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을 이용한 자동차는 가능할까. 이론적으로 돛을 달면 육상에서도 마차는 움직인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는 돛을 사용해 왔다. 바람이 돛을 밀어주고, 그 힘으로 배가 움직인다. 인류는 뭍에서도 풍력을 이용한 운송기구를 고안했고, 실제 운영하기도 했다.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1873)에 돛 썰매가 등장한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대륙횡단철도를 탄 일행은 인디언 수족의 공격을 받는다. 주인공 포그의 하인 파스파르투가 인디언에 납치된다. 포그는 미국 기병대의 도움을 얻어 파스파루투를 구한다. 문제는 열차 지연이었다. 다음열차를 기다리면 시간을 20시간 이상 잃어버리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매디슨 보우 다리마저 무너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돛을 달아 개조한 썰매다. 포그 일행은 그 썰매를 빌렸다. 돛 썰매는 시속 40마일로 눈으로 뒤덮인 미시시피 평원을 마법의 양탄자처럼 달렸다. 간간히 굶주린 늑대들도 쫓아왔지만 썰매는 속도를 늦추지 않아 그들을 따돌렸다. 바람을 이용한 썰매는 지름길로 네브라스카 준주의 수도 오마하 역에 도착해 시카고로 가는 퍼시픽 열차를 잡아타는데 성공했다.
소설의 배경은 1870년대다. 미국에서 남북전쟁 직후에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대륙횡단철도가 뚫렸으나, 콜라라도, 네브라스카, 캔자스 등지는 교통편이 형편없었다. 인디언 공격으로 철도가 끊기거나 기상악화로 탈것이 불통하는 경우에 대비해 풍력 썰매가 등장한 것이다.
소설에서 등장한 돛 썰매는 실제 19세기에 미시시피 평원에서 사용되었다. 당시 미국 대평원지역에선 도로가 개설되지 않았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의 상황이다.
1860년대 미국 증부 지역언론들은 풍력 웨건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당시 만들어진 세일링 웨건은 대략 무게 350 파운드, 폭 3피트, 길이 4피트, 깊이 6인치였다고 한다. 순풍이 불면 한시간에 15마일을 이동했고, 강풍이 불 경우 40마일의 속도를 냈다고 한다.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당시 미국에서 활용되는 돛 마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고, 당시 미국 중부에서 벌어진 인디언과의 대치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육상에서 돛을 사용한 것은 오래되었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梁) 원제(元帝, 재위 552~555)가 왕자 시절에 바람을 이용한 이동수단을 발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탈것에는 30명의 인원을 수용할수 있었다고 한다. 수 양제는 610년에 이 장치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16세기 이후 중국을 방문한 유럽인들은 풍력을 이용한 육상운송수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기록을 남겼다. 1585년 중국 명나라를 방문한 스페인 주교 곤잘레스 데 멘도사는 돛을 단 마차와 웨건이 거리에 많이 다니고 있다고 썼다. 1584년 네덜란드의 지리학자 아브라함 오르텔리우스도 돛과 마스트를 그린 중국의 육상운송수단을 설명했다. 존 밀턴은 1667년 ‘실락원’에서 중국의 돛 마차에 관한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유럽에 육상 요트가 도입되었다. 1600년에 벨기에 과학자 시몬 스테빈이 오렌지공 모리스를 위해 돈을 이용한 마차를 개발했다. 모리스 공은 이 풍력 마차를 손닙접 대에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에선 돛 마차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지 못했다.
20세기 들어 풍력을 이용한 육상운송수단은 사양길을 걸었다. 가솔린을 이용한 자동차가 대중화하면서 돛 마차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바다에서도 증기선이 도입된 이후 돛의 사용은 급감했고, 돛단배는 유물이 되거나 스포츠용으로 변신,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육상의 랜드 세일링 또는 랜드 요트도 스포츠로 전환했다. 1950년대 이후 랜드세일은 레이싱경기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미국 NASA는 우주 이동수단으로 랜드 세일을 제안했다. 2012년 NASA의 과학자 조프리 랜디스는 금성 또는 다른 행성의 지표를 이동하는 수단으로 랜드세일링 로버를 사용할 주장했다.
<참고자료>
쥘 베른, 80일간의 세계일주, 고정아 옮김, 열린책들
Kansapedia, Wind Wagons
Wikipedia, Land sai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