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저항, 우크라 반격 시간 벌어줬다
마리우폴 저항, 우크라 반격 시간 벌어줬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5.1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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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조우스탈 전사들, 82일간 저항 끝내고 투항…스파르타 영웅에 비유

 

마리우폴은 전쟁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인구 43만으로, 우크라이나에서 10번째로 큰 대도시였다. 이 도시는 아조프해를 끼고 있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과 제철산업의 중심지였다. 행정구역으로는 도네츠크 주(Donetsk Oblast)에 속해 있고, 도시의 인종구성에서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이 비슷하게 분포해 2014년 이래 분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2014년 도네츠크 분리주의자들이 독립을 선언한 이후 마리우폴은 도네츠크주의 임시수도로서 역할을 해왔다.

마리우폴(Mariupol)은 소련 시절에 산업도시로 육성되었고, 돈바스 지역의 풍부한 철광석과 항구도시를 결합해 제철산업이 발달했다. 마리우폴에는 일리치 제철소(Illich Steel and Iron Works)와 아조우스탈(Azovstal)과 같은 철강회사들이 들어서 있다. 특히 일리치 제철소는 제정러시아 시기인 1897년에 설립되었다.

아조우스탈은 소련시절인 1830년에 설립되었다. 마리우폴 항구 동쪽에 위치한 이 제철소는 한때 조강능력 연간 400만톤으로 우크라이나 최대 제철소였으며, 12,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마리우폴의 위치 /위키피디아
마리우폴의 위치 /위키피디아

 

하지만 마리우폴과 아조우스탈은 두달 이상의 러시아군 포격을 받아 잿더미가 되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리우폴이 완전하게 파괴되었다고 말했다. 아조우스탈 공장에서 마지막으로 저항하던 우크라이나군도 82일간의 투쟁을 마치고 퇴각했다. 이제 마리우폴은 유령의 도시가 되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부에는 용광로, 철로, 굴뚝, 지하터널 등을 비롯한 생산설비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 특히 건물 지하에는 원료와 자재를 운반하기 위해 건물들을 연결한 터널이 미로처럼 조성돼 있다.

이 미로의 깊이는 최고 30m이고 길이는 총 20km에 달하는데, 이 터널들은 두꺼운 콘크리트벽과 겹겹의 철문으로 둘러싸여 있고, 독자적인 통신망까지 설치돼 있다. 이처럼 요새화된 지하는 우크라이나군의 항전 장소로 활용되었다.

 

전쟁 이전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위키피디아
전쟁 이전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위키피디아

 

마리우폴에서 82일간 저항하던 26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군이 현지시간 17일 마지막 보루였던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터널에서 나와 러시아군에 투항했다. 우크라이나는 마리우폴에서 군을 철수하면서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권을 사실상 인정했다. 중상자 50여 명을 포함해 265명 안팎의 아조우스탈 전사들은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으로 이송되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우크라이나군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성명을 내고 마리우폴에서의 군사 임무는 이제 종료됐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은 병력은 이제 스스로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고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2022. 5, 5.) /위키피디아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고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2022. 5, 5.) /위키피디아

 

러시아는 마리우폴 공격에 1만명 이상의 병력을 투입하고 장갑차, 미사일 탱크를 투입했다. 마리우폴을 점령해야 아조프해를 차지하고 크림반도의 안전이 유지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크림반도와 러시아 영토를 연결하는 19km의 크림대교(Crimean Bridge)를 건설했다. 마리우폴이 점령되지 않을 경우 이 다리 밑으로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꼴을 러시아가 보기 싫었던 것이다.

 

마리우폴을 사수하기 위해 아조우스탈 지하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우크라이나 해병대와 지역 방어군에 대한 격려와 칭찬이 자자하다. 그들은 소수의 병력과 부족한 무기에도 불구하고 80일 이상 마리우폴을 사수했다. 그들이 마리우폴을 지켜 내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북부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하고, 동부전선에서도 러시아군에 맞설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지켜낸 것도 이들이 다른 한쪽에서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마리우폴의 영웅이 나라를 구했다는 현수막과 피킷이 내걸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를 구한 영웅들이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원한다고 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고문은 이들을 페르시아 대군의 침략으로부터 그리스를 지켜낸 스파르타의 ‘300 영웅에 비유하기도 했다.

 


<참고자료>

Wikipedia, Mariupol

Wikipedia, Siege of Mariupol

Wikipedia, Azovstal iron and steel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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