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에 완전 개방된 백악산 등산로
54년만에 완전 개방된 백악산 등산로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6.06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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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동방이란 말에서 중화주의 냄새가…출입제한, 완전 풀려

 

청와대 등산로의 입구가 바뀌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출발했는데, 그 사이에 청와대 춘추관으로 입구가 바뀌었다고 안내자가 설명했다. 우리는 춘추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북촌 거리는 연휴를 맞아 인파로 가득했다. 코로나는 이미 끝난 것 같은 분위기다. 북촌 수제비집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춘추관에선 청와대 관람자들과 등산객들이 들어가는 길이 분리되어 있었다. 우리는 청와대 관람 티킷을 예매하지 않아 등산로를 택했다. 며칠 사이에 다시 오는 길이었지만, 백악정과 청와대 전망대에는 여전히 관람객들이 많았다. 시민들에겐 새로운 볼거리가 생긴 것이다. 1인 통치자를 위해 수십년간 막아 놓은 숲이 시민들에게 돌아왔다.

 

만세동방 각자석 /박차영
만세동방 각자석 /박차영
만세동방의 샘물 /박차영
만세동방의 샘물 /박차영

 

청와대 전망대를 본후 우리는 만세동방으로 향했다. 바위산을 올랐다. 만세동방은 누군가가 글씨를 새긴 바위다. 바위틈에서 약수가 흘러 내렸다. 안내문에는 물을 먹지는 말고 간단히 세수를 하라고 쓰여 있다.

약수터 바로 위 바위에 만세동방 성수남극’(萬世東方 聖壽南極)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계곡을 만세동방 계곡이라 부른다.

누가 언제 새겼는지는 알수 없지만 나라의 번영과 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한 표현이라고 한다. 동방(東方)은 삼천갑자가 산다는 전설 속의 동방삭을 말한다고 한다. 동방삭은 중국 한무제 때의 인물이다. 그가 동쪽으로 와서 신선이 되어 만세를 살았다는 글귀에서 조선 사대부들이 가진 중화주의 사고의 조각을 보게 된다.

 

만세동방 계곡의 소나무 /박차영
만세동방 계곡의 소나무 /박차영

 

만세동방에서 등산로를 따라 가면 청운대(靑雲臺) 쉼터다. 이곳이 개방된 것은 문재인 정부 말기인 올해 3월이다.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시민에게 돌려준다 하니 문재인 대통령이 서둘러 개방한 곳이다.

북악산은 19681월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습격한 1·21 사태 이후 군사상 목적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이후 20074월 북악산 구간을 개방했으나, 와룡공원~숙정문~백악마루~창의문 탐방로의 출입을 제한했다. 그후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010월 한양도성 북악산 성곽에서 북악스카이웨이 사이 성곽 북측사면 탐방로가 개방되었다. 연초에 만세동방 계곡~청운대 쉼터 구간이 열리면서 북악산 또는 백악산 한양도성 탐방로는 54년만에 완전하게 개방되었다.

 

청운대 쉼터 /박차영
청운대 쉼터 /박차영

 

우리는 한양도성을 너머 북악스카위웨이로 내려갔다. 군견훈련소를 지나 청운대 안내소에 도착했다. 안내원의 말인즉,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출입증을 받았지만, 이제부터는 그냥 가도 된다고 했다. 3번출입로에서 1번 출입로까지 산책로가 좋았다. 창의문이 등산의 마지막이었다.

 
등산로 /청와대 사이트
등산로 /청와대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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