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지팡이는 왜 부러뜨렸나
여왕의 지팡이는 왜 부러뜨렸나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9.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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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장례식에서 처음 공개, 직무의 지휘봉으로 재위를 마쳤음을 의미

 

영국 시간 19일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은 한때 세계를 지배하던 대영제국의 위상을 한껏 과시했다. 미국을 비롯, 경쟁국인 프랑스, 우리나라 대통령도 장례식에 참석했다. 여왕의 관 위에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 국왕의 상징인 홀(sceptre)과 보주(orb)가 올려져 있었다. 여왕의 주검은 해양제국의 근간인 로열 네이비(Royal Navy) 142명이 이끄는 마차에 실려 이동했다.

마지막 장면은 윈저성 안에 있는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 후임 국왕인 찰스 3세가 지켜보는 가운데 여왕의 의전장이 여왕의 지팡이를 부러뜨리는 모습이었다. 지팡이는 국왕의 권력을 상징한다. 이 행사는 여왕의 오랜 재위를 마쳤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707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영면에 들어갔음을 알리는 행사였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전장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지휘봉을 부러뜨리기 위해 들고 있다. /BBC 캡쳐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전장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지휘봉을 부러뜨리기 위해 들고 있다. /BBC 캡쳐

 

지팡이의 공식 명칭은 “wand of office”. ‘복무의 지휘봉’, ‘재위의 지휘봉라는 의미다.

완드(wand)는 마법의 지팡이로 많이 알려져 있고, 고대부터 왕권을 상징해왔다. 고대 이집트 중왕조에선 왕자 탠생 기념으로 하마 뼈로 완드를 만들었는데, 액막이용이었다. 고대그리스의 시인 호머는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서 완드와 비슷한 것을 서술했다. 종교 행사에서 완드가 많이 사용되었다. 조로아스터교에서 의식 때 완드를 사용했고, 그리스정교 사제들도 지팡이를 썼다. 특히 그리스 신화의 마녀 키르케가 마술 완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오는 바람에 완드는 마술봉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는 웨일스 파빌랜드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 유물에서 완드가 발견되어 오래전부터 완드가 권력의 상징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국왕 장례식에서 지팡이 부러뜨리는 것은 오랜 관례였다. 직전에 이 행사를 치른 것은 1952215일 조지 6세 국왕의 장례식이었다. 이 행사가 대중에게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은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영국인들은 이런 의식이 있는지 몰랐다.

영국 국왕의 완드는 재위의 상징이다. 국왕이 왕위를 물려주거나 퇴위할 때에는 후임자에게 지휘봉을 넘겨준다. 하지만 서거할 때에는 지휘봉을 부러뜨리고, 후임자는 새것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Wikipedia, Wand

DeadLine, The Queen’s Committal At Windsor Sees ‘Breaking Of The Wand’ Televised For The First Time In History

People, Why the Lord Chamberlain Broke His Wand of Office on Queen Elizabeth's Cof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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