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목간에서 백제의 무게 단위 단서를 찾다
부여 목간에서 백제의 무게 단위 단서를 찾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11.10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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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동남리 유적서 목간 5점 출토…판독 결과, 무게단위 ‘主’ 확인

 

충남 부여 동남리 49-2 공공주택 신축부지에서 올해 3~4월에 백제시대의 목간 5점이 발굴되었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발주하고 ()울산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한 동남리 유적에서 백제시대의 도로, 건물지, 수혈, 수로, 우물, 경작유구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되었고, 목간도 나왔다. 부여는 백제말기의 수도였기 때문에 동남리 유적은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스터리한 것은 목간의 글씨였다. 나무 막대에 먹의 자국은 분명한데, 글자가 흐릿했다. ()울산문화재연구원은 목간의 수종을 분석하고, 글자를 확인하기 위해 적외선 촬영과 근적외선 초분광 촬영을 실시했다.

이렇게 해서 확인한 결과, 목간의 수종은 벚나무류, 소나무류, 삼나무류에 속하는 나무를 가공하여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간의 쓰임새는 형태나 판독된 내용을 볼 때 2점은 문서용 목간이고, 나머지 3점은 물품의 꼬리표인 하찰(下札)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부여 동남미 목간의 형태 /문화재청
부여 동남리 목간의 형태 /문화재청

 

문제는 글자의 내용 판독이다. 조사팀은 4번에 걸쳐 자문 회의와 문자 판독회를 통해 출토된 목간 글자의 판독을 시도했다.

문서용 목간에서 날짜(十二月十一日), (), 중량()을 뜻하는 글자가 나타났고, 출납(), 이동(, 혹은 맞이하는()으로 해석), 재고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글자가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이 목간이 행정 관부의 출납을 담당하던 관리가 기록한 문서나 장부의 용도였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 세로로 표기한 행간의 빈 공간에 이음표()를 써서 문자를 거꾸로 써내려가는 흥미로운 사서방법도 확인되었다.

특히 목간에는 ()’라는 글자가 여러번 등장하는데, 이는 ()’의 다른 글자(異體字)로 무게를 재는 단위로 해석되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은제 팔찌에 새겨진 ()’라는 글씨가 백제의 무게단위로 알려져 있다.

문서용 목간에서는 곡물인 피()와 함께 이동(?), 연령 등급(), 사람 이름, 용량 단위() 등으로 볼 수 있는 글자가 확인되어 곡물의 출납과 관련된 기록으로 파악되었다. 더욱이 피는 함안 성산산성 출토 목간에서도 확인된 글자로, 고대 식량에서 중요한 곡물이었다.

 

목간 출토 지점 /문화재청
목간 출토 지점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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