 28일 만에 남쪽에 있는 위도와 비슷한 섬에 도착했다. 주10)

이 섬은 혈도에서 남쪽으로 25km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섬이다. 사공은 많은 경험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약한 달 정도 표류하여 조선의 위도와 비슷한 섬에 도착하였다. 전라도의 위도는 남북 7km 정도로 동쪽은 완만하고 서쪽은 리아시스식 해안으로 굴곡이 많고 주변에 작은 섬들이 많다. 표트르대제만 제일 아래쪽에 있는 볼쇼이 펠리스섬(42°39'16"N 131°27'42E)을 위도와 비슷하다고 보았다. 이 섬은 4.2km 정도로 길며 가운데 동서로 해변이 있고 완만하며 서쪽으로 작은 섬들이 있고 육지가 보인다. 전라도 위도는 서해안 항로 중에서 흑산도에서 덕적도나 강화도로 가는 중간 기착지의 중요한 항구이므로 경험이 많은 사공은 여러 번 다녀왔을 것이다. 20038, 코스모스호로 한반도일주를 하면서 태풍을 만나 위도에서 3일간 태풍을 피한 적이 있다.

법성 일행은 두 달 이상 여러 섬을 돌면서 해적들을 세 차례나 만났고, 이곳의 바다 특성도 어느 정도 이해하였다. 위도(볼쇼이 펠리스섬) 남쪽으로는 섬이 안보이므로 고향 가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하였을 것이다. 법성은 섬에서 무사하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북풍을 타고 보름 정도 남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여 섬에서 식수와 땔감을 충분히 준비하고 돛, 돛대, 키 등의 항해장비도 수리를 마치고 북풍이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1) ‘又十二日 轉過水宗而行

2) 울진 대풍헌과 조선시대 울릉도 독도의 수토사, 영남대학교 독도연구소 독도연구총서 14, 2015

조선왕조 안용복은 1693년 울릉도에 조업하러 들어갔다가 일본 어부들에 납치되어 일본 오키로 끌려갔다가 돌아온다. 이후 조선은 수군 책임자 중 삼척 영장과 월송 만호를 수토사로 임명해 2년이나 3년마다 울릉도로 파견하였다. 1694년 장한상이 첫 울릉도 수토사로 파견되기 시작하여 1894년 공식 폐지될 때까지 200년간 이어졌다.

3) 맹골수도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에 있는 수도이다. 세월호는 20144416일 오전 858분에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조난 신호를 보내 172명이 일반 어선에 의해 구조되고, 418일 완전히 침몰하여 시신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한 304명이 사망하였다.

4) 범선 코리아나호: 항해 실습선, 네덜란드 제작, 여수 선적, 선장 정채호, 135, 전장41m, 7m, 스틸선, 1995년 개조

5) ‘日到加里島 石山巉嵒

6) 루스키섬은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프룬젠스키 구의 섬으로, 블라디보스토크 맨 아래에 있는 섬이다. 면적은 97.6 km². 1859년 이 지역을 탐사한 니콜라이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가 이름을 붙였다. 극동연방대학교와 2016년 새롭게 문을 연 프리모르스키 아쿠아리움이 있으며, 2012APEC 2018년 동방경제포럼 개최지로 아주 유명하다. 43°0'13"N 131°50'30"E.

7) 한국의 혈도는 전남 신안 임자 광산리 혈도, 여수 돌산 우두리 혈도, 진도 조도 독거도리 혈도, 조도 가사도리 혈도, 완도 신지 동고리 혈도, 경남 통영 한산 두억리 대혈도, 소혈도 7개가 있다.

8) ‘又遇北風 經十六日 到穴島’ ‘遂留其島三日 採薪汲水而載

9) 리코르다(Rikord Island)는 여름 캠핑장으로 유명하다. Zolotoy Rog의 남쪽으로 30km(19마일), Reyneke섬의 남쪽으로 4km (2마일) 떨어진 표트르대제만(Peter Great Gulf)에 있는 섬이다. 표트르 이바노비치 리코르제독은 1817년부터 1822년까지 캄차카(Kamchatka)를 통치했다.

10)  ‘又經二十八日 到如渭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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