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패한 英 보수당…시장 왜곡하는 민주당
시장에 패한 英 보수당…시장 왜곡하는 민주당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10.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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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격리 의무화 법 강행처리…시장 왜곡에 대한 반성 없어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을 철회한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실수를 완전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트러스는 마거릿 대처를 본 따 영국 경제를 도약시키겠다는 야심을 가졌으나, 시장의 반발로 총리에 오른지 6주만에 실각의 위기에 놓여 있다.

그는 소득세 최고세율 45%를 폐기한데 이어 법인세율 동결 계획을 취소하고 예정대로 19%에서 25%로 올린다고 밝혔다. 트러스는 정치적 동지인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내보내고, 당내 정적인 제러미 헌트 의원을 후임으로 앉혔다. 그렇게 했지만 당내에서는 물러나라는 여론이 높다.

트러스의 위기는 시장의 반발에서 시작되었다.

물러난 재무장관 쿼지 콰텡은 450억 파운드(480억 달러)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시장 반응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단히 무모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그와 그를 지명한 트러스 정권을 흔들었다. 영국 장기국채 금리는 하루만에 1%P 올라 5%대로 치솟았고, 주가는 폭락했다.

트러스가 채택하려는 공급경제학은 옳은 정책이었다. 세금을 낮춰 근로의욕을 높이고 기업투자를 높여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공급중시정책은 40년전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도입했을 때엔 성공했다. 하지만 영국처럼 재정적자가 심하고 물가상승률이 10%가 넘는 나라에서 세수를 줄이고 통화(채권)을 늘리는 조치는 시장 참여자들을 경악시켰다.

금융시장은 무생물이 아니다. 유명대학을 졸업한 일류들이 금융회사 데스크에 앉아 각국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판단하고 투자할지 뺄지를 검토하고 실행하는 장소다. 그들은 영국 정부가 감세조치를 위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들은 영국 최초 흑인 재무장관이라는 콰텡을 내쫓고, 이젠 트러스 총리를 흔드는 것이다.

 

런던 다우닝 10번가를 들어서는 리즈 트러스 총리 /위키피디아
런던 다우닝 10번가를 들어서는 리즈 트러스 총리 /위키피디아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에서 단독통과시켰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되었다. 민주당 의원 10명과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농해수위 구성은 민주당 11명과 윤 의원, 국민의힘 7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5% 이상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사들이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시장격리라는 한국 고유의 경제용어가 등장한다. 이 단어를 찾아보려고 포털을 뒤져보았지만 상세한 설명츨 찾기 어려웠다. 한마디로 정부가 싼 싼 쌀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 것이다. 시장에 내놓지 않은 쌀은 어디에 쓰나. 싼 값으로 주정용으로 팔거나 가축사료로 쓰고, 그래도 남아 썩으면 버린다. 한국경제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시장 격리된 쌀은 약 7%만 되팔고 93% 규모는 매몰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장격리를 채택했는데,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남는 쌀을 북한에 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쌀 지원은 대북규제에 묶여 있고, 폐기하는 길밖에 없다.

나이 든 사람들에겐 어렸을 때 밥을 버리려다 어른들에게 혼이 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옛 사람들은 쌀을 버리면 천벌을 받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돈으로 쌀 폐기를 공식화하자고 한다. 농민들이 쌀값 떨어지는 걱정을 하지 않고 마음 놓고 농사를 짓게 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쌀 이외에 다른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게 된다. 농산물은 가격변동성이 심해 흉년이 들면 값이 폭등하고 풍년이 들면 폭락한다. 이런 변동성을 쌀에 한해 줄이자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대대수의 농민들이 쌀만 생산하게 되고, 쌀의 공급이 줄지 않는다. 그 비용을 정부가 모두 안게 된다.

원인은 쌀 수급의 괴리에 있다. 201269.8였던 1인당 쌀 소비량이 올해 56.9으로 10년 새 18.4% 감소했다. 같은 기간에 쌀 재배면적은 84.9ha에서 지난해 73.2ha13.7% 줄었다. 쌀 생산 감소 속도가 소비 감소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 과잉이 지속되었다.

올해도 정부는 역대 최대규모인 45만톤의 쌀을 시장격리조치했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자, 정부여당이 그 대응조치로 내놓은 것이다. 여야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농민들의 표를 의식해 세금 퍼주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농민은 마음 놓고 쌀 놓사를 지어라. 남으면 정부가 사준다. 그 쌀이 썩으면 버리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영국 보수당의 트러스 내각을 언급했다. 재정정책과 금융시장은 즉시 반응하고 영향을 준다. 농업정책은 시장을 즉시 움직이지 않지만, 장기적인 영향을 준다. 민주당의 법안은 우리 농업을 병들게 할 우려가 있다. 쌀 농가에게 지원하는 돈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농민들은 쌀 이외의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을 게을리 할 것이다. 정부는 세금을 퍼부으며 대량의 쌀을 썩이는 바보스런 정책을 이어나가야 한다.

민주당은 시장을 왜곡시켜 정권을 잃었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지 못한 것은 부동산 시장 왜곡 때문이다. 선심정책을 쓰며 재정을 펑펑 쏟아부어 자산가치를 부풀려 놓고는 임기응변적 부동산 규제책으로 시장을 왜곡시켰다. 그 결과는 5년만에 정권교체였다. 이제 정권을 빼앗기고 반성은커녕 오히려 그 모순에 더 매달리는 것 같다. 민주당은 과거의 실수를 조금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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