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의 장점과 단점
합판의 장점과 단점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9.04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대시대부터 개발…항공기 소재로도 사용, 접착제에서 유해물질 배출

 

나무는 오래 두면 뒤틀림이 생긴다. 또 원목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분이 많다. 이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합판(合板)이다. 합판은 원목을 사과 껍질처럼 넓고 얇게 깎아 단판(veneer)을 만든 다음 나무 결이 직각이 되도록 교차해 접착한 널빤지다. 베니어합판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영어로는 plywood라고 한다.

합판은 뒤틀림이 적고, 가공, 굽힘, 접합 등의 가공성이 뛰어나다. 무게에 비해 강도가 높고, 미관과 감촉이 좋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접착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물질을 노출하고 물과 오래 접촉하면 분리되는 단점이 있다.

 

합판 /위키피디아
합판 /위키피디아

 

합판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도 사용되었다. 고대인들은 나무를 얇게 깎아 나무결을 엇대어 접합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근대에 들어와서 합판이 본격적으로 제조된 것은 1797년 영국의 공학자 새뮤얼 벤덤(Samuel Bentham)이 합판 제조 기계에 특허권을 신청하면서부터다. 합판은 원목 판재보다 강도가 높았기 때문에 벤덤의 합판은 해군 함정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50년후 노벨상의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아버지인 이마누엘 노벨( Immanuel Nobel)이 벤덤이 개발한 것보다 얇게 단판을 깎아내는데 성공했다. 합판은 1860년대에 프랑스에서 대량생산되었고, 1865년에 미국에 전파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톱햇 /위키피디아
빅토리아 시대의 톱햇 /위키피디아

 

합판은 원목보다 잘 굽어지고 탄력성이 좋다. 따라서 곡면을 처리하는데 활용되었다. 영국 빅토리아여왕 시대(1837~1901)에는 버니어판 한장으로 높고 둥글게 만든 모자(top hat)가 유행하기도 했다.

합판은 강도가 높다. 합판은 나뭇결에 따라 쪼개지기 쉽고 건조하면 수축 정도에 따라 변형되는 나무의 결점을 보완하기 때문에 강도가 높아진다.

2차 대전 때 실전에 투입되었던 글라이더에 합판이 사용되었다. 영국은 마호가니 등 열대성 목재로 합판을 제조해 강도를 높여 모스키토라는 전투기에 날개 소재로 활용했다. 이 비행기는 목재의 기적’(Wooden Wonder)이란 별명이 붙었다.

합판은 여러 판자를 겹쳐 만들기 때문에 겉부분엔 미려하고 좋은 소재를 사용하고 안쪽에는 질이 떨어지는 소재를 사용해도 되므로 목재의 이용 효율성이 높아진다. 또 원목의 지름과 길이에 상관 없이 크게 만들 수 있다.

 

목재가 소재로 활용된 DH-98 모스키토 전투기 /위키피디아
목재가 소재로 활용된 DH-98 모스키토 전투기 /위키피디아

 

합판은 대체로 합판의 겹수를 3, 5, 7겹 등 홀수로 한다. 홀수로 하면 앞면과 뒷변의 섬유질 결이 같은방향이 된다. 두께는 24에서 30까지 다양하다.

용도는 다양하다. 건축용으로 천장, 마루판, 외벽, 구조, 콘크리트 거푸집 등으로 사용되고, 가구, 악기, 자동차 적재함, 컨테이너 내장용으로도 사용된다. 항공기·선박·요트의 내장용 등에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

종류는 제조방법과 용도, 접착성, 외관 등에 따라 보통합판과 특수합판으로 세분화된다.

 

합판 /위키피디아
합판 /위키피디아

 

우리나라에서 합판산업은 1936년에 설립된 조선목재공업이 효시로, 이 회사는 대성목재의 전신이다. 해방 이후 청구목재(1946)·광명목재(1946)·성창기업(1951) 등이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며 가동되었다. 1954년 이후 전후복구 사업이 전개되면서 건축용 합판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합판의 대량생산이 본격화되었다. 1957년에는 주한 유엔군에 합판을 군납하고, 그 과정에서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과함으로써 합판의 품질이 빠르게 향상되었다.

1959년 성창기업이 170의 합판을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 34,162달러를 벌어들임으로써 합판이 우리나라 수출의 효자 상품으로 부상했다. 1964년 정부가 합판을 수출특화산업으로 지정, 지원함으로써 연평균 30이상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며 성장했고, 총생산량의 80를 수출하는 업종으로 발전했다. 1964년부터 1971년까지 합판은 수출 최대 상품으로서 우리 나라 수출액의 10이상을 점유했고, 1970년에는 국내 최초로 단일품목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1980년 들어 동남아시아 원목 보유국의 수출제한, 원목가 상승, 원목생산국의 합판산업진출, 선진국의 경기침체, 국내의 임금 상승 등의 악재가 동시에 밀려오면서 동명목재 등 유수의 합판회사가 도산했다. 한때 100여개에 달하던 합판제조업체가 1992년에는 12개사만 남게 되었으며 1998년 말 현재 8개의 생산업체만이 남게 되었다.

그후 살아남은 합판회사들은 고급화 전략을 채택하고 친환경 소재 개발에 주력하며 시장 변화에 적응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합판의 가장 큰 단점은 접착제가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어떤 나무를 사용하든 합판은 접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가 배출된다. 포름알데히드는 새집증후군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합판은 또 나무를 얇게 가공했기 때문에 불에 약하다. 불을 사용하는 주방에 합판으로 만든 가구는 배치하지 않는 게 좋다. 수분에 오래 노출되면 접착부분이 떨어져 부풀어 오르고 곰팡이가 피어 악취가 배일수도 있다. 따라서 화장실용에도 합판으로 된 가구가 적합하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