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힘…루블화 강세 걱정하는 러시아
에너지의 힘…루블화 강세 걱정하는 러시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6.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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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 루블화 결제로 극복…강세 지속으로 네덜란드병 걱정하기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러시아 루븛화는 폭락했다. 미국과 유럽의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기업의 달러화·유로화 결제가 중단되고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러시아 은행들이 배제되었다. 전쟁전에 1달러당 70~80 달러 사이를 움직이던 루블화가 140루블로 폭락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러시아 파산이 멀지 않았다는 성급한 예측이 나왔다.

러시아는 한달정도 그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곧바로 외환시장을 되살려 냈다. 그 힘은 에너지에 있었다. 서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에 의존했다.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러시아의 가스를 썼고, 러시아에서 기름을 들여왔다. 러시아는 서유럽 국가에 가스값과 석유값을 루블화로 결제하자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가스와 기름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그 협박이 통했다. 서유럽 국가들의 동맹이 흐지부지되고 개별국가, 개별기업 별로 루블화로 기름을 사고 가스를 들여왔다.

전쟁이 일어난뒤 한달쯤 뒤인 3월말부터 루블화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의 에너지 겁박이 성공한 것이다. 그후 루블화 가치는 급격하게 상승해 전쟁 이전으로 돌아왔다. 5월 루블화 환율은 1달러당 58루블, 1유로당 환율은 60루블까지 떨어졌다. 루블화 값이 전쟁 이전보다 비싸졌고, 계속해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추이 /코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관
러시아 루블화 추이 /코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관

 

코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관은 최근 루블화 강세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기술적인 사유다.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며 루블화가 평가절하되고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며 거주자의 루블 현금화와 달러화 시도가 급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화 이탈을 막기 위해 외화 관련 제재를 강화했다. 그 조치는 성공했고, 3월 중순 이후로 루블화 가치는 급격하게 상승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화 이탈을 막기 위해 러시아 거주자들에 대해 러시아 이외의 금융기관에서 개설된 본인 계좌로의 외화 송금을 금지했다. 또 기준금리를 20%까지 높이고 1만 달러 이상의 현금이나 외화 화폐 상품은 해외 반출을 금지시켰다. 한국을 포함해 43개 비우호국 국민에 대해서는 해외 송금을 월 5,000달러로 제한시키고 달러 및 주요 외화로의 현금 인출은 처음에는 월 만 달러로, 이후에는 아예 금지시켰다.

이후 환율이 완화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68일부터 러시아 거주자 및 우호국 비거주자의 해외 송금을 월 15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비우호국에 속한 비거주자 단체에 대해서는 종전과 동일하게 해외송금이 금지된 상태이다.

 

둘째는 수출의 루블화 결제다.

지난 3월 루블화 하락세가 지속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수출업체에 수출대금의 80%에 해당하는 외화를 의무적으로 매각해야 했다. 즉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얘기다. 이로 인해 루블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 조치로 달러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루블화 강세로 이어졌다.

특히 주효한 조치는 가스 대금 지불을 루블화로 의무화한 것이다. 러시아 최대 에너지 국영기업 가스프롬(Gazprom) 해외 파트너 54개 사는 대금 루블화 지급을 위해 가스프롬방크(Gazpombank) 계좌를 개설했다.

또 러시아 주 수입원 중 하나인 석유 가격이 상승하며 루블화 강세를 불러왔다. 몇주 간 루블화 강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규제를 완화했다. 5월 매도 필수 금액을 80%에서 50%까지 낮추고 매도 기한을 3일에서 120일로 늘렸다.

 

러시아 경제전문가들은 올 여름에는 루블화 상승세 2차 바람이 불어 1달러 당 50루블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루블화의 지나친 강세가 수출 경쟁력을 떨어트려 네덜란드병을 불러올 것을 우려한다.

네덜란드병은 석유, 가스 등 자원이 개발된 후 단기적으로는 경기 호황을 누리다가 자원 수출에 따른 부작용으로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1959년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유래했다. 1959년 흐로닝언주 앞 북해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네덜란드는 가스 수출로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수출대금이 자국으로 대거 유입되자 달러 대비 굴덴화(네덜란드 통화 단위)의 가치가 크게 상승해 네덜란드 수출기업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또한 달러의 유입으로 시중에 돈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임금 상승을 주장하는 노조와 기업 간 대립이 심화됐다. 이후 네덜란드는 극심한 사회 불안과 기업들의 투자위축을 경험했고 이는 결국 경기 불황으로 이어졌다.

러시아는 1999년 이후 계속된 고유가의 영향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루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 인플레이션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 등 자원 가격 상승으로 루블화 강세가 지속되자 러시아 경제에 네덜란드병을 걱정할 상황이라고 경제전문가 D.Domashenko 박사는 전망했다. 그는 루블화 강세는 결국 에너지 자원을 제외한 시장에서의 러시아 제품 가격 경쟁력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고 RBK Group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부 전문가는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경제학 교수 B.Heifez는 또드른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러시아 경제가 세계로부터 고립되며 수입, 투자, 상거래 등이 줄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의하면 2022년 러시아 수입이 작년 대비 17%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 제재와 물류 제재의 결과다. 루블화 강세가 지속되어 러시아 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수입업체 지원을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그는 RBC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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