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터키가 반대하는 까닭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터키가 반대하는 까닭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5.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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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저항세력의 은신처라는 주장, 무기수출 규제 풀라는 요구 등

 

북유럽의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희망하지만, 나토 회원국 가운데 유독 타키만이 두 나라의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나토 규약에 신규회원국의 가입은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의되며, 한 나라도 반대하면 가입이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예컨대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된 후 독립한 마케도니아가 나토에 가입하려 했으나, 그리스가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거부하며 가입을 반대했다. 이에 이 나라는 그리스와 협상을 거쳐 나라 이름을 북마케도니아(North Macedonia)로 바꾼 후 2020년에 나토에 가입했다.

 

NATO 회원국 /Wikipeida
NATO 회원국 /Wikipeida

 

터키는 발족 4년 후인 1952년에 나토에 가입해 70년 회원국 역사를 갖고 있고, 병력 수에서 회원국 중 상위권을 차지해 나토 내에서 비교적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터키는 보스포루스 해협 통제를 통해 러시아의 남쪽 바다인 흑해를 봉쇄할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대외적 명분은 두 나라가 쿠르드 반군의 핵심인 쿠르드 노동자당(PKK, Kurdistan's Workers Party)에게 은신처(guest house)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을 숨겨주고 있다고 비난하며, 두 나라의 나토 가엡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쿠르드족 거주지역(1986) /Wikipedia
쿠르드족 거주지역(1986) /Wikipedia

 

CNN 보도에 따르면, PKK는 터키는 물론 미국과 유렵연합에 의해 테러단체로 규정되어 있다. 터키는 오랫동안 서방국가들에게 PKK 테러리스트를 숨겨준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으나 뚜렷한 대응수단이 없다가 이번에 북유럽 2개국의 나토 가입을 명분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터키는 쿠르드 테러리스트들의 송환을 요구했지만 유럽국가들, 특히 스웨덴과 핀란드가 부정적으로 대응해온데 대해 불쾌감을 가지고 있었다.

터키의 첫 번째 목적은 북유럽 2개국의 나토가입 승인의 조건으로 쿠르드 테러리스트에 대한 은닉을 중지하고 그들을 터키로 송환하도록 협조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스웨덴과 핀란드 뿐 아니라 서유럽의 다른 나토회원국들에게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터키의 두 번째 목적은 무기수출 규제를 풀라는 것이다. 프랑스24에 따르면, 터키의 에르도안 정부는 또 스웨덴과 핀란드에 무기 수출금지조치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북유럽 두 나라는 2019년 터키의 시리아내 쿠르드지역 침공을 규탄하며 공격용 무기의 수출금지조치(엠바고)를 단행했다.

터키의 속셈은 미국이 터키에 대해 F-35 전투기 수출을 금지한 조치를 풀길 바라는 것이다. 터키가 러시아에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400을 구매하자 미국은 터키에 전투기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즉 북유럽을 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략을 터키가 쓰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시간 18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양자회담을 한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서 두 나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지지했다.

터키 외교장관은 터키는 나토의 문호 개방 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핀란드와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테러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정당한 안보 우려가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미국이 터키에 대한 규제를 풀어 해결방안을 찾으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의 또다른 목적은 내년 6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진 리라화 폭락사태를 수습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나토 회원국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PKK 여전사들 /Wikipedia
PKK 여전사들 /Wikipedia

 

한편 북유럽은 물론 서유럽 국가들이 터키의 요구를 받아들여 쿠르드족 독립세력을 내몰 가능성이 있다. 결국 나라 없이 떠도는 쿠르드족은 다시 강대국에 짓밟히게 되는 것이다. 2019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서 군대를 빼겠다고 한지 3일만에 터키군이 시리아 쿠르드지역을 침공한 적이 있다.

터키가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에 불만을 토로하듯 쿠르드 저항세력들이 유럽내에 근거지를 마련해 두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북유럽 국가를 구하겠다고 터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쿠르드족들은 유럽에서도 숨을 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참고자료>

CNN, Why is Turkey causing problems for Finland and Sweden's plans to join NATO?

France24, Can Turkey block Sweden and Finland’s entry into NATO?

Wikipedia, Member states of 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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