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계 유대국가 하자르 칸국
투르크계 유대국가 하자르 칸국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2.06.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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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돌궐족이 세운 나라,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에서 유대교 선택

 

서력 650~969년 사이에 러시아 남부, 우크라이나, 카프카즈, 크림반도 일대에 하자르 칸국(Khazar Khanate)이란 대제국이 있었다. 우리 역사와 비교하면 통일신라 시대와 대략 겹친다. 이 제국은 투르크족의 나라였다. 당시 투르크족은 중국에서 돌궐(突厥)이라 불리던 종족이다. 몽골 고원을 지배하던 돌궐은 중원의 수나라, 당나라에 패해 급격히 붕괴되었고, 살아 남은 세력이 중앙아시아로 이동해 갔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하자르 칸국은 서돌궐(西突厥)의 일파가 건국한 나라로 추정된다. 역사학자들이 이 나라를 칸국(Khanate)으로 구분하는 것은 유목 생활을 하는 투르크계이기 때문이다.

수도는 아틸(Atil)인데, 중국사에선 아득(阿得/阿得水)으로 등장한다. 고고학자들의 발굴조사에서 수도는 볼가강이 카스피해를 만나면서 형성한 삼각주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자르 칸국의 팽창 /위키피디아
하자르 칸국의 팽창 /위키피디아

 

하자르 제국이 세계사에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말기에 투르크족이 유대교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투르크족 대부분이 이슬람을 빋아들인 것과 대조적이다.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740~920년 사이에 하자르 왕실과 귀족들이 유대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이들이 유대교로 개종한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동로마제국이나 아랍국 등 주변 강대국이 그리스정교 또는 이슬람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데 대한 반발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세기의 페르시아 역사가 이븐 알 파키는 "하자르 전체가 유대교로 개종했지만, 유대교를 믿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겼고, 지리학자 이븐 파들란은 "하자르 왕조의 지배계층이 유대교로 개종했다"고 전했다. 개종이 어느 정도,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왕과 귀족들의 이름에 요셉, 아론, 다윗 같은 유대인의 이름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도였다고 추정된다.

하자르의 유대교 개종은 유럽에서 박해받아 쫓겨난 유대인들이 다양한 종교가 허용되는 이 나라로 이주해와서 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자르에서 발행한 주화에는 "모세는 신의 사자다''라는 아랍어 문구가 새겨넣어져 있다.

 

하자르의 모세 동전 /위키피디아
하자르의 모세 동전 /위키피디아

 

하자르는 건국 초기에 비잔틴제국(동로마)과 동맹 관계에 있었다. 지리적으로 하자르 영토는 실크로드 길목에 있었다. 동으로는 중국, 남으로 페르시아, 동으로 비잔틴, 북으로 동유럽의 물자가 오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와 물자가 수용되었다. 몽골족의 신앙, 그리스정교, 이슬람이 하자르에 공존했다.

동로마 제국은 하자르를 이슬람제국의 팽창을 저지하는 완충국(buffer zone)으로 활용했다. 하자르는 7세기경 동로마 헤라클리우스 황제를 도와 사산조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였다. 동로마는 하자르를 방패막이로 삼아 사산조와의 전쟁에서 패배를 면하게 되었다. 이후 하자르는 동로마제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9세기까지 하자르 칸국은 이슬람 우마이야 칼리프 조에 이어 아바스 칼리프 조와 전쟁을 벌이며 이슬람의 팽창을 저지했고, 투르크족이 세운 나라을 규합해 카스피해, 흑해 북부, 동유럽을 장악하며 번성했다.

 

하자르 칸국이 커지자 동로마 제국이 견제에 나섰다. 동로마는 하자르 동쪽에서 커가는 알란족(Alans)과 손을 잡았고, 북쪽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키예프공국(Kievan Rus)과도 동맹관계를 맺었다.

965년 키예프공국의 지배자 스비아토슬라프(Sviatoslav) 대공은 군대를 일으켜 하자르를 침공했다. 그로부터 4년후인 969년 하자르의 수도 아틸은 키예프 루스족에 의해 짓밟히고, 300년 하자르 제국은 멸망했다.

 

하자르 유적지 사르켈 /위키피디아
하자르 유적지 사르켈 /위키피디아

 

제국의 멸망 이후 하자르족은 키예프 공국 지배하에 자치권을 일부 행사했지만, 종족이 구심력을 잃으면서 사라져 갔다. 하자르족은 아프가니스탄의 하자라족(Hazaras), 헝가리의 마자르족,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족, 우크라이나 돈강 유역의 코사크족,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 유대인, 크림반도의 타타르족이 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또 하자르 유대교도들은 동유럽과 서부 러시아에 흩어졌는데 이들이 독일 유대인의 원조인 아슈케나짐(Aschkenasim)의 기원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런 견해에 대해 시오니스트들은 반박하고 있다.

 


<참고자료>

Wikipeida, Khaz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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