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북구 신광면 상읍리에 2만5,000㎡ 규모의 절터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신라시대에 지어진 법광사(法光寺) 터다. 기록에 따르면, 이 절은 신라 제26대 진평왕을 모시는 원당사찰(願堂寺刹)로 건축되었다. 창건 당시에는 갖가지 보배로 화려하게 장식해 왕궁보다도 사치스러웠으며, 건물의 칸수를 모두 합하면 525칸이나 되어 불국사와 맞먹는 규모와 수준을 자랑했다 한다. 원효와 의상 등 신라의 내로라는 스님이 이 절의 주지를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경북문화재단 문화재연구원이 2021년 3월부터 이달까지 사적 ‘포항 법광사지’에 대해 발굴조사를 실시해 머리 없는 불상과 녹색 유약을 칠한 벽돌을 발굴했다. 발굴 내용은 신라시대에 웅장했던 법광사의 일부를 가늠케 한다.
이번 발굴에서는 불상대좌에 봉안되었던 불상가 불두(머리) 없는 상태로 두 조각으로 나눠져 출토되었는데, 불두가 없는데도 높이가 180cm나 되고, 대좌를 포함해 전체 높이는 460㎝ 이상으로 추정되었다. 이 불상은 505㎝인 석굴암 불상보다는 작으나 신라의 왕경인 경주지역의 다른 불상과 비교해봐도 매우 큰 불상에 속한다.
이 밖에도 불두에 부착되었던 흙으로 구워 만든 나발(소라모양으로 된 불상의 머리카락) 160여점, 금동불입상, 향로 및 정병 등 다수 유물이 금당(본당)에서 발견되었다.
또 상층 기단에 장방형(직사각형) 전돌(벽돌)을 쌓은 금당지 기단과 녹색 유약을 바른 벽돌인 녹유전이 깔린 바닥을 확인했다. 불경에서 극락정토의 땅을 유리 같은 대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금당 바닥에 녹유전을 깔아 부처님 전당을 장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녹유전 출토사례는 경주 황룡사지와 사천왕사지, 불국사처럼 통일신라에 축조된 왕경의 궁성과 중심사찰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법광사지는 신라 진평왕(579~632)때 원효대사가 왕의 명으로 창건했으며, 삼층석탑에서 나온 석탑기에는 828년 탑이 건립되었고, 846년에 이건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불국사에 비교될 만큼 넓은 사역을 이루며, 왕실사찰에 걸맞는 격이 높은 유물이 출토되어 신라 사찰연구에 있어 중요한 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절은 임진왜란 때 완전 소실되었다.
이 절터에 대한 발굴조사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에 해당하는 50여기의 건물지 및 토질과 위치에 따라 조성된 배수로, 산지가람의 대지 조성을 위한 석축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높은 사격을 알려주는 금동투조판, 금동장식, 귀면와(도깨비 얼굴을 새겨 장식한 기와), 막새(지붕의 추녀 끝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와) 등 3,000여점에 달하는 유물을 수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