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드라마 ‘수리남’의 내용에 대해 남미국가 수리남이 드라마 제작사와 대한민국 정부에 항의했다. 수리남 외교부는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이미지가 더는 없고 마약 거래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리남 정부의 항의는 다분히 외교적 제스추어로 보인다. 2년전에 집권한 찬 산톡히(Chan Santokhi) 정권이 과거 데시 바우테르서(Dési Bouterse) 정권이 추락시킨 국가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한 조치로 해석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전요한(조봉행)이 친분을 쌓았다는 마약거래 세력의 수괴는 수리남 대통령을 지낸 데시 바우테르서다.

수리남은 1975년 네덜란드에서 독립했다. 독립한지 5년이 지난 1980년 좌파 성향의 바우테르서가 14명의 하사관들을 규합해 쿠데타에 성공했다. 그는 직접 대통령에 나서지 않았지만 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실권을 장악했다. 쿠데타 직후 반혁명이 네 번이나 일어났지만, 바이테르서 일당은 이를 제압했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냈던 조지 슐츠는 그의 회고록에서 1980년대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50∼175명의 한국특공대를 동원, 바우테르서 정권을 전복시킬 것을 계획했으나, 자신이 단호하게 중지시킨 비화를 소개한 바 있다.

군사독재에 항의하는 시위에 대해 군부는 가혹하게 탄압했다. 시위자를 체포하고 언론을 검열하고 의회의 자유를 제한했다. 1982년 12월에는 군부독재에 항의하는 청년 16명이 바우테르서가 본부로 사용하던 젤란디아 요새로 끌려가 15명이 고문으로 죽거나 처형되고, 1명만 살아 돌아온 일이 발생했다. 바우테르서는 자신이 처형 현장에 없어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 학생시위가 격화하자 이 나라 유일의 대학인 수리남대학을 휴교하기도 했다. 1986년에는 지방의 한 마을에서 학살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런 학살에 대한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1999년 7월 과거 식민모국이었던 네덜란드는 궐석재판에서 부우테르서에게 474kg의 마약을 거래한 혐의로 11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국제적 범죄인도조약에 의해 의해 수리남을 벗어나기만 하면 체포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범죄자가 권력을 방탄장치로 만들기 위해 2010년 대선에 뛰어들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12년 2월 젤란디아 요새에서 살아남은 루벤 로젠달(Ruben Rozendaal)이 30년전 학살 현장을 폭로했다. 두달후 수리남 의회는 학살 주모자인 대통령과 관련자 5명에 대한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28대12로 통과시켰다.

이윽고 30년만에 15명 학살에 관한 재판이 열렸다. 2019년 11월 수리남 법원은 현역 대통령 바우테르서에 대해 12월 학샐에 대한 책임을 물어 20년형을 선고했다.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2020년 5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했고, 의회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이 나라의 제도에 의해 진보개혁당 대표인 산톡히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이 나라는 검경이 분리되지 않았는데, 산톡히 대통령은 경찰 수장과 법무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경찰 재직시절에 12월 학살사건을 수사하면서 바우테르서의 범죄를 입증하는데 주력해온 인물이다.

쿠데타를 일으킨지 40여년이 세월이 역전되었다. 오랫동안 군부의 실세로 권력을 쥐락펴락하며 여러 범죄를 일삼던 바우테르서는 권력에서 물러나 재판정에 섰다. 그는 유죄선고 후에도 구속되지 않았고, 법정에서 학살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한 상태다. 현재 그의 나이는 77세다.

집권자 산톡히 현 대통령은 전 대통령이 어질러 놓은 것을 수습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런 와중에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자기 나라에 오명을 뒤집어 씌운 것이다. 산톡히 정권의 주장인즉, 과거엔 그런 일이 있을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드라마 작가들도 이런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면서 대사를 구성했더라면 서로의 오해가 없었을 것이다.

 

한편 드라마 ‘수리남’에서 등장하는 마약대부는 실존인물 조봉행인데, 그는 2016년 4월 국내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조봉행이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전남 해남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되었으며, 형 집행이 정지돼 광주의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64세의 나이로 병사했다고 한다.

 

 

수리남(Suriname)은 남아메리카 북부에 있는 나라로, 가이아나, 브라질, 프랑스령 기아나와 접하고 있다. 수도는 파라마리보(Paramaribo)이며, 국토 면적은 약 16만3,821㎢로 대한민국의 1.6배에 해당한다. 인구는 2020년 기준으로 58만6,348명에 불과하며, 인구의 3분의2가 수도 파라마리보와 그 주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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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Dési Bouterse

Wikipedia, Chan Santokhi

Wikipedia, Suriname

중앙일보, 『혼란과 승리』-조지 슐츠 지음

동아일보, ‘수리남’ 실존인물 조봉행, 6년 전 국내서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