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군의 윌리엄 로버트 브로튼 함장(Captain William Robert Broughton, 1762~1821)은 1797년 10월 4일 조선의 해역에 진입했다. 그는 항해일지에 이렇게 썼다.

“바람은 약했고 날씨는 온화했다. 그러나 수평선 위로 15°까지 덮고 있는 흔하지 않은 안개 때문에 땅 위의 어떤 것도 뚜렷하게 볼수 없었다. 해안의 경사면과 가까운 곳으로 다가가기 위해 바람이 남동쪽으로 불어올 때까지 키를 움직이면서 배를 몰았다. 그런데 남서쪽으로 키를 돌리자 갑자기 뭔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정오에, 우리가 뱃길을 열면서 가는데 하얀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서로 다른 크기의 암초들이 함게 모여 있었다. 6시, 튀어 나온 바위 하나가 북동 30° 방향에 있으며, 남쪽 끝자락은 남서 75° 방향에 있었다. 한 개의 구멍이 북서 15°와 직선 방향으로 있다. 남쪽 포인트는 두 개의 땅으로 겹쳐져 있으며 4~5리그 떨어져 있다.”

 

 

브로튼 일행이 설명한 곳이 현재 북한 함경북도 난도(卵島)다. 해방직후 행정구역으로는 함경북도 경훙군이었으나, 지금은 라선시 선봉구역이다. 바위섬 몇 개로 구성된 무인도이며, 북한에선 알섬이라고 한다.

알섬은 김책시 앞바다에서 멀지 않으며, 현재 북한에서는 방사포와 지대지미사일 시험장소로 활용했다. 2019~2020년 북한 미사일 도발, 2021~2022년 북한 미사일 도발 때에도 이 섬이 목표지점으로 사용되었다.

 

225년전 대영제국의 해군 햄정이 조선의 바다를 조사한 것은 제국주의적 탐욕에서였다. 아메리카 식민지가 독립한(1776) 후 영국은 인도에 집중했고, 동아시아와 북태평양을 넘보았다. 그들은 청나라 영토였던 외만주(연해주) 해안을 거쳐 조선 해역에 진입한 것이다.

 

2018년 9월 우리는 코리아니호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극동범선대회에 참여하며 브로튼 함장의 항로를 탐색했다. 브로튼이 항해한 북한지역은 분단의 장애에 막혀 접근하지 못했다. 다만 공해상에서나마 북한을 느낄수 있었다.

여수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오가는 길에 대화퇴(大和堆)라는 황금어장이 있다. 대화퇴 어장은 동해 중부 독도 인근의 어장으로 평균 수심이 300~500m인 얕은 바다에 퇴적물이 쌓여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플랑크톤이 많아 오징어, 연어, 송어, 전복, 문어, 꽁치, 방어 등 수산자원이 아주 많다.

 

 

대화퇴는 1924년 일본 해군 측량선 ‘야마토(大和)’호에 의해 발견되어 이름이 붙여졌고, 대화퇴는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되나 북대화퇴는 공해에 해당된다.

북대회퇴에 여러 나라의 많은 어선들을 볼 수가 있었다. 이 곳에서 중국배도 많이 만났고, 특히 북한 선박들이 많이 눈에 띠었다.

조·러 어업구역에는 중국의 쌍끌이 어선들이 사방팔방에서 야간조업을 하고 있었다.

북한 어선은 부표에 메어놓은 오징어 조업선을 포함해 여러척을 볼수 있었다. 북한의 어선들은 대부분 소형 목선선박으로 전자장비도 없이 무리하게 북대화퇴, 동대화퇴까지 조업하러 다니다 기관고장 및 연료부족으로 표류하게 된다. 이럴 경우 바람과 해류의 영향으로 멀리 일본의 북해도나 혼슈 북서쪽 해안으로 밀려온다.

표류한 배들이 일 년에 수 백 척이라고 하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2018년 홋카이도에 표류한 북한어선이 155척이라고 하며, 필자도 극동범선대회를 마치고 귀항 중 새벽에 북한 표류어선과 충돌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