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을 쫓는 삶의 애환…소설 ‘달과 6펜스’
이상을 쫓는 삶의 애환…소설 ‘달과 6펜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6.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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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갱이 모델…현실에서 벗어나 이상 추구한 화가의 삶을 그린 소설

 

윌리엄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에 제목을 설명하는 내용이 없다.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란 엉뚱한 제목은 어떻게 나왔을까. 평론가들이 내린 유추에 따르면, 서머싯 몸은 또다른 작품 인간의 굴레에서’(Of Human Bondage)에서 주인공 필립을 서술하며 달을 쫓는데 너무 바빠 발 밑에 떨어진 6펜스도 보지 못한다고 했다. 몸은 1956년 편지에서 당신이 땅에 떨어진 6펜스에 집착한다면 하늘을 볼수 없다. 그래서 달을 놓치게 된다.”고 썼다.

달과 6펜스는 스트릭랜드라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을 쫓아 가는 과정을 그렸다. 스트릭랜드는 아내와 그를 좋아하는 여인, 물질적 여유 등 현실적 문제(6펜스)을 멀리하고 파리로, 남태평양 타히티로 옮겨가며 그림의 세계()를 추구한다.

 

작가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그렇다고 주인공 스트릭랜드가 바로 폴 고갱은 아니다. 몸은 소설을 쓰기 위해 고갱의 인생을 추적하고 고갱의 동료와 후원자들을 만났으며, 타히티도 방문했다. 그렇게 해서 구체화된 주인공이 완고하고(strick) 이상향(land)를 찾는 스트릭랜드였다. 소설 주인공과 고갱이 닮은 점은 주식중개인이었다는 점, 가정을 버리고 예술에 전념했다는 점, 유럽을 떠나 타히티로 갔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작가는 고갱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소설은 고갱의 전기가 아니다. 스트릭랜드는 영국인이리는 점을 비롯해 몇가지 구체적인 팩트에서 소설 주인공과 현실의 고갱과 차이점을 드러낸다.

스트릭랜드는 서머싯 몸이 고갱을 모델로 창조한 가상의 인물이며, 소설의 포커스는 이상()과 현실(6펜스)이라는 양면이 교차하는 흐름으로 전개된다.

 

윌리엄 서머싯 몸 /위키피디아
윌리엄 서머싯 몸 /위키피디아

 

달과 6펜스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에 출간된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장편소설이다. 1인칭 작가가 주인공 스트릭랜드를 관찰하는 구조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평범한 주식브로커를 하다가 나이 40살이 되던 어느날,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를 버리고 돌연 화가가 되겠다며 파리로 떠난다. 그에게 호의를 보이는 선량한 친구 스트로브는 그에게 정성을 쏟지만, 그의 부인이 스트릭랜드를 사랑하며 가정이 파괴된다. 스트릭랜드는 타히티섬으로 이주한다. 그는 마지막에 나병에 걸려 고통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강렬한 그림을 그리다가 그 섬에서 죽는다. 그는 아내와 재산이라는 세속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예술에 대한 광기로 삶을 마친다는 내용이다.

 

책 표지 /네이버 책
책 표지 /네이버 책

 

스트릭랜드는 왜 타히티로 떠났을까.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에게 전혀 적합하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있다. 우연한 기회에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해 살고 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들도 모르는 머나먼 마음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살아간다.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그들은 오히려 나그네의 처지일 뿐이다. …… 애착을 느낄수 있는 어떤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떠나는 사람들은 바로 이같은 낯설고 외로운 감정 때문일 것이다. 어떤 뿌리 깊은 격세유전적 본능이 그 방랑자적인 마음을 충동질하여 아주 어리둥절한 먼 옛날에 그의 조상들이 떠났던 땅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홍구역, 문예출판사, 300p)

 

작중 작가는 아브라함과 알렉 카마이클이라는 대조적인 인물을 소개한다.

유대인 아브라함은 의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장차 의학계에서 최고로 인정될 것이 예고되었다. 그에겐 온갖 명예와 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졸업과 취업 사이에 휴가를 이용해 그는 여행을 떠났다. 배를 타고 2~3주일 여행하던 중에 그는 알렉산드리아 항구 선창에 모여 있는 군중들을 내려다 보게 되었다. 남루한 옷을 입은 원주민들, 수단에서 온 흑인들, 큰 소리로 떠드는 그리스인들, 비통한 모습을 하는 터키인들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 순간, 그는 해방감을 느꼈고, 그곳이 자신이 그동안 그리던 고향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남은 인생을 이집트에서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영국에 편지를 보내 예정되었던 직책을 포기하고 말았다. 작가는 후에 알렉산드리아에서 아브라함을 만난적이 있는데, 그는 그곳에서 정부 관리로 일하고 있었다. 아브라함은 그곳에서 살만큼 벌고 있고, 조금도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기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브라함이 포기한 자리를 꿰어찬 사람이 알렉 카마이클이다. 그는 아브라함에 눌려 일반 개업의를 해야 할 형편이었는데 아브라함이 그만두는 바람에 행운을 잡아 출세를 했고, 귀족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아브라함이 완전하 몰락했다며 동정하는 한편 떵떵거리고 사는 자신의 모습에 거드름을 피웠다.

작가는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아브라함은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망쳤을까.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하고 아무런 갈등 없이 평화로움 속에서 자신이 즐길수 있는 상황 아래 사는 것이 인생을 망쳐놓은 것일까. 지위가 높은 의사가 되어 연간 1만 파운드의 수입에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 사는 것이 과연 인생의 성공이라고 할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자시이 인생을 어떻게 보느냐에, 다시 말해 사회와 개인의 요구를 자신이 어떻게 인정하느냐에 좌우되는 것이다.”

 

스트릭랜드는 머나먼 남태평양 타히티에서 자신의 이상을 추구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 아무도 자신을 얽어매지 않는 곳에서 그는 자신의 꿈을 완성했다.

이곳 먼 외지의 섬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고향에서 받았던 혐오감을 전혀 받지 않고 오히려 동정만을 받아왔던 것 같다. 그의 괴상한 행동에 대해서도 이곳 사람들은 관대하다. 세상은 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아마도 그들은 인간이란 그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어떤 결정지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타히티에서 더 이상 나쁜 인간으로 취급받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고국인들 사이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던 것, 즉 동정을 얻었던 것이다. 그 화가는 그 외딴 섬에서 아룸다움을 추구하게 되었다.”

 

폴 고갱 자화상 /위키피디아
폴 고갱 자화상 /위키피디아

 

작가와 부르노 선장은 스트릭랜드에 대해 회고했다.

사실은 오래전에 그가 어떤 악마에 사로잡힌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지요.“

그러나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었던 열정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열정이 전혀 마음을 평화를 주지 않은채 그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던 것입니다. 그는 마치 어떤 신성한 향수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였고, 그의 몸속에 도사린 악마는 무정했던 겁니다. 진리에 대한 욕구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그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의 세계의 모든 기반마저 산산히 부숴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트릭랜드가 바로 그런 유형의 인간이었지요. 그의 경우에 아룸다움이 진리를 대신했을 뿐이지요.“ (326p)

 

스트릭랜드는 타히티에서 아타라는 원주민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그는 섬에서 평화로운 생활 도중 나병에 걸리게 된다. 죽어가면서 그는 자신이 살던 오두막집의 벽과 천장에 영혼을 쏟아부어 자신 최후의 걸작을 그린다. 완성된 그림은 아타와 스트릭랜드 그리고 스트릭랜드를 치료하려 온 의사 셋만 보게 된다. 의사는 그림을 보고 ', 이건 천재다'라고 감탄한다. 스트릭랜드는 그림을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현지처 아타는 남편의 유언을 받아들여 그 그림과 집을 불태워 버린다. 스트릭랜드는 타히티의 나무 밑에 뭍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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