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관리들, 한강서 뱃놀이하며 독서휴가
조선 관리들, 한강서 뱃놀이하며 독서휴가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06.22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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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때 독서당계회도, 7.7. ~ 9.25. 일반 공개…한강 옥수동 일대 실경 묘사

 

조선시대에 국왕이 젊고 유능한 문신들을 선발해 휴가를 주어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가 시행되었다. 요즘으로 치면 교수들에게 주는 휴식년제나 공무원들에게 베푸는 연수제도와 비슷하다. 유교국가였던 조선조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휴가제도를 실시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관리들에겐 끼리끼리 모여 벗을 만들어 노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독서 휴가를 받은 관리들은 모임(契會)를 만들어 뱃놀이를 하고 행사를 기념하는 인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이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

우리나라에는 16세기 독서당계회도 3점이 전해지는데, 그중 하나가 해외에 반출되었다가 지난 3월 문화재청이 미국 경매에 참여, 매입했다. 문화재청은 그 독서당계회도를 내달 7일부터 서울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한다. 전시마감은 925일까지다.

 

독서당계회도(화면) /문화재청
독서당계회도(화면) /문화재청

 

이번에 공개한 독서당계회도는 중종(재위 1506-1544) 연간에 독서휴가를 받은 관료들이 모임을 기념해 제작된 그림으로, 실경산수로 그려진 계회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고, 참석자들의 이름과 모임 당시 관직명 등을 통해 제작연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조선 초기 산수화의 수작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이 그림은 상단에 讀書堂契會圖라는 제목이 전서체로 쓰여 있고, 중단의 화면에는 가운데 우뚝 솟은 응봉(鷹峰, 매봉산)을 중심으로 한강변의 두모포(豆毛浦, 성동구 옥수동) 일대가 묘사되어 있으며, 중앙부에는 강변의 풍경과 누각이 자리잡고 있다. 강변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안개에 가려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讀書堂)을 확인할 수 있고, 계회는 독서당이 바라보이는 한강에서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흥겨운 뱃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중중 12(1517)에 한강 연안 두모포에 독서당(讀書堂)이 지어져 사가독서에 사용되다가 임진왜란 중에 소실되었다.

 

독서당계회도(부분) /문화재청
독서당계회도(부분) /문화재청
독서당계회도(부분) /문화재청
독서당계회도(부분) /문화재청

 

그림 하단에는 참석자 12인의 호와 이름, 본관, 생년, 사가독서한 시기, 과거 급제 연도, 계회 당시의 품계와 관직 등이 기재되어 있다.

참석자들은 1516년부터 1530년 사이에 사가독서한 20~30대의 젊은 관료들이다. 기록된 참석자 가운데 청백리이자 백운동서원을 설립하여 서원의 시초를 이룬 주세붕(周世鵬, 1495-1554), 성리학의 대가로 추앙받았으며 규암집(圭菴集)을 저술한 송인수(宋麟壽, 1499-1547), 50년 간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시문에 뛰어났던 송순(宋純, 1493-1582) 등의 관료들이 주목된다.

독서당계회도에 기록된 참석자들의 관직은 그림의 제작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중종실록에 따르면 송인수와 허항(許沆, 1497-1537)1531년과 1532년 초에 각각 새로운 관직에 임명되었는데, 좌목에는 이들이 1531년 지냈던 관직명이 기재되어 있어 이 작품이 1531년경에 제작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현전하는 작품이 적은 조선 전기의 연대를 확인할수 있는 작품(紀年作)이라는 점과 함께, 조선 초기 실경 산수화의 면모를 대변하는 수작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

 

독서당계회도 좌목(회원명단) /문화재청
독서당계회도 좌목(회원명단) /문화재청

 

이번에 돌아온 독서당계회도는 이미 국내 학계에서는 알려져 있던 유물로,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초 소장자이던 간다 기이치로(동양학자, 교토 국립박물관 관장 역임)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입수한 다른 소장자가 가지고 있다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5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우리 품으로 다시 돌아온 독서당계회도는 오는 77일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는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2022. 7. 7.9. 25.) 전시를 통해 국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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