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이어온 비구니 도량, 옥수동 미타사
천년 이어온 비구니 도량, 옥수동 미타사
  • 아틀라스
  • 승인 2022.11.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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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찾았다는 절…인근에 한강 야경이 좋은 달맞이봉공원

 

서울 성동구 한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금호동과 옥수동 경계에 야트마한 야산이 나온다. 이름하여 달맞이봉이다. 응봉산보다는 낮지만 올라가는 계단이 아찔해 정상에 다다르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정상에 달맞이봉공원이 아담하게 조성되어 있다.

예로부터 정월 보름에 주민들이 이곳에 올라가서 달을 보며 소원을 빌던 곳이었다고 한다.

 

​두뭇개 달맞이봉공원의 정상부 /박차영​
​두뭇개 달맞이봉공원의 정상부 /박차영​

 

이곳은 서울에서 한강조망이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두뭇개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동호대교가 코앞이고, 한남대교, 반포대교가 이어진다. 서울의 남쪽과 서쪽의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멀리 롯데월드타워, 청계산, 관악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밤에는 와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보는 서울야경은 일품이라 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금호동과 옥수동 사이 한강에 저자도라는 섬이 있었다고 한다. 경치가 좋아 선경이었는데,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쓸려나가 낮은 모래섬이 되었고, 1970년대 한강개발 과정에서 완전히 물속에 가라앉았다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강 물 속에 얕은 모래 바닥이 발견된다. 아마 자연적으로 섬이 소생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달맞이는 영월(迎月) 또는 망월(望月)이라 한다. 옛사람들은 대보름날 달이 뜨는 것을 남보다 먼저 보는 것이 길하다 해서, 다투어 달맞이에 나갔다. 때로는 시루에 떡을 해서 시루째 가져가서, 달에게 복을 빌었다. 내년 대보름에 다시 찾을 것을 새겨두고, 서쪽 사면으로 내려갔다.

 

달맞이공원에서 내려다본 한강과 중랑천, 사라진 저자도 자리에 모라바닥이 선명하게 보인다. /박차영
달맞이공원에서 내려다본 한강과 중랑천, 사라진 저자도 자리에 모라바닥이 선명하게 보인다. /박차영

 

옥수동 아파트촌을 내려가다 옥수역 가까이에 조그마한 암자가 나타났다. 현대식 고층건물의 기세에 산자락으로 밀려나 있는데, 절의 입구를 나타내는 일주문도 없다. 절의 이름이나 알려고 찾아보니 종남산(終南山) 미타사(彌陀寺). 종남산은 남산의 다른 이름이므로, 남산골 미타사다. 예전엔 한강과 중랑천의 두 물이 만나는 두뭇개에 있다고 해서, 두뭇개 승방이라 불렸다고 한다.

미타(彌陀)란 아미타불의 준말로 전국적으로 미타사가 여럿 있고, 서울에서도 미타사란 작은 절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파트단지 내에 자리잡은 종남산 미타사 대웅전 /박차영
아파트단지 내에 자리잡은 종남산 미타사 대웅전 /박차영

 

이 작은 절에 문화재가 엄청나게 많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창건연대가 통일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문화재가 많은 것이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것만해도 20종에 이른다. 불화가 대부분이다.

이 절은 1천년 이상 역사를 지난 비구니 도량이다. 성동구청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절은 보문동의 탑골승방, 숭인동 청룡사의 새절승방, 석관동 청량사와 함께 한양도성 밖의 4대 비구니 사찰 중 하나다. 남쪽으로 한강이 흐르고, 뒤로 울창한 수풀이 감싸고 있어 경관이 수려해 마음공부하기에 좋은 곳이다.

절의 이력을 보면, 신라 진성여왕 2(888)에 비구니스님 대원(大願)이 지금의 성동구 금호동 골짜기에서 창건했다. 당시 금호동은 궁중에서 사용하는 메주를 쑤어 올린 곳이라 하여, 메주골이라 했다. 그런데 금호동에 있던 메주가마를 자하문 밖으로 옮겨가자 사람은 적고 도둑이 많이 생겨, 절을 옥수동으로 옮겼다. 옥수동으로 옮긴 후 고려 예종 때(1115) 극락전을 건립하고 아미타불을 모시고, ‘미타사라는 절 이름을 받았다. 조선 철종 때 조대비의 하사금으로 극락전을 다시 짓고 요사를 수리하고, 1928년에는 7층 석탑을 세웠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말사로, 봉은사 등과 함께 전통사찰이다. 부속 암자로는 대승암과 칠성암, 금보암·금수암·정수암·용운암·관음암·토굴암 등 8개가 있다. 사세가 번성할 당시에는 모두 966칸의 건물이 있었다. 절 내부에 250년 된 느티나무 두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다녔다고 한다.

 

종남산 미타사 천불암 /박차영
종남산 미타사 천불암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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