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빗물터널 뚫은 멕시코시티의 경우
세계최대 빗물터널 뚫은 멕시코시티의 경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8.1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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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심 터널이 대세…도시 지하시설 보존하고, 막대한 토지수용 해결

 

스페인 장교 에르난 코르테스가 1521년 아즈택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에 도착했을 때, 텍스코코호라는 거대한 호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호수는 주변의 분지형 산에서 눈 녹은 물, 또는 빗물이 흘려내려 수천년 동안 고여 형성된 것이었다. 스페인인들이 고대문명을 파괴하고 호수를 메워 멕시코시티를 건설했다.

멕시코는 연강우량의 대부분이 우기인 5~10월에 내리고 건기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멕시코시티는 해발 평균 2,236m에 위치, 배수로 없이는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분지형 구조다. 멕시코인들은 그동안 배수로를 만들었지만 우기만 되면 곳곳에서 물바다는 것을 막지 못했다. 1629년 대홍수로 도시가 5년간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다. 당시 스페인 식민당국은 수도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전하지 않았다. 텍스코코 호수를 메운 업보는 독립후에도 수도의 골치덩어리였다.

도시와 외곽을 합치면 인구 2천만으로 12천만 국민의 20%가 이 분지에 몰려 산다. 식수조달도 문제지면 홍수 때 배수로가 큰 문제였다.

멕시코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0년에 걸쳐 지하배수로를 건설했다. 멕시코 동부배수터널(Tunel Emisor Oriente)은 길이가 무려 62.5km에 달하는 세계최대 배수터널이며, 상수터널을 합쳐 인공터널로는 세계 7위에 해당한다. 가장 깊은 곳은 지하 200m이며, 멕시코 시티에서 시작해 이달고주까지 뻗어 있다. 터널은 붕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와 철강재로 만들어졌다. 최대배수량은 초당 150. 비용은 처음에 150억 페소를 생각했는데, 나중에 계산해보니 300억 페소가 들었다.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2조원에 해당한다.

 

2019년 준공한 멕시코 시티 동부배수터널 /위키피디아
2019년 준공한 멕시코 시티 동부배수터널 /위키피디아

 

하절기 강우기에 홀수로 인한 도심 침수피해를 막기 위한 시설이 배수로 또는 빗물터널이다. 특히 도시화가 크게 진전된 곳에서는 지상을 파헤쳐 배수로를 만들기 어려운 조건이어서 지하 구조물로 배수로를 만든다. 그렇게 하면 도심지의 민원을 최소화하고 지하 매설물 이설이 불픽요하고 교통체증을 최소화할수 있다. 멕시코시타의 빗물터널은 도시의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산맥을 건너는 방식을 채택했다.

 

작금의 폭우로 서울이 강남이 물바다가 되어 큰 혼란이 빚어졌다. 맨홀이 달아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빠져 실종되고, 도로가 잠겨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피신했고, 반지하엔 물이 넘처 안타깝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서울의 배수시스템은 2011년 강남지역에 홍수가 났을 때 개선하자는 여론이 있었다. 2011725~28까지 내린 집중 호우로 서울 지역에 산사태, 하천범람, 하수구 역류 등으로 도심이

침수되었다. 지역별로는 오류동역 주변 지하철 침수에 따른 운행 중단, 분당선 선릉역 침수, 강남역 사거리 침수에 따른 이동 통신 먹통, 광화문 일대 범람, 서초구 방배동 정전사태, 경기도 광주의 경안천 범람, 도시 고속도로인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의 교통 통제 등을 꼽을수 있다.

당시에도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침수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심도 대형 빗물 터널을 계획했으나, 그 다음해 박원순 시장이 이를 뒤집었다. 지난 10년 동안에 강남에 배수시설을 개선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 18구에 저류 시설 32개가 있고, 전체 용량이 633,000톤 수준이다. 이 중 20205월 새로 지은 양천구 신월동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 대심도 빗물 터널로 32만톤으로 서울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을 빼면 저류 시설 한 곳당 평균 용량이 18,000t에 불과해 시간당 110폭우는 물론이고 시간당 90비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한다.

태조엔지니어링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오스틴시는 매년 홍수로 침수 피해를 여러 번 경험했으며 이로 인한 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오스틴에는 멕시코만에서 밀려온 습한 공기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만나 폭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오스틴시는 2014년에 지하에 1.7km의 저류터널을 완성했다. 유출구는 레이디버드레이크(Lady Bird Lake)이며, 중간에 2개 유입수직구를 만들었다. 유입부의 지름은 6.2m, 우츌부는 8.0m이며, 중간에 2개의 유입 수직구를 추가했다. 오스틴시의 배출터널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지킨다는 목표와 함게 도시 미관을 유지하는 친환경 개념으로 건설되었다.

 

양천구 신월 빗물터널 관통지 /서울시
양천구 신월 빗물터널 관통지 /서울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월동 빗물터널은 지름 10m, 양천구 신월동과 화곡동으로 4.7길이로 이어져 있다. 신월·화곡동의 하수구에 모인 물이 이 터널로 흘러 목동유수지로 빠져나갔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지하 40m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사흘간 양천구 강수량은 291mm였는데, 빗물터널 용량의 53%만 쓰였다. 이달 8, 9일에 빠져나간 물은 225,728톤이었다. 20205월 신월 빗물터널이 완공된 이후 물이 넘친 적은 없다.

11년 전에도 강남역~한강 구간을 비롯해 효자동~청계천, 사당역~한강, 삼각지역~한강, 신대방역~여의도, 길동~천호동 등의 대심도 터널 건설이 논의되었다. 하지만 신월동을 제외한 나머지 대심도 터널 건설은 비용과 위험성 문제로 무산됐다.

 

터널공사 전문회사인 태조엔지니어링의 보고서는 도시화를 고려해 대심도 빗물 저류터널을 건설하는 것이 대세다. 이 보고서은 이렇게 권했다.

도시화에 따른 지면의 불투수 현상은 모든 대도시의 고민거리다. 빗물을 지중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방안들이 도심에서는 대규모 지장물 이설, 교통 체증, 토지 보상비 증대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하천을 정비하고 하수관거를 확대시켜서 저류 용량을 증대 시킬 수는 있으나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아열대 기후로의 변화와 국지성 폭우에 따른 강수량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중 및 지상 저류조 역시 도심지에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토지 수용비 문제 및 공간 활용 면에서 많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대심도 빗물 저류 터널을 Shield TBM으로 시공하는 것은 지장물 이설 불필요, 토지 보상비 최소화, 교통체증 최소화, 시공 중 지반 침하 최소화, 무엇보다 민원최소화 등 가장 적합한 공법이라 할 수 있다.”

 


<참고자료>

Wikipedia, Emisor Oriente Tunnel

태조엔지니어링, 한반도 기후 변화에 따른 수해 및 빗물 저류터널 건설의 세계 동향 검토 연구

조선일보, ·도 재추진 밝혔다, 100년 폭우 견딜 무기로 찍은 이 빗물터널

중앙일보, 강남엔 없고 목동엔 있다, 22t 폭포비 삼킨 '거대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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