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등산로를 오르며…
청와대 등산로를 오르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5.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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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가 한눈에 들어와…구중궁궐 지키는 군사시설이 곳곳에

 

청와대 등산로 답사는 청와대 담장 따라걷기나 다름 없었다. 또 청와대를 요새처럼 둘러싼 군사시설 탐방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말이 청와대 등산로이지, 청와대는 거의 구경하지 못했다. 청와대 전망대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서 청기와 지붕만 일부 보았고, 담장 구멍 사이로 청와대 시설물을 훔쳐 보았을 뿐이다. 소감은 이렇게 큰 건축물이 일인 통치자를 위해 존재했구나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귀한 자식들이 최고권력자를 위해 밤새 보초를 섰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청와대 등산로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등산로 /청와대 홈페이지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출발했다. 앞서 많은 사람들이 등반을 한후 소감을 인터넷에 올려 놓았기 때문에 길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등산로 입구에 안내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탐방로 요소요소에 안내자들이 배치되어 길을 가르쳐 주었다. 아직도 삼엄하다는 느낌을 지을수 없었다.

경복궁 담벼락을 걷는 것과 다를게 없었다. 경복궁 길은 평지인데, 청와대 길은 경사가 있었다.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 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엇다. 이 길을 74년이나 묶어 놓았다. 대통령의 안전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것은 이해가 된다. 50여년 전에는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한 적도 있었다. 그 사이에 세상 풍경이 변한 것이다.

과거에 대통령이 혼자 등산하던 곳, 그곳을 국민에게 공유토록 한 것이다. 역대 대통령이 기자들과 백악산 등반을 할 때 시민들과 섞이지 않고 다니던 그 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에 개방하고 불상에 앉았다느니, 논란이 일었던 그 길이다.

 

청와대 담장 /박차영
청와대 담장 /박차영

 

한참 오르다 보면 2021년 식목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백악정이란 쉼터에 김대중 대통령이 2001년에 심은 나무가 있다.

백악정을 기점으로 한바퀴 도는 코스가 있는데, 그 꼭지점에 청와대 전망대라는 곳이 있다. 거기서 보면 청와대 뒷모습이 보인다. 푸른 기와집이다.

시내 조망이 좋았다. 멀리 남산이 깔끔하게 보였고, 경복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경복궁에서 광화문대로가 뻗어나가는 모습도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참에 서울 구경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전망대에서 본 청와대 모습 /박차영
청와대 전망대에서 본 청와대 모습 /박차영

 

그리고 내려왔다. 청와대 뒷길이란 사실, 수십년간 금지된 구역이었다는 사실을 뺀다면 등산으로는 별로였다. 효자동 방향은 삼청동 방향보다 가팔랐다. 청와대 서쪽도 전방 철책과 같다는 느낌이다. 곳곳에 초소가 설치되어 있고, 대공화기를 놓았던 자리가 눈에 띤다.

하산길에 나이든 어느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과거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살며 권위를 유지했는데, 지금 대통령은 무엇으로 권위를 유지할까.” 옛 군왕은 어마어마한 궁궐로 위세를 과시했다. 진시황제가 지었다는 아방궁이 그렇고, 베이징의 자금성이 그랬다. 청와대도 역대 대통령에겐 구중궁궐이었음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현대의 통치자는 시민의 위에 군림하지 않아야 한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 것은 잘한 일 같다.

 
청와대 등산로에서 본 서울시내 /박차영
청와대 등산로에서 본 서울시내 /박차영
경복궁과 광화문 사거리 /박차영
경복궁과 광화문 사거리 /박차영
문재인 대통령 식수 /박차영
문재인 대통령 식수 /박차영
박악정과 김대중 대통령 식수 /박차영
박악정과 김대중 대통령 식수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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