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누비아 공주 아이다의 사랑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아이다 역의 전나영, 라다메스 역의 김우형,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역의 민경아의 연기, 노래 모두가 뛰어났다. 코로나 펜데믹에 쉬었을 뮤지컬 배우들의 기량은 조금도 녹슬지 않아 보였다.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아이다를 보았다. 1,700여석이나 되는 객석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코로나 진정세가 완연해 지고 일상생활의 복귀가 이뤄지면서 뮤지컬 관람도 정상화되었다. 보복소비랄까, 2년동안 누리지 못한 문화행사를 놓치지 않겠다는 열풍마저 느껴졌다.
뮤지컬 아이다의 여섯 번째 공연이 5월 10일부터 시작되어 8월까지 스케줄을 잡고 있다. 2019~2020년 다섯 번째 공연이 마지막이라고 했으나, 2029년 3월 3월 코로나가 시작되며 중단되었다. 그러던 것이 감염병이 진정되며 올해 여섯 번째 공연을 시작한 것이다.
아이다의 사랑 이야기는 고대 이집트에 신화로 존재하던 것을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가 오페라 음악으로 각색한 것이다. 오스만투르크의 위임을 받아 이집트를 사실상 지배한 이스마일 파샤가 1869년 11월 수에즈운하 개통을 기념해 카이로에 건립한 오페라극장 개관 기념으로 공연하기 위해 베르디에 작품을 맡겼다. 제작 및 공연비용은 10만 프랑에 달했는데, 수에즈 운해 시공자인 프랑스측에서 사례금으로 지불했다.
그러나 프랑스과 독일 간의 전쟁(1870)이 일어나 개장식에는 상연되지 못하고, 1871년 12월 24일에야 상연되었다. 유럽에서는 1872년 2월 8일 베르디의 지휘로 밀라노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아이다가 뮤지컬로 제작된 것은 2000년 미국 월트 디즈니사다. 애니메이션으로 재미를 보던 디즈니가 무대 공연에 뛰어들 계획을 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첫 번째 뮤지컬이 ‘미녀와 야수’였고, 아이다는 세 번째였다. 2000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아이다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토대로 하고 있다.
뮤지컬 아이다는 베르디의 음악에 도전했다. 뮤지컬 아이다는 오페라 아이다의 클래식 선율을 따르지 않았다. 작곡은 엘튼 존에게 맡기고, 작사는 팀 라이스에게 주었다. 엘튼 존은 알앤비, 가스펠,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구성해 곡을 만들었다. 영국의 음악가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스토리인만큼 아프리카 음악을 받아들였다. 엘튼 존은 뮤지컬 아이다에 총 25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뮤지컬 아이다는 2000년 토니상에 5개 부문의 후보로 선정되어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음악상, 아이다 역의 헤더 헤들리가 여우주연상, 밥 크로울리가 무대 디자인상, 나타샤 카츠가 조명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또 2000년 드라마데스크 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 200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아이다는 영어 이외에도 한국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언어로 공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2006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이 이뤄졌고, 2010~2011년에 재연(성남아트센터), 2012~2013년 삼연(다큐브아트센터), 2014~2016 사연(샤롯데시어터), 2019년 11월 11월 16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4연이 시작되어 3월 11일까지 진행되었다. 이어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한달간 공연하려 했지만 코로나가 번지면서 취소되었다.
뮤지컬 도입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이집트관에서 한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눈이 마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관람객을 지켜보던 파라오 암네리스의 미라가 긴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살던 시대로 관객을 초대한다.
골격은 이집트의 라다메스 장군과 암네리스 공주, 이집트에 정복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벌이는 삼각 애정 갈등이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이집트와 누비아의 대립, 나일강을 둘러싼 패권전쟁이 배경으로 깔린다.
원작 오패라엔 누비아가 에티오피아로 나온다. 고대 누비아는 이잡트 남부 지역의 나라로, 지금의 수단과 에티오피아 일대에 위치해 있었다.
뮤지컬은 오페라의 내용을 약간 틀었다고 한다. 베르디의 시대보다 150년 후에 사는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바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