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C 세계여행 돌아보는 ‘80일간의 세계일주’
19C 세계여행 돌아보는 ‘80일간의 세계일주’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5.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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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운하, 美 대륙횡단철도, 인도철도 개통 직후 1872년 배경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면 더 재미있게 읽을수 있다. 1869년에 미국의 대륙횡단철도가 완공되어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철로가 연결되었다. 또 같은 해에 이집트 포트사이드에서 수에즈에 이르는 수에즈운하가 개통되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지나던 뱃길이 단축되었다. 이듬해인 1870년에 인도에서는 봄베이(뭄바이)와 캘커타(콜카타)를 연결하는 인도내륙관통철도가 개통되었다.

그 무렵 프랑스는 보불전쟁(1870~1871)에서 독일에 패했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 1828~1905)은 자원 입대해 해안경비대에 근무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쓴 소설이 ‘80일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Eighty Days)라는 베스트셀러였다.

프랑스 작가가 필리어스 포그(Phileas Fogg)라는 영국인 신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영국이 전세계에 식민지를 두고 자국인에 대해 비자를 개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인이 주인공이었다면 일사천리로 영국령을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작가는 파스파르투(Passepartout)라는 프랑스인 하인을 등장시켜 세계를 여행하며 구경했다.

이 시기엔 비행기도, 자동차도 없었다. 마차와 증기선, 철도가 최고의 교통수단이었고, 이런 첨단 장비가 통하지 않은 곳에선 코끼리, 지상 썰매가 등장했다.

표지(열린책들) /네이버 책
표지(열린책들) /네이버 책

 

필리어스 포그와 파스파르투가 세계여행을 떠나는 시점은 1872102일 수요일 오후 845분이다. 런던 리폼클럽에서 회원들끼리 옥신각신하다 포그가 80일간 세계일주를 마칠수 있다고 주장하며, 2만 파운드 내기를 걸고 그 자리에서 즉시 출발한다.

그들은 런던을 출발해 배로 프랑스에 도착한 다음, 철도로 파리를 거쳐 이탈리아 브린디시에서 기선을 타고 수에즈로 간다. 수에즈에서 봄베이까지는 기선으로 간다.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예정시간보다 이틀을 번다. 이집트에서부터 영국 형사 픽스(Fix)가 포그를 은행 절도범으로 오인하고 포그 일행을 추적한다.

봄베이에서 캘커타로 가는 철도는 신문에 완공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실제는 미완공이었다. 포그 일행은 현지 안내인에게서 코끼리를 사서 정글을 지나게 되는데, 도중에 지역 추장의 장례식을 목격하게 된다. 일행은 장례식에 산 채로 함께 화장을 당하게 된 여인 아우다를 구해 준다. 이후부터 아우다(Aouda)는 포그 일행을 따라가게 된다.

포그 일행은 싱가포르와 홍콩에 도착한다. 홍콩에서 형사 픽스의 계략에 포그와 파스트루트가 헤어지지만 일본 요코하마에서 그들은 기적적으로 만난다. 일행이 요코하마에서 기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데 22일의 시간을 허비한다.

미국에 도착해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샌프란스시코에서 대륙횡단철도를 타고 로키산맥을 넘는 도중에 인디언 수족의 공격을 받게 된다. 수족은 기차를 습격해 파스파르투를 납치해 도주했다. 포그는 일정이 촉박함에도 불구하고 기병대와 함께 파스파르투를 구출에 나섰다. 파스파르투는 구했지만 그사이에 기차가 떠나 버렸고, 포그 일행은 돛 달린 썰매를 타고 오마하에 도착한다.

 

뉴욕에 도착한 그들은 영국 리버풀로 가는 배를 놓쳐 화물선 선장을 감금하고 행선지를 바꾸었다. 연료가 떨어지자 포그는 선장에게 배를 통째로 사서 나무로 된 부분을 때우면서 아일랜드의 퀸스타운에 도착한다.

우여곡절 끝에 리버풀에 도착하지만 런던행 기차를 타려 할 때 픽스 형사가 포그를 은행강도 혐의로 체포한다. 잠시 후 진범 은행강도가 3일 전에 이미 잡힌 것으로 밝혀져 포그는 풀려나지만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놓쳤다. 그 바람에 포그 일행은 런던에 5분 늦게 도착한다. 포그는 내기를 포기하고, 모든 전 재산을 거의 다 잃은 것으로 체념하게 되었다.

이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아우다는 포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 했다. 포그는 아우다의 청혼을 받아들여 죽사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파스파르투가 목사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갔을 때, 목사는 다음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주례를 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파스파르투는 자신들이 동쪽으로 날짜 변경선을 넘어오는 덕분에 하루를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약속시간은 1221일 토요일 저녁 845분이다. 포그는 그 즉시 리폼 플럽으로 달려가 약속 시간을 3초 남겨 놓고 도착하는 것으로 스토리는 끝을 맺는다.

그는 내기에 건 2만 파운드를 얻지만, 여행비용으로 19,000달러를 써버렸기 때문에 금전상 큰 이득을 보지는 못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전을하기 위해 내기에 임했다. 그는 남은 돈 1,000파운드마저 하인 파스투르트와 형사 픽스에게 나눠 주었다. 대신에 그는 행복을 얻었다. 독신이었던 포그는 아우다를 부인으로 얻어 행복한 삶을 살았다.

 

필리어스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일러스트레이션 /위키피디아
필리어스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일러스트레이션 /위키피디아

 

소설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의 모델은 미국인 윌리엄 페리 포그(William Perry Fogg)라고 한다. 미국 뉴햄프셔 출신의 윌리엄은 오하이오 클리블랜드로 이사를 가 그곳에서 시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는 틈틈이 여행을 즐겼는데, 1868년에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미국에서 일본, 중국, 인도, 이집트를 여행했으며, 홍콩, 싱가포르, 말래카, 페낭 등지를 방문했다. 특히 메이지유신 전후 서양인에 대한 혐오감이 강했던 일본의 내륙을 깊숙이 여행한 최초의 미국인으로 꼽힌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샌프란스시코와 솔트레이크 시티를 방문했고, 모르몬교 지도자 브리검 영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윌리엄은 여행을 다녀온 후 자신의 여행담을 1870년 이후 블리블랜드 리더라는 신문에 연재했다. 윌리엄 포그의 체험이 쥘 베른의 소설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소설 ‘80일간의 세계여행’의 궤적 /위키피디아
소설 ‘80일간의 세계여행’의 궤적 /위키피디아

 

‘80일간의 세계일주19세기말 대영제국의 웅대함을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했다. 포그 일행이 여행한 곳 대부분이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의 영토이거나 한때 식민지였던 곳(미국)이었다. 예외라면 유럽과 일본 요코하마 정도다.

약간의 오류도 발견된다. 로키산맥을 대서양과 태평양의 분수령이라고 한 설명은 쥘 베른이 미국의 지리를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다. 미국 동쪽엔 애팔라치아 산맥이, 서쪽엔 시에라라리온 산맥이 있어 로키산맥은 그 가운데 산맥일 뿐이다.

또 소설의 대전환을 이루는 24시간 시차의 오판이다. 소설 내용에 태평양에서 날짜변경선을 지나는 장면도 설명되어 있는데, 포그가 그걸 몰랐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미국 땅에서 7일을 보내면서 날짜 변경 사실을 깨닫지 못했더는 것은 넌센스다. 다만 소설은 소설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너그럽게 넘어갈 뿐이다. 독자를 바보로 만드는 기술이 소설가의 재주이고, 거기에 속았다면 소설은 성공한 것이다.

 

쥘 베른 /위키피디아
쥘 베른 /위키피디아

 

소설은 프랑스 신문 르땅’(Le Temps)에 연재되었다.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에 독자들의 폭발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소설 연재는 소설속 약속기일을 하루 넘긴 18721222일자로 끝을 냈다. 한데 묶은 소설은 1873년에 출간되었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쥘 베른의 소설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고, 작가 생전에 10만부 이상의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올렸다. 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었으며, 연국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쥘 베른의 다른 대표작으로는 지구 속 여행’(1864), ‘해저 2만 리’(1870), ‘80일간의 세계일주’(1873), ‘15소년 표류기’(188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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