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토템 숭배하는 연해주-사할린의 니브흐족
곰 토템 숭배하는 연해주-사할린의 니브흐족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9.18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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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 때부터 중국에 조공, 청말에 러시아에 지배…어업으로 생계

 

니브흐(Nivkh)족은 사할린섬 북부와 아무르강 하류 일대에 살고 있는 고아시아족이다. 니브흐는 니브흐어로 사람이란 뜻이며, 러시아인들이 처음 이들과 접촉했을 때 길랴크(Gilyak)족이라 부르다가 소련 시절에 그들이 본래 부르던 니브흐족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북방 시베리아 또는 북아메리카 인디언과 같은 뿌리로 연구되고 있으며, 이 지역에 살게 된 것은 고구려 시기때부터였다는 학계의 주장이 있다. 어쨌든 여러면에서 우리민족과 비슷한 풍습과 전통을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곰 토템이다.

 

니브흐족 거주지 /위키피디아
니브흐족 거주지 /위키피디아

 

니브흐족은 매년 1월과 2월 사이에 2주에 걸쳐 곰 제사를 지낸다. 니브흐족에게 곰은 조상과 신의 현신(現身)이다. 행사는 무당이 주관한다. 행사를 위해 야생 곰을 우리에 가두고 여인들이 몇 년간 아이를 돌보듯이 정성 들여 기른다. 제사 기간에 곰에게 특별히 제작한 웃을 입혀 향연을 벌인다. 향연이 끝나면 곰은 희생된다. 동시에 개들도 희생된다. 그들은 곰과 개고기를 먹었다. 곰의 두개골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전나무를 심었다. 곰의 육신은 죽지만 정신은 산으로 올라가 그들의 조상들에게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축제 기간에는 니브흐족은 물론 니브흐족 아내를 맞은 다른 종족도 참여, 여러 종족간의 유대를 강화한다.

곰 축제는 유물사상에 빠져 있는 소련 시절엔 탄압을 받았으나, 소련이 해체된 이후 문화 보존 차원에서 복원되었다.

일본 홋카이도의 아이누족도 이오만테라는 곰 축제를 연다.

 

니브흐족의 곰 축제(1903) /위키피디아
니브흐족의 곰 축제(1903) /위키피디아

 

니브흐족은 소수민족이다. 2002년 러시아 인구통계에 5,287명으로 잡혀 있다. 니브흐족이 역사기록에 최초로 등장한 것은 12세기 몽골() 시기다. 중국사에 질리에미(吉列迷)로 기록된 니브흐족은 이때까지 홋카이도 북부와 쿠릴열도까지 지배하고 있었다. 연해주 일대에 살던 니브흐족은 처음엔 몽골의 팽창에 저항했지만, 이내 조공관계를 맺어 평화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일본 본섬(혼슈)를 차지하던 에조(蝦夷)족이 일본 야마토(大和)족에 밀려 홋카이도로 쫓겨오면서 오호츠크해에서 니브흐족과 충돌하게 되었다. 이 에조족이 아이누족이다. 11~12세기에 아이누족들은 홋카이도를 차지하고 사할린 남부를 침략하게 되었다.

질리에미가 만주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몽골에 지원요청을 했다. 원나라는 종주국으로서 니브흐족의 요청에 응해 사할린에 병력을 파견했다. 몽골군은 타타르해협을 건너 사할린 공격에 나섰고, 1308년 아이누의 항복을 받았다.

원나라가 멸망한 후 니브흐족은 명나라에 조공을 바치고 복속했다. 청나라 시기엔 부족장들이 딸을 만주 주둔 청나라 장수에게 시집보내 유대관계를 유지했다.

청 말기에 사할린 섬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된 틈을 타서 러시아와 일본이 세력을 확장했고, 니브흐 거주지엔 러시아와 일본의 세력이 교차했다. 두 나라는 현지를 지배하면서 니브흐족에게 과도한 세금을 물려 아사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소련 시절엔 니브흐 자치주를 설치해 자율권을 주는듯했지만, 공산당은 니브흐족을 집단농장에 몰아 넣었다. 어업으로 생계를 있던 니브흐족은 농사짓는 것을 죄악시했다. 니브흐족 집단농장은 그들에겐 강제노동이었지만, 소련당국엔 성공사례로 홍보되었다.

 

니브흐족 마을(20세기초) /위키피디아
니브흐족 마을(20세기초) /위키피디아

 

겨울 거주지와 여름 거주지가 있으며, 1년에 두 번 이동하는 반유목민이다. 주업은 어업이고, 부업으로 사냥과 개 사육을 했다. 1년 내내 어로 활동을 했는데 봄부터 가을까지는 송어나 연어를 잡고, 겨울에는 얼음 구멍을 파서 물고기를 잡았다. 작살이나 몽둥이로 물개나 바다표범 같은 바다 포유류를 잡기도 한다.

물고기는 날 것으로 먹었고, 남는 것은 겨울철을 위해 말렸다. 물고기가 많이 잡힐 때 햇볕이나 바람에 반건조시켜 유콜라를 만들었다. 유콜라는 저장했다가 겨울에 먹었다. 니브흐인은 생선 껍질에 각종 열매와 물개 기름을 섞어 모스라는 젤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갯배추를 햇볕에 말린 후 필요에 따라 소금물에 삶아 먹었다.

물고기는 남기지 않았다. 뼈는 말려 저장해 두고 개의 먹이로 사용했고, 내장은 기름을 추출해 사용했고, 껍질로는 신발과 옷을 만들었다.

족외혼을 원칙으로 한다. 여러 종족과 통혼을 통해 우호관계를 맺어 싸우지 않고, 어려울 때 상호부조를 의무로 한다.

 


<참고자료>

Wikipedia, Nivkh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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