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부⑦…출장입상, 병부령과 재상
이사부⑦…출장입상, 병부령과 재상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6.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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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진흥왕 즉위하자 재상으로 보필…나가서는 장수, 들어와서는 재상

 

이사부는 실직 군주에 임명되기 앞서 이찬이라는 높은 관직을 부여받았다.

신라는 2대 유리왕 때 17등급을 두었는데, 최고 관직은 이벌찬(伊伐飡)이며, 두 번째 관직은 이찬(伊飡). 셋째는 잡찬(迊飡), 넷째는 파진찬(波珍飡), 다섯째는 대아찬(大阿飡)이다. 이벌찬에서 대아찬까지는 왕족 가운데 진골만이 될 수 있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는 법흥왕(法興王) 18(531)에 처음으로 최고관직으로 상대등을 두었다.

이사부는 진골이었기 때문에 최고관직 5등급에 들어갈 자격이 있었고, 20대에 두 번째 서열인 이찬에 올랐다. <삼국사기> 열전 사다함조에는 이사부가 마지막으로 대가야 전투에 참여하기 앞서 진흥왕은 이찬 이사부에게 명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실직군주에서 대가야 전투시까지 57년동안 이사부의 공식 직함은 이찬이었다.

진흥왕때 세워진 단양 적성비에서도 이사부의 직책을 이찬(伊干支)으로 표기했다. 적성비에서 이사부는 경주 6부 가운데 임금이 속해 있는 훼부(喙部) 소속인 것으로 표현돼 있다. 이사부는 지증왕에서 법흥왕, 진흥왕을 잇는 김씨 왕가의 선봉장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사부의 직위에 대해 <일본서기>에는 상신(上臣)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일본서기> 계체천황 23(529)상신(上臣) 이질부례지(伊叱夫禮智, 이사부)가 군사 3천을 거느리고 금관가야의 4()을 약탈했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서 상신(上臣)<삼국사기>에 기록된 이찬(伊飡)보다 높은 지위임을 의미한다. <삼국사기> 잡지에 따르면 상대등(上大等)을 상신(上臣)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사부가 법흥왕때 신라에서 최고관직인 상대등의 반열에 올랐다는 얘기다. <삼국사기><일본서기>의 기록에 차이가 있지만, 왜의 입장에서 볼 때 이사부가 법흥왕조에 임금 다음의 최고 위치에 있다고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화랑세기>에선 이사부는 상상(上相)’ 또는 각찬(角粲)’이라고 표현했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이사부는 진흥왕 때를 일컫는다. 법흥왕 이후 진흥왕에 이르러 이사부는 상신(上臣) 또는 상상(上相)으로 재상(宰相) 역할을 한 셈이다.

<삼국사기>를 기준으로 하면, 이사부의 관직은 2등급 관직인 이찬을 계속했지만, 이사부가 활동하는 기간에 별도의 인물이 상대등 또는 이벌찬을 맡았다는 기록이 없으므로, 이사부가 사실상 재상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파악된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이사부가 서라벌 정가의 정점에 서는 것은 진흥왕 초기다.

진흥왕은 7세에 왕위에 올랐다. (<삼국유사>에선 진흥왕이 15세에 왕위에 올랐다고 했다.) 임금이 어렸으므로, 누군가의 섭정이 필요했는데, <삼국사기>에는 왕태후인 법흥왕비 보도부인(保刀夫人)이 섭정을 했다고 하고, <삼국유사>에선 어머니인 지소부인(只召夫人)이 섭정을 했다고 한다.

두 사서에 차이가 있지만, 혈연 관계상 전왕 부인이 섭정하기 보다는 모친이 섭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보도부인은 세력이 약한 박씨이고, 지소부인은 김씨여서 친정의 힘이 섭정 체제를 강화하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진흥왕은 즉위한 7세부터 18살이 될 때까지 11년간 어머니의 섭정을 받은 것이다.

이사부는 진흥왕 23(541)에 병부령을 맡았다. 신라는 지증왕 때 선포한 망라사방(網羅四方) 정책을 중시하고 영토 확장에 주력하고 있었으므로, 중앙과 지방의 병마에 관한 일을 담당하는 병부령은 최고의 실력자였다. 임금이 8살 되던 해 이사부가 그 역할을 수행했다.

태후가 섭정을 맡았으니, 수렴청정(垂簾聽政)이다. 이사부는 지소부인을 적극 후원해 진흥왕이 성년이 될 때까지 나라를 안정시키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지소부인의 섭정은 진흥왕12(551)에 종료하는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임금이 18살이 되던 해다. 진흥왕은 그해 연호를 개국(開國)’으로 바꾸었다. ‘나라를 연다는 뜻의 연호를 사용함으로써 친정체제를 수립했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대개 임금이 20세가 되면 섭정체제를 끝내고 친정체제를 수립하는데, 진흥왕은 조금더 어린 나이에 진정체제를 수립한 것이다. (삼국유사의 즉위시 나이를 기준으로 하면 진흥왕은 26세에 친정체제를 구축한다.)

 

지소태후의 섭정기간에 이사부는 병부령에 임명돼 어린 임금을 대신해 군권을 장악했다. 이사부는 내외 병마의 일을 관장함은 물론 내치에 주력한다.

섭정기간 이사부는 병부령이자, 이찬으로서 백관회의(화백회의)를 주재하며 국사를 총괄한 것으로 보여진다. 진흥왕 섭정기간 신라에서 일어났던 일을 연대별로 열거해보면, 이사부가 화백회의 수장(宰相)으로서 한 일들을 엿볼수 있다. <삼국사기> 진흥왕조의 기록을 보자.

 

541, 이사부를 병부령(兵部令)으로 삼고 중앙과 지방의 병마에 관한 일을 맡게 했다. 백제에서 사신을 보내와 화친을 청하기에 허락했다.

544, 흥륜사(興輪寺)가 완성됐다. 사람들이 출가해 승려가 되어 부처를 받드는 것을 허락했다.

545, 이찬 이사부가 아뢰었다. “나라의 역사는 임금과 신하의 선악을 기록하여 좋은 것, 나쁜 것을 먼 후손에게까지 보이는 것입니다. 역사를 편찬하지 않으면 후손들이 무엇을 보겠습니까?” 임금이 대아찬 거칠부(居柒夫) 등에게 명해 역사를 편찬하게 했다.

548, 고구려가 예인(穢人)과 함께 백제의 독산성(獨山城)을 공격하자 백제가 구원을 청했다. 장군 주령(朱玲)은 굳센 병사 3천 명을 거느리고 그들을 공격해, 죽이거나 사로잡은 사람이 매우 많았다.

549, ()나라에서 사신과 유학을 갔던 승려 각덕(覺德)을 보내 부처의 사리(舍利)를 보내왔다.

550, 백제가 고구려의 도살성(道薩城)을 빼앗았다. 고구려가 백제의 금현성(金峴城)을 함락시켰다. 임금은 두 나라의 병사가 피로해진 틈을 타 이찬 이사부에게 명해 공격하게 했다. 두 성을 빼앗아 증축하고, 병사 1천 명을 두어 지키게 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흥왕 섭정기간에 이사부의 이름이 세 번이나 나온다. 안으로는 흥륜사를 지어 불교를 융성케 하고, 국사 편찬을 아뢰어 거칠부에게 역사를 편찬케 했다. 밖으로는 고구려와 백제와의 전투에 병부령으로 병사를 출전시키거나, 직접 전장에 나서기도 했다.

이 시기에 이사부는 밖에 나가서는 장수요, 안에 들어오면 재상, 즉 출장입상(出將入相)의 면모를 보였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이사부가 국사를 편찬하도록 임금에게 주상한 점은 재상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사편찬은 병부령의 소관 업무가 아니다.

신라는 삼국 가운데서 사서 편찬에 가장 늦었다. 고구려는 국초에 <유기>(留記 100권을 지은데 이어 영양왕 1(서기 600)에 태학박사 이문진에 의해 <신집>(新集) 5권으로 개수됐다. 유기의 편찬연대는 서기 372년 소수림왕이 태학을 세워 자제들을 교육할 무렵으로 추측한다. 백제는 서기 375년 근초고왕때 박사 고흥에 의해 <서기>(書記)가 편찬된다.

삼국 모두 율령을 반포해 국가의 제도를 정비하고, 대외적으로 영토를 팽창시킬 무렵에 사서를 편찬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밖으로는 장수가 되어 영토를 확장하고, 안으로 안정적 내치에 주력한 이사부로서는 사서 편찬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의 사서는 물론 신라의 국사도 모두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삼국의 사서는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연의 삼국유사에 어떤 형식으로든 녹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부가 임금의 허락을 얻어 거칠부가 편찬한 국사의 내용이 무엇이었을까. <삼국사기>에 따르면 임금과 신하의 선악을 기록하여 좋은 것, 나쁜 것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 내용을 먼 후손에게까지 보여줘 선악을 구분하게 한다는 포폄(褒貶)의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신라의 국사 편찬은 내물왕 4대손인 이사부가 상주하고, 5대손인 거칠부가 편찬했다는 점에서 내물왕 후손들은 김씨 왕조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내용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 군신의 선악을 기록할 때 김씨 왕조의 위엄을 많이 그려, 후대에 교훈이 되도록 했을 것이다.

이사부와 거칠부가 신라의 국사를 편찬했다 함은 국가와 김씨 왕실의 위엄을 안팎으로 과시하고 중앙집권적 귀족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기념비적 업적이라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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