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의 오류…경제원론으로의 복귀
폴 크루그먼의 오류…경제원론으로의 복귀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7.23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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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통화팽창이 인플레 유발한다는 로런스 서머스가 옳았다는 반증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뉴욕시립대)720일자 뉴욕타임스에 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틀렸다”(I Was Wrong About Inflation)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가 오류를 인정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초 19,000억 달러 규모의 펜데믹 대응 부양책을 내놓았을 때, 그 금액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한 판단이다. 당시 그는 미국인들이 정부 지원금을 곧바로 소비하지 않고 저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지방 정부에 대한 지원금은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사용될 것므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GDP 성장과 고용시장이 일시적으로 과열되더라도 물가가 급격하게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1년만에 빗나갔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로서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물가상승률이 40년만에 최악의 상태로 치솟은 것이다.

 

폴 크루그먼(Paul Robin Krugman) 교수의 오류는 2021년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직후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받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양의 돈을 풀었다. 규모가 19,000억 달러였다. 이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연방정부가 쏟아부은 8,000억 달러의 두배를 넘었다.

집권초기 바이든 주변엔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 신봉자들이 포진했고, 그들의 논리가 사실상 미국의 실질적인 경제법칙이 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새로운 경제학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화폐를 계속 발행해야 하며, 그렇게 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바이든을 설득해서 부양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폴 크루그먼이 이런 경제이론을 동조한 것이다.

Fed의장을 역임하고 스스로 인플레이션 파이터라고 자임하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 법안을 반대하지 않았다. 옐런은 당시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이게 최대의 리스크다.”면서 재정팽창을 묵인했다.

 

로런스 서머스(왼쪽)와 폴 크루그먼(오른쪽) /위키피디아
로런스 서머스(왼쪽)와 폴 크루그먼(오른쪽) /위키피디아

 

바이든의 19,000억 달러 부양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은 민주당 경제통이었던 로런스 서머스 (Lawrence Summers)에게서 나왔다. 서머스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내고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하버드대 총장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이며, 공화·민주당이 동수인 상하양원을 흔들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서머스는 202124일자 워싱턴포스트지 칼럼에서 바이든의 부양책이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금융안정성과 재투자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머스 견해의 골자는 첫째는 부양안이 국가생산(GDP)보다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꺼번에 대규모 자금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위축을 억제하고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옳다고 했다. 그러나 19,000억 달러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서머스는 아웃풋 갭(output gap)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의 논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부양안 규모가 위축된 경제의 규모를 상당히 초월해 오히려 과도한 지출로 가격상승을 유발시키고 새로운 경기위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서머스는 또 19,000억 달러의 자금을 쓰더라도 10년 정도 장기에 걸쳐 지출함으로써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케 해야 하며, 1~2년 내에 단기로 퍼부을 경우 효과는 단기적이라고 주장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그 무렵 바이든의 부양책이 미국 GDP4%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서머스의 칼럼이 나가자 크루그먼이 지상 논쟁에 뛰어들었다. 크루그먼은 서머스 칼럼이 나온지 3일째 되는 27일자 뉴욕타임스에 서머스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칼럼을 냈다. 크루그먼은 지금은 전시라고 규정했다. 그는 서머스가 주장한 아웃풋 갭의 규모를 측정할 수 없으며, 바이든의 계획이 과도하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연준(Fed)이 금리를 올리면 된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편들었다. 그 결과는 1년후에 나타났고, 그가 주장한대로 Fed는 금리인상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위정자들에 의해 창출된다. 인류 최초의 인플레이션은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에서 뺏은 막대한 양의 금을 유통하다가 20년간 물가 폭등을 겪은 것이다. 로마제국의 네로황제는 재정을 메우려 통화를 변조했고, 통화증발은 결국 로마제국 멸망의 한 요인이 되었다. 몽골제국도 지폐를 남발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일 겪다가 단명으로 끝났고, 미국의 남북 전쟁에서 남군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다 북군이 패했다.

작금의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미국은 물론 각국이 초유의 전염병 국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통화를 남발한 결과다. 바이든은 돈을 풀어 국민들의 환심을 사고 그 환심을 표로 연결하려 했을 것이다. 그 돈이 주식시장으로, 부동산으로 흘러가 불황 속에 자산시장을 부풀렸고, 이제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이 아니다. 다만 통화팽창에 따른 물가상승을 자극하뇬 효과가 있었다.

 

서머스와 크루구먼의 논쟁은 정통경제학의 승리로 끝났다. 어떤 면에서 경제는 아주 단순한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돈을 많이 풀면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돈을 걷어들이면 경기가 꺾인다. 신경제이론이라며 마치 첨단경제학인것처럼 뽐내지만 수요공급의 가격결정 요인은 변함없이 작동한다. 크루그먼은 새로운 경제에도 고전적 시장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

지금 또다른 왜곡이 발생한다.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상태이면 미국 화폐인 달러 가치는 하락해야 한다. 그럼데도 달러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또다른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달러가 안전자산이라는 신화의 허구성은 여전히 벗겨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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