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화양동 건국대캠퍼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화양동 건국대캠퍼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11.0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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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학을 잘 활용해 조성한 일감호와 와우도…옛 한옥과 구한말 근대건물도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건국대 캠퍼스는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며 공간 구성을 했다. 캠퍼스 자리는 아차산 자락의 얕은 구릉과 한강 범람원이라는 두 가지 자연환경이 배합되어 있다. 한강 흐름에 의해 형성되었던 자연 늪지대는 호수로 조성되었고, 얕은 구릉엔 숲을 꾸몄다.

대학 구내에 커다란 호수가 있다는 게 캠퍼스의 조경을 두드러지게 한다. 서울시내에는 올림픽 공원내 몽촌호수와 88호수, 송파 석촌호수 등 소규모 호수가 몇 개 있는데, 모두가 한강 범람원에서 파생된 것으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국대 캠퍼스 내의 일감호도 마찬가지로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뚝섬 범람원 수문학적 특성을 활용해 만든 인공호수다.

 

건국대 서울캠퍼스 내 일감호 /박차영
건국대 서울캠퍼스 내 일감호 /박차영

 

일감호(一鑑湖)는 수표면이 55,661, 최대 수심이 2.0m이며, 평균 보유수량은 수위가 해발고도 4.88m일 때 54,288이라고 한다. 1957년에 완공되었을 때 유입수원은 뚝섬에서 취수된 한강물이었다. 호수의 물은 강우와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으며, 배출구는 자연유하식으로, 성수천으로 빠져나가는데, 성수천은 복개되어 도로로 활용되고 있다. 조선시대엔 군사용 말을 기르던 살곶이 목장의 슾지였다. 호수엔 자라, 배스, 붕어 등이 다양한 서식하고 있다.

호수 내에는 와우도(臥牛島)라는 인공섬이 있다. 과거에는 일감호가 얼었을 때 야외 빙상대회가 자주 열렸으며, 언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공섬에는 왜가리가 집단으로 번식해 새끼를 기르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건국대 캠퍼스 일감호 와우도 /박차영
건국대 캠퍼스 일감호 와우도 /박차영

 

일감호 주변을 산책하다 홍예교를 만난다. 홍예교(虹霓橋)는 무지개다리라고도 하는데, 좁은 구간에 교각을 세우지 않고 양측에서 미는 압축력으로 다리 중간의 하중을 버티는 공법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중국, 인도, 그리스 등지에서 이 공법이 활용되었고, 우리나라에도 경복궁, 불국사 등에서 홍예교 양식을 볼수 있다.

 

​일감호 호수변에 조성한 홍예교 /박차영​
​일감호 호수변에 조성한 홍예교 /박차영​

 

캠퍼스 구내에 웬 한옥집이 있어 둘러 보았다. 시도민속자료 9호로 지정되어 있는 도정궁 경원당(都正宮 慶原堂)이다. 조선 철종대 왕족인 이하전의 살림집으로 종로구 사직동에 있었는데, 1979년 당시 소유주인 정재문이 건국대에 기증하면서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여기에 있는 것은 사랑채로, 본래의 집이 얼마나 컸을지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선조의 아버지 덕흥대원군을 제사지내던 도정이란 벼슬이 소유했던 집인데 1913년 화재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고 이듬해 일부만 복원되었다.

사랑채만 남았지만 안채, 사랑채 구실을 적절히 나누어 건물 기능을 하도록 재구성되었다. 또 모든 방의 앞 툇마루를 통하게 해 합리적인 구성을 강조하고 있다. 돌출된 현관과 유리문은 재건축 당시의 외래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내무를 일부 고치고 편의시설을 설치했지만, 조선 후기 한옥의 모습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1970년대에 이 건물은 정재문이 살고 있어 '사직동 정재문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도정궁의 사랑채 역할을 하던 경원당이었음이 밝혀졌다.

 

건국대 캠퍼스 내 도정궁 경원당 /박차영
건국대 캠퍼스 내 도정궁 경원당 /박차영

 

옮겨온 건물이 또 하나 있다. 종로구 낙원동에 있던 서북학회회관이 1977년 도시계획으로 해체되어 1985년 건국대 구내에 옮겨져 복원되었다.

이 건물은 구한말인 1907년에 청나라 기술자들이 동원되어 르네상스식으로 지어졌다. 서북학회는 이동휘, 안창화, 박은식 등이 조직한 애국계몽단체였는데, 일제 시대엔 오성학교, 보성전문학교, 협성실업학교 등 민족계 학교의 교사로 사용되다가 1941년 건국대 설립자인 유석창박사가 인수했다.

광복 후에는 이 건물에서 각종 정치단체와 교육기관들이 창설되기도 했으며, 1946년에 건국대학교의 모체인 조선정치학관이 창립되었다. 국민대, 단국대도 이 건물에서 태동했다고 한다. 건국대학교 설립 초기에 법인 사무실로 사용되었다. 1985년 이전, 복원되어 대학 건립자의 이름을 딴 상허기념관 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08년 이 건물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건물 앞 뜰에 고려·조선시대애 제작된 석물들을 수집,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 뒤쪽 언덕엔 가을 단풍이 곱게 내려 앉았다.

 

건국대 캠퍼스 내 구 서북학회회관 /박차영
건국대 캠퍼스 내 구 서북학회회관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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