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섬 이야기…쿠바와 푸에르토리코
두 섬 이야기…쿠바와 푸에르토리코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6.15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페인령에서 출발, 인종·언어·문화 동일…독립국과 미국 자치령의 차이

 

쿠바(Cuba)와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는 카리브해에 일직선으로 나열되어 있다. 왼쪽 끝이 쿠바, 오른쪽 끝에 푸에르토리코가 있다.

쿠바의 면적은 11으로 우리나라보다 약간 넓고, 인구는 1,100만명 정도다. 푸에르토리코는 면적 9,194로 경기도와 비슷하고, 인구는 320만명 정도다. 두 섬의 거주자는 모두 스페인인의 후손 또는 혼혈인이며,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두 곳의 섬사람들은 문화적으로 서로 강한 동질감을 갖는다.

하지만 통치체계는 완연히 다르다. 쿠바는 독립국이지만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이다. 1959년 쿠바에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이 성공한 후 두 섬은 적대적 관계에 놓였다. 카리브해 동족 사이에 동서냉전의 긴장이 격화한 것이다.

재미 있는 사실은 쿠바와 푸에르토리코의 국기(주기)가 비슷한 다자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쿠바 국기와 푸에르토리코 주기는 색깔이 바뀌어 있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쿠바와 푸에르토리코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공동 목표를 가지고 독립 투쟁을 벌였다. 그땐 독립투사들이 같은 깃발을 사용했다. 그 깃발이 쿠가 국기다.

미국 자치령 시절에 푸에르토리코는 주기 사용이 금지되었다가 1952년에 해금되었다. 파란색 부분은 원래 하늘색이었으나, 성조기와 같은 색으로 바꾸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굴욕을 감수했다.

 

쿠바 국기(위)와 푸에르토리코 주기(아래) /위키피디아
쿠바 국기(위)와 푸에르토리코 주기(아래) /위키피디아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미국이 스페인에 승리하면서 두 섬은 동시에 미국 영토가 되었다. 쿠바는 1902년 공화국으로 형식적인 독립을 얻었으나, 국방·재정·외교는 미국의 감독을 받는 준식민지 형태였다.

푸에리르토리코는 초기에 미국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섬이 작고 별반 광물자원도 없었기 때문이다. 1917년 푸에리토리코 주민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었다. 현지 대표들은 2차 대전에 주민을 끌고 가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으나, 미국은 시혜라고 밀어붙였다.

푸에르토리코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1959년 쿠바의 공산혁명이었다. 쿠바의 혁명가들이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추구했을 때, 푸에르토리코의 많은 독립파들이 카스트로를 지지했다.

하지만 미국은 뒷마당인 카리브해에서 공산화의 물결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푸에르토리코를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모델로 삼았다. 미국인들의 투자도 증가했다. 역으로 푸에르토로코의 대외채도 증가했다.

두 섬의 경제적 격차가 커졌다. 면적에서 10, 인구에서 3배의 차이가 나는 쿠바와 푸에르토리코는 GDP에서 거의 대등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의 1인당 GDP를 비교하면 쿠바는 9,478 달러, 푸에르토리코는 32,233 달러다.

냉전 기간에 카스트로에 저항하는 이민자들은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가거나 푸에르토리코로 갔다. 쿠바인들에겐 같은 기후에다 언어, 풍습이 같은 푸에르토리코가 더 편하기 때문에 많이 이주했다.

 

쿠바와 푸에르토리코의 위치 /위키피디아
쿠바와 푸에르토리코의 위치 /위키피디아

 

미국에 등을 돌리고 독립한 쿠바, 미국의 품 속에 살고 있는 푸에르코리코.

어느 방식이 더 주민들의 삶에 유리할까. 통계상으로 푸에르토리코인의 소득이 쿠바인보다 3배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카스트로가 죽고 쿠바는 꽁꽁 걸어 잠궜던 문을 열고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제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에 쿠바를 방문해 아메리카 대륙의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묻으러 왔다고 했다. 60년전 플로리다 마이애미는 쿠바인들의 망명지였지만, 지금은 쿠바 여행자들의 출발지로 변했다.

이에 비해 푸에르토리코는 그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과도한 해외차입으로 재정이 바닥나고, 실업률이 10% 이상 옾아졌기 때문이다. 한때 공산주의 국가는 자유시장에 접근하는데 비해 자분주의 틀에 갇혀 있던 섬나라는 파산한 것이다.

 

그렇다고 푸에르토리코가 정식으로 미국 영토가 된 것도 아니다. 푸에르토리코는 내정에는 자치권을 갖지만 외교와 국방에 관해서는 여전히 미국의 관리하에 있다. 미국 연방의회 하원에 대표단을 파견, 발언권을 갖지만 투표권이 없다.

푸에르토리코는 202011월 정식으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자의 52.5%가 미국의 주가 될 것을 찬성하고, 47.5%가 반대했다. 하지만 미국 상원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상원은 공화당이 잡고 있는데, 푸에리토리코가 정식 주로 바뀌면 상원의원 2명을 배출하는데 히스패닉들이 민주당 성향이어서 상원 지배가 힘들게 된다는 게 이유다. 겉으론 스페인어를 사용한다느니 하는 다른 이유를 내세운다.

 


<참고자료>

Wikipedia, Cuba

Wikipedia, Puerto Rico

Guardian, Caribbean neighbors Cuba and Puerto Rico wonder who really won cold wa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