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 이전에 목기시대가 있었다는 증거
석기시대 이전에 목기시대가 있었다는 증거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2.08.28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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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쇠링겐에서 4만년전 목재창 발견…국내에도 고대 목기 연구

 

인류는 흔히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발전한 것으로 고고학자들은 설명한다. 그 기준은 도구의 재질이다. 석기시대는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로 세분화한다. 인류가 청동과 철과 같은 금속물질을 발견하기 전에 돌을 도구로 사용한 것은 이해된다.

그렇다면 석기 이전에 인간은 나무를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이른바 목기 시대가 석기 시대에 앞서 있었을 것이란 가정이 가능하다. 목기는 자연에서 채취하기가 쉽고, 가공하기가 수월하며, 돌이나 금속에 비해 가볍다. 하지만 나무는 재질의 특성상 썩기 쉬워 고대인류가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희박하다.

 

이런 의문을 풀어주는 단서가 독일에서 발견되었다. 1994~1999년 사이에 독일 니더작센주 쇠링겐(Schöningen) 갈탄광산에서 목재 무기가 발굴되었다. 목재 무기는 창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6개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동물 뼈들이 동시에 발굴되었다. 목재 창은 끝이 뾰족한 탄두형으로 잘 다듬어져 있었다. 사냥꾼들이 이 창을 효율적인 무기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고고학자들은 쇠링겐 창(Schöningen spears)의 연대를 4만년전 구석기시대로 추정한다. 구석기인들은 이 창으로 대형 맘모스를 잡았을 것이다. 쇠링겐 창은 현재까지 발견된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목재 도구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쇠링겐 발굴지에선 석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석기시대 이전에 목기시대가 있었음을 반증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쇠링겐 창의 하나 /위키피디아
쇠링겐 창의 하나 /위키피디아
쇠링겐 창의 뾰족한 부분 /위키피디아
쇠링겐 창의 뾰족한 부분 /위키피디아
쇠링겐 창의 모습 /위키피디아
쇠링겐 창의 모습 /위키피디아

 

독일의 역사학자 요아힘 라트카우(Joachim Radkau)에 따르면, 1991년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발견된 고대인류의 미이라 외치(Ötzi) 주변에도 목기류 17점이 발견되었다. 알프스 빙하에서 보존된 이 미이라는 5,300년전 텅동기시대 인류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나무 도구는 석기시대에서부터 사용되어 청동기시대를 이어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각종 목기류 /이기성 논문 캡쳐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각종 목기류 /이기성 논문 캡쳐

 

우리나라 고고학계에서도 목기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이기성 부교수의 논문 에 따르면, 한국에서 목기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958년 북한의 평북 고의리 유적인데 정확한 양상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남한에서는 1968년 대구 달성토성 발굴조사, 1975년 안압지 발굴조사에서 다량의 목기가 출토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0여 개소 이상의 유적에서 많은 수의 목기가 출토되었으며, 그에 따른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시대를 알 수 있는 것으로는 신석기시대 유적 2개소, 청동기시대 유적 17개소, 초기철기시대 6개소, 원삼국시대 13개소, 삼국시대 58개소, 통일신라 16개소 등으로 삼국시대가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이 청동기시대와 원삼국시대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구석기시대 목기는 발굴되지 않았고, 신석기시대 목기가 확인되고 있다. 신석기 목기는 창녕 비봉리유적에서 발견된 배와 용도를 알 수 없는 목제품뿐이다. 대부분은 청동기시대의 목기인데, 용도는 농기구, 공구, 생활구, 제사구, 건축부재, 운반구, 기타 등으로 다양하다. 마제석기의 발전, 도작농경의 발달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쇠링겐 창으로 사냥을 하는 고대인 /SCI.com
쇠링겐 창으로 사냥을 하는 고대인 /SCI.com

 


<참고자료>

Wikipedia, Schöningen spears

The Wood Age Part of our past, but should we wish for it as our future?

이기성, 한일 선사시대 도구 조성 검토 - 목기를 중심으로, 2019, 한국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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