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라앉혀 인플레 잡겠다는 美 연준
경기 가라앉혀 인플레 잡겠다는 美 연준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6.16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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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75%p 인상, 내달 또 예고…바이든 풀고 연준 걷어들이고

 

도자기 가마에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길을 잦아들게 하는 방법은 불구멍을 닫는 것이다. 공기 들어가는 양을 줄여 화기를 약화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경제 현장에도 이런 초보적인 수단 이외에 쓸수 있는 처방이 없다는 맹점이 있다. 돈이 많이 풀려 물가가 치솟는다면 돈줄을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물가가 잡힌다. 결국 경기를 냉각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불길이 너무 거세면 공기흡입구의 조임도 강하게 해야 한다. 그 초보적 수단을 미국 중앙은행이 채택한 것이다.

미 연준(Fed)은 현지시간 15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다. 0.25%P씩 하던 것을 한번에 세 계단 오른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fund rate)0.751.00%에서 1.501.75%로 크게 올랐다. 0.75%P 인상은 1994년 이후 처음이며, 미국 언론들은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래픽=박차영
그래픽=박차영

 

Fed의 과격한 금리인상은 필연적 결과다. 연방정부가 과도하게 푼 돈을 걷어들여 인플레이션을 꺽겠다는 것이다.

경제의 앞길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 내일의 경제는 지난 궤적을 따라 갈 것이기 때문이다.

2년전으로 돌아가보자. 2020년초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해 빠른 속도로 전세계로 퍼져갔다. 초유의 대재앙을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각국에서 인위적인 이동통제가 단행되었다. 경제활동은 멈췄다. 각국 정부는 돈을 찍어내며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려 나섰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돈을 풀었지만, 2021년 출범한 조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는 공화당 정부보다 더 했다. 거의 퍼붓다시피 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을 정책기조로 삼았다. 현대화폐이론은 화폐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완전고용 달성을 주장하는 비주류 경제이론이다. 한마디로 발권력을 통해 국가부채를 상환하자는 것이다.

이런 기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첫해에 19,000억 달러의 수퍼 경기부양안을 내놓았다. 이 돈이 얼마나 많은지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로런스 서머스가 바이든의 경기부양책이 지나치다고 하면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불붙었다. 서머스는 202124일자 워싱턴포스트지 기고에서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금융안정성과 재투자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서머스가 주장한 인플레이션 유발론의 골자는 두가지다. 첫째는 부양자금이 국가생산보다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꺼번에 대규모 자금이 쏟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19,000억 달러는 위축된 경제의 규모를 상당히 초월해 오히려 과도한 지출로 가격상승을 유발시키고 새로운 경기위축을 초래한다고 했다. 서머스는 또 이렇게 많은 자금을 쓰더라도 10년 정도 장기에 걸쳐 지출함으로써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케 해야 하며, 1~2년 내에 단기로 퍼부을 경우 효과는 단기적이라고 주장했다. 서머스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공황을 해결하기 위해 8,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정책을 주도했던 경제통이다. 당시 바이든은 부통령이었다. 그러던 그가 과도한 재정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과도하게 퍼부은 돈은 주식시장,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유동성장세를 창출해 냈다. 팬데믹이 시작하던 20208월에 미국 IT 골리앗 애플의 시가총액2조 달러를 넘었다. 당시 애플의 시총은 대한민국의 2019GDP 총액 22,249억 달러(세계은행 기준)에 근접하며, 스페인(19,873억 달러)와 비슷했다. 국가 단위 GDP 순위로 애플의 시총은 15위에 올라섰다. 팬데믹이 금융시장의 비정상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무렵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지난 2년 동안에 새로운 것을 한 게 없는데 순식간에 2조 달러로 커진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대중의 커뮤니케이션과 오락, 쇼핑 등을 장악했다는 이유로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수혜자는 애플만이 아니었다. 미국 IT5대 갱이라 불리는 GAFAM(Apple, Amazon, Google, Microsoft, Facebook)이 모두 코로나 팬데믹의 수혜주가 되었다. 5개 공룡 IT회사의 주가는 펜데믹이 시작하면서 수직상승했고,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5개 기업의 주가상승은 뉴욕증시의 모든 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팬데믹 이후 Fed는 기준금리를 제로로 내렸고, 연방정부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경쟁적으로 미래의 세수를 채권으로 전환해 수조 달러의 돈을 풀었다. 그 뭉칫돈이 미국 경제 전역을 한번 휩쓸고 지나간 뒤에 증권시장으로 몰렸다. 특히 팬데믹 시대에 살아나갈 기업, 즉 비대면 기업 가운데 공룡에 몰린 것이다.

펜데믹 이후 세계경제를 예측한 신대공황의 저자 제임스 리카즈에 따르면, 트럼프 시절인 2020년에 미국 의회가 과거 8년간 발생한 적자지출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적자지출을 승인했다. 여기에 바이든의 지출을 합치면 엄청난 액수의 재정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고, 성장지체가 발생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해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미증유의 펜데믹 경제를 놓고 해법을 제시하고 전망을 예측했지만, 그들도 도자기를 굽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가 얼어붙으니 불을 지폈다가 불이 너무 달아오른다고 꺼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리를 올려놓고 기자들에게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오늘 관점으로 볼 때 다음 회의에서 50bp 75bp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전임 Fed 의장이자 지금 바이든 정부의 재무장관인 제닛 옐런도 인플레이션을 걱정했다. 그녀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나는 오랫 동안 인플레이션을 연구해 왔다그러나 지금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고, 우리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 이게 최대의 리스크다.”고 했다. 옐런도 재무장관이 되더니 정치성이 강해졌다. 그녀는 바이든이 돈을 풀 때 인플레이션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뒤늦게 걱정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자신의 논문에서 과거 30년 미국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금리를 올리는 경우 반드시 경기침체(Recession)가 뒤따라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리세션은 불경기)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고 봐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경기를 냉각시키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 이제 불경기는 피할 수 없는 상수가 되었다. 얼마나 골이 깊을 것이냐만 남아 있다. 천문학적 양적 완화를 하고 나서 Soft Landing(연착륙)은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결국 불경기에 대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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