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기류변화…금융정책 전환 고민할 때
국제시장 기류변화…금융정책 전환 고민할 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11.09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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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의 TB 매각애 미국 주도 쏠림 완충…국내채권시장 경색 풀어야

 

원화 환율이 내려가며 여의도 증권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의 불안이 여전한데 환율과 주식시장이 안정된 것은 일본 정부의 덕이라고 할수 있다. 일본이 10월말부터 엔화 방어를 위해 대규모로 미국 국채(TB)를 매각했고, 그 덕분에 우리나라를 비롯, 아시아 금융시장이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10월말 기준으로 엔화가치가 1달러당 150엔을 찍자 일본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행이 제로금리를 고집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사이에 금리 갭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들어서 엔화는 30%나 하락했다.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개선되지만 해외수입제품의 가격이 올라 물가 방어가 어렵게 되었다. 금리를 묶어 놓았으니, 환율이란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일본 재무성이 개입한 것이다.

일본 재무성은 시장 개입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을 관례로 한다. 다만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29일부터 1027일까지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비용이 424억 달러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일본의 시장 개입은 이달들어서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일부 언론들은 일본과 미국이 TB 시장을 놓고 전쟁이 벌어진 것인양 흥미 위주의 보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시장 개입은 사전에 미국에 통보하고 진행된 것이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미국에 시장 개입 사실을 밝혔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일본 정부의 '침묵개입'(silent intervention) 방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고 일본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일본의 시장 개입은 지나친 엔화 하락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이 전면적으로 TB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정된 고금리의 TB를 대량매각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고, 엔화 급등을 오히려 기업이 원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미국 국채 매각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 쏠림현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뿐이다. 일본 정부가 TB를 매각한다 해도 일본 민간 자금은 고금리의 달러시장으로 달려갈 것이고, 민간과 정부 사이에 상쇄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중국도 위안화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1달러당 6.7위안 수준이던 역내 위안화 가치는 10월말에 15년 만에 최저인 7.2위안으로 떨어졌고, 역외시장에선 1달러당 7.3위안을 오르내린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3.85%에서 3.65%로 내렸고, 지금까지 이를 동결하고 있다. 재정적자도 중앙과 지방 모두 작년 동기 대비 약 3배 증가했다는 게 블룸버그 통신의 추산이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 약세를 완충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픽=박차영
그래픽=박차영

 

일본과 중국은 미국 국채보유에서 1위와 2위를 하는 나라다. 두 거대 달러보유국이 달러표시채권을 쏟아붓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외환시장과 증시가 반사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국가채무가 많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수 없고, 미국 국채시장 개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시진핑이 3연임한 이후에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화하려면 환율 안정을 꾀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일본과 중국의 시장 개입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일방적인 쏠림이 완충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금융정책도 새로운 방향을 잡을 절호의 타이밍이다.

 

문제는 국내 채권시장이다. 채권시장에 국내기업의 거래절벽 현상이 생기고, 국내 유수은행과 기업의 해외 자금조달도 막히고 있다. 그 근본 이유가 김진태 강원도지사나 흥국생명이 아니라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을 추수하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채권시장의 경색을 유도했다. 정부가 50조원의 돈을 마련했다고 해도 엉켜 있는 시장이 풀리지 않고 있다. 지금쯤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멈춘다고 시사하면 시장에 큰 변화를 줄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미국과 다르다. 미국은 이창용 총재가 누차 말하듯 기축통화국이다. 미국은 금리를 올려도 전세계 돈을 쓸어 담기 때문에 안정을 유지할수 있다. 가계부채가 많고 기업 자금조달 시장이 취약한 우리나라가 미국을 따라 간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IMF의 논리는 미국의 논리이기;도 하다. IMF에 오래 근무한 이창용 총재가 국내 시장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다. 한은이 금융긴축 정책의 전환을 고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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