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법성 스님의 표류 연구⑦…쌍계사 안치
17세기 법성 스님의 표류 연구⑦…쌍계사 안치
  • 이효웅 해양전문가
  • 승인 2019.06.18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년반 동안 태풍·해적들 만나며 16나한상과 선원 26명 한사람도 다치지 않고 도착

 

.맺음말

 

谷雲 金壽增1665(현종 6) 강원도 평강군 戱靈山 주1) 深寂庵 주2)에서 쌍계사 승려 法性을 만나 표류 경험담을 곡운집』 「법성전에 수록하였다. 법성은 하동 쌍계사에 모실 16나한을 경주 천태산에서 옥돌로 제작하여 장진포로 이동하여 하동으로 이운하던 중에 배가 부산근해에서 강한 남풍을 만나 흑룡해에서 3개월 동안 표류하였다. 다행히 북풍을 타고 일본을 거처 2년 반 만에 돌아왔지만 방문한 곳의 독특한 지명들과 특징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김수증에게 자세히 전해주었다.

법성 일행이 탄 선박은 남풍으로 표류하여 여러 날 지나 북해 멀리 갔다가 해류를 타고 흑룡해의 목미도에 표착하였다. 러시아 팟야티나섬은 나무처럼 길고, 섬 가운데 호수와 너른 들판이 있어 농사짓기에 좋은 섬이어서 목미도라고 명명하였을 것이다. 법성 일행은 목미도에서 해류를 타고 수종 지역을 통과하여 가운데 동굴이 있는 토비진을 지나 북풍을 타고 해식동굴이 많은 리코르다섬에 도착하였다. 마지막으로 한 달 정도 돌고 돌아 위도와 비슷한 섬인 펠리스섬에 도착하였다. 남쪽으로는 더 이상 섬이 안보이기 때문에 귀항을 위하여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강한 북풍이 불기를 기다렸다.

20189, 동해 해상에서 범선대회 중에 무동력 항해로 경기 도중 2일간 표류를 경험했는데, 동해상에서의 표류는 정말 아찔하고 매우 어려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공해상 북대화퇴 어장에서 표류하면서 중국 어선과 북한 어선들을 많이 만났고 중국의 쌍끌이 어선들과 충돌할 위험성이 커서 기적을 울리고 손짓발짓을 했었다. 여수로 귀항 중에는 새벽에 표류어선과 충돌할 뻔하였다. 북한 청진시와 김책시 앞바다 공해상에서 북한선박 두 척이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다가와 모두들 긴장했는데 북한의 쌍끌이 어선이었다. 법성 일행이 탄 선박이 흑룡해 주3)에서 장기간 표류하면서 해적들을 세 차례나 만났던 상황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위도에서 를 지내면서 간절하게 북풍이 불기를 기원한 선원들은 보름 정도 기다려 기원하던 북풍이 불어오자 돛을 올려라환호하면서 출항하였다. 동해를 가로질러 항해하다 조카이산을 발견하고 육지다하면서 또 한 번 환성을 질렀다. 9일 만에 도착한 곳은 일본의 야마가타현 도비시마에 표착하여 나는 고려의 승려다라고 말했다.

 

법성 일행과 16나한상의 표류항로를 정리하면,

첫째, 장진포는 천태산에서 동해로 흐르는 동해천 하류의 작은 항구로 추정한다.

둘째, 흑룡해는 우스리스크만과 아무르스키만이 있는 표트르대제 만이라고 추정한다.

셋째, 처음 표착한 목미도는 블라디보스토크 동쪽의 팟야티나로 추정한다.

넷째, 가리도는 루스키섬 제일 남쪽의 토비진곶이라 추정한다.

다섯째, 혈도는 해식동굴이 많은 리코르다섬으로 추정한다.

여섯째, 위도는 전라도의 위도와 닮은 볼쇼이 펠리스섬으로 추정한다.

일곱째, 일본의 표착지는 조카이산을 발견하고 9일 만에 도착한 도비시마로 추정한다.

여덟째, 일본에서 2년 동안 머물렀던 곳은 후쿠라로 추정한다.

 

법성과 선원들은 표류의 전체 과정을 일본 사람들에게 상세하게 전하고 도움을 청했다. 일본에서 2년간 머물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많은 선물도 받았다. 승려 법성의 지극한 불심에 감복한 일본 사람들은 지극한 존경심을 표하고 일본에 오래 머물기를 간청했을 것이다. 법성스님과 선원들은 배 수리를 완전하게 마치고 출항 준비를 하였다. 일본 상선과 함께 16565월 후쿠라에서 출항하여 16568, 선원 26명과 옥석으로 만든 16나한상은 모두 무사히 부산 동래에 도착하였다.

16나한상은 1656년 가을에 쌍계사에 무사히 안치하였는데, 후대에 이르러 옥돌로 조성된 불상은 없어지고 목각으로 조성된 16나한상이 남아있다. 삼신산 쌍계사지 주4)에는 벽암스님이 應眞堂1641년 창건하였는데, 이것이 나한전의 전신이 아닌가 여겨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림27-1. 쌍계사 나한전의 목각 16나한상 /이효웅 제공
그림27-1. 쌍계사 나한전의 목각 16나한상 /이효웅 제공
그림 27-2. 쌍계사 나한전의 목각 16나한상 /이효웅 제공
그림 27-2. 쌍계사 나한전의 목각 16나한상 /이효웅 제공

 

법성전에 일본의 지명이나 특징이 거의 없는데, 곡운과 법성 두 사람이 희령산 심적암에서 시간이 많지 않았거나 이야기가 길어져서 중요한 것만 이야기하였다고 본다. 그리고 항해나 선박에 관한 용어들이 거의 없고 항해장비의 파손 여부도 알 수 없다. 다만 서두에 배가 크고 튼튼하며 사공이 일본까지 항해한 경험이 있어 무사하였다고 한다.

기록을 정리하면, 첫째, 조선에서 러시아, 일본을 거처 3개국을 돛단배로 직선거리 2,000마일 이상을 무사히 항해하였다. 둘째, 2년 반 동안 태풍과 해적들을 세 차례 만났어도 16나한상과 26명 한사람도 다치지 않았다. 이 기록은 선박과 항해장비가 발달한 오늘날도 이루기 힘든 대기록이다. 이것은 법성대사와 사공의 능력 이전에 부처님의 도움도 있지 않았나? 생각되어지고, 1발해 13005)와 제2발해 뗏목탐사대와 같은 무동력선 항해에 龜鑑이 된다.

표트르대제만에서 위성뜰개를 이용한 해류 조사를 하면 좀 더 정확한 이동 경로를 알 수 있는데 타국이라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2020년 제2SCF극동범선대회에 참가하여 표트르대제만의 수종지역과 토비진 동굴에 대하여 알아보고 좀 더 보완하고자 한다.

조선왕조의 많은 표류기 기록 유산들은 한국·일본·중국·러시아의 옛 문헌과 지도를 함께 펼쳐놓고 검토해야 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현지를 답사하여 토론하면서 검증하는 방법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1)  희령산은 평강군의 산이다. 조선지도(16030). 평강군 평강현은 지금의 북한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세포군과 평강군 일대이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이기봉

2) 금강산 심적암은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사찰로 폐사되었다. 북한사찰연구,1993, p569

3) 러시아 黑龍州는 옛 청나라 지명으로 지금의 러시아 아무르주와 연해주 지역이다. 헤이룽강은 아무르강, Амур, 黑龍江·黑龙江·흑룡강, Heilong Jiang·헤이룽강, Amur River로 부른다.

4) 삼신산 雙溪寺誌, 藕潭, 성보문화재연구원, 2004, p35

5) 2호 발해 뗏목탐사대는 방의천(46·탐험 전문인)씨를 대장으로 대구과학대 방송연예학과 오한택(36) 교수와 황기수(40·산악인), 연정남(30·인명구조 교육 강사) 4명이다. 이들은 200529, 강원도 거진항에서 삼나무로 뗏목(너비 4.5m, 길이 11m, 무게 11t)을 제작하여 러시아로 옮겨 포세이트만을 떠나 출항하였으나 며칠 만에 높은 풍랑으로 실패하고 북한해역에서 동해 해경에 구조되었다.

 

 

참고문헌 및 자료

 

1. 자료: 동아시아 표해록과 표류의 문화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2012; 북조선의 목조선 표착 확인, NHK(2017.11.28.);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 고베해양박물관; 長崎歷史文化博物館

2. 谷雲集』 「법성전, 한국문집총간 125, 민족문화추진회편

3. 漂舟錄, 李志恒, 한국학중앙연구원

4. 일본 표해록, 楓溪賢正, 김상현 옮김, 동국대학교 출판부, 2010

5. 안용복과 원록각서, 오오니시 토시테루 저, 권정 역, 한국학술정보(), 2011, p459~463

6. 라페루즈의 세계 일주 항해기, 번역총서, 1, 국립해양박물관, 2016, p527

7. 朝鮮王朝實錄

8. 新增東國輿地勝覽

9. 삼신산 雙溪寺誌, 藕潭, 성보문화재연구원, 2004

10. 한글대동여지도, 도편: 최선웅, : 민병준, 진선출판사, 2017

11 朝鮮, 근세 동아시아의 상호인식최소자, 혜안, 2005

12. 국역해행총재해제, 강주진, 민족문화추진위원회, 1974

13. 17세기 중엽 조선 승려의 이국 체험-谷雲集 소재 <법성전>의 표류기를 중심으로

동양고전연구28, 남미혜, 2007, P61-88

14. 발해건국 1300주년기념 발해해상항로 학술뗏목 탐사를 통한 발해의 동해 해상항로 연구, 김윤배 외 2, 동북아역사논총16, 76,

15. 소형선박의 해상 표류특성, 선박해양기술, 이문진·강창구, 2001, p32,p69

16. 표류선박 거동 특성 관측 및 분석, 한국해양환경공학회지, 이문진·강창구·윤종휘, 2005, p17-22

17. 동한난류의 월별 변동에 관한 연구, 한국해양연구원 보고서, 김철수, 1995, p15

18. 지도: 구글, 다음, 네이버, 블라디보스톡 해도해류도, 大東輿地圖, 靑邱圖

 

이효웅씨 프로필

해양탐험가, 해양사진가, ()이사부기념사업회 이사, 범선 코리아나 크루

대통령표창(2008), 홍조근정훈장(2015), 이사부, 삼척 출항의 재조명(2016 한국이사부학회)

해양탐사선 코스모스호 제작, 독도 및 한반도 단독일주 8,000km, 범선 코리아나호(해외6, 국내10여회), 독도사진전 20여회

카약을 타고 독도를 탐험하는 이효웅씨 /이효웅 제공
카약을 타고 독도를 탐험하는 이효웅씨 /이효웅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