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이후 호주 군주제 유지될까
엘리자베스 이후 호주 군주제 유지될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6.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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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정부, 공화국차관보 신설…과거 실패 거울삼아 찰스 즉위 대비하는듯

 

최근 호주에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공화제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지난달 호주총선에서 8년여만에 노동당이 승리하면서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총리의 내각이 들어섰다. 앨버니지 내각은 또디시 공화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노동당정부는 공화국 차관보’(assistant minister for the republic)라는 자리를 신설하고, 그 자리에 공화주의자인 맷 시슬스웨이트(Matt Thistlethwaite) 노동당 의원을 앉혔다.

 

영국과 호주 /위키피디아
영국과 호주 /위키피디아

 

호주는 공식적으로 190111일 영국에서 독립했다. 호주는 영국이 지배하던 6개 식민지를 연방으로 하는 나라로,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호주 국왕은 영국 국왕인 엘리제베스2세이고, 여왕이 파견한 총독(Governor-General of Australia)이 국왕을 대리한다. 하나의 군주가 여러나라의 국왕을 겸하는 동군(同君)연합의 형태다.

호주의 총독은 대외적으로 국가수반이자, 연방집행위원회 대표를 겸직한다. 또 비상대권을 가지고 있다. 호주 독립 120여년 동안 총독의 비상대권은 단 한번 집행되었는데, 1975년 호주 헌정위기 때다. 1972년 호주 노동당은 23년간의 자유당 장기집권을 끝내고 정권을 장악했다. 21대 총리에 오른 고프 휘틀럼은 좌파적 정책을 밀어붙였다. 휘틀럼은 미군의 북베트남 폭격을 비판하는 내용의 편지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고, 중국, 북베트남을 승인하는가 하면, 북한과 수교하기도 했다.

호주 노동당 정부의 이런 노선에 영국 정부의 외교정책과 배치되었다. 1975년 엘리자베스 2세가 임명한 호주 총독 존 커(John Kerr)가 비상대권을 행사, 휘틀럼 총리를 해임했다. 총독의 이 조치는 역효과를 유발했다. 호주에서 군주제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대통령을 선출하자는 공화주의가 대두되었다.

호주 공화제 논란의 피크는 1999년 공화제 선택을 묻는 국민투표얐다. 노동당 출신의 폴 키팅 총리는 호주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011월을 기해 군주제를 폐지하고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안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1999116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공화제 찬성이 45%, 반대가 55%였다. 호주인 절반 이상이 영국왕실과의 단절을 원치 않은 것이다.

 

호주 보터니만에 세워진 식민지시절 감옥 흔적 /위키피디아
호주 보터니만에 세워진 식민지시절 감옥 흔적 /위키피디아

 

호주는 1770년 영국해군 소속 탐험가 제임스 쿡이 항해했을 때만해도 영국에 큰 관심을 끌지 못한 대륙이었다. 1783년 미국이 독립해 떨어져나간 이후 영국은 본국에서 발생한 범죄자들을 격리시킬 장소로 호주를 활용했다. 1788년 영국은 시드나만에 감옥을 지어 영국기를 게양하며 뉴사우스웨일스 식민지를 건설했다. 이후 6개 식민지로 확장, 관리하다가 1901년 영연방내 국가로 독립시켰다. 호주는 1, 2차 대전에서 영국과 같은 편에서 참전, 피를 흘렸고, 한국전쟁에도 군대를 보내 서방진영의 일원으로 역할을 했다.

 

1970년 호주 퀸스랜드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위키피디아
1970년 호주 퀸스랜드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위키피디아

 

신임 앨버니지 노동당 정부가 당장 공화제로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23년전 국민투표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기발걸음처럼 천천히 공하제 이슈를 띄우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공화국차관보에 선임된 시슬스웨이트는 호주 방송 인터뷰에 "호주 국민에게 우리가 외국의 군주를 우리나라의 국가수반으로 두고 있고 총독이라는 대리인이 있지만, 우리는 호주인을 우리의 국가수반으로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정치권의 논쟁과 달리, 호주인들은 군주제냐 공화제냐의 논쟁에 별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1975년이 총독이 개입한 일이 있었지만, 그후 오랫동안 국왕의 내정간섭이 전혀 없었는데다 권한도 없는 대통령을 굳이 뽑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호주인은 군주제 이슈보다 성평등권, 인종평등문제 등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호주인들이 공화제 논의에 무관심한 두 번째 이유로 엘레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꼽았다.

최근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70주년을 맞아 신임 앨버니지 총리는 여왕에게 축하와 지지를 표명했다. 노동당 총리가 공화제 논의를 꺼낸 이면에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를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왕에 대한 호주인들의 지지가 높기 때문에 정식 이슈로 내세우지는 않겠지만 찰스 왕세자가 국왕이 될 것에 대비해 논의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보인다.

 


<참고자료>

Wikipedia, 1975 Australian constitutional crisis

Wikipedia, 1999 Australian republic referendum

NYT, Why Is Australia Still Part of the British Monarchy?

abc, The federal government has appointed an assistant minister for a republic. Could a referendum soon fo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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