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나무 한지에 은으로 글자 쓴 고려 불경
닥나무 한지에 은으로 글자 쓴 고려 불경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07.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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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과학센터, 보물 ‘백지은니수능엄경’ 보존처리 완료

 

능엄경(楞嚴經) 10권을 필사한 고려불경 백지은니수능엄경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원래 명칭은 백지은니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0’인데, 경전 뒷부분에 1356(고려 공민왕 5) 이방한(李邦翰)이 죽은 어머니를 위하여 썼다는 간행 경위가 적혀있다. 가로 11.2, 세로 30.5의 크기이며, 57번 접은 첩의 형태로서 모두 펼쳤을 때 가로 길이가 6.3 m에 달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이 보물의 보존처리를 마쳤다. 손상부분은 최대한 원형을 살려 복원처리했다. 갈변과 찢김, 결실 등의 손상을 입은 본문 종이는 건·습식 세척 후 찢기고 결실된 부분을 보강했고, 대부분 결실된 상태인 앞표지는 쪽 염색지로 복원했다. 은니 보상화문(寶相華文)이 있는 뒤표지는 마모되어 은색 선이 탈락하고, 이물질이 묻거나 부분적으로 결실되어 쪽 염색지로 결실된 부분을 보강하고 이물질을 제거했다.

 

백지은니수능엄경 보존처리 작업 /문화재청
백지은니수능엄경 보존처리 작업 /문화재청

 

이번 보존처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엇다.

섬유 분석을 통해 종이가 닥나무로 제작한 한지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었다. 이 불경은 1943년 보물 지정 당시에 삼베로 만든 마지인줄 일고, ‘마지은니수능엄경라고 했다가 2010년에 하얀 종이’(백지)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백지은니(白紙銀泥)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하얀 종이 위에 은을 함유한 안료로 글을 쓴 것이란 의미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불경에 글자를 쓸 때 사용한 안료, 표지의 염색 재료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글자는 알려진 바와 같이 은(Ag)을 사용했으며, 글자의 검게 변색된 부분은 은과 황(S)이 결합하면서 변색되었다는 사실과 표지의 감색 염색재료로 쪽(쌍떡잎식물 마디풀목 마디풀과이 한해살이풀)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작업자들은 본문과 표지에 사용된 은니가 종이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저농도의 아교를 발랐으며, 종이 표면의 오염물은 탈이온수를 사용해 제거했다. 0.1부터 0.15까지의 다양한 두께의 본문 종이는 찢어지거나 결실된 부분이 있어 보존처리하기 까다로웠으나 전통 한지를 두드려 두께를 맞추고 색 맞춤한 후 손상부위에 덧대는 방식으로 복원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내년에 보존처리 내용과 연구 내용을 상세히 담은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며, 보존처리를 마친 백지은니수능엄경도 내년에 소장처인 경북대학교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지은니수능엄경의 표지 보존처리 전(왼쪽)과 후(오른쪽) /문화재청
백지은니수능엄경의 표지 보존처리 전(왼쪽)과 후(오른쪽)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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