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헤르손 탈환…물 전쟁이 시작됐다
우크라, 헤르손 탈환…물 전쟁이 시작됐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11.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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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굴욕…크림반도 수자원의 85% 공급하는 운하에서 공방전 벌어질듯

 

우크라이나가 11118개월째 러시아에 점령되었던 남부 요충지 헤르손(Kherson)을 탈환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헤르손 시청 옥상에 국기를 게양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전송되고, 수도 키이우 시민들은 길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224일 개전과 동시에 헤르손을 향해 진격해 32일 이 도시를 장악했다. 헤르손은 드니프로강이 하류로 빠져 나가는 입구에 위치하며, 우크라이나 남부에 있는 헤르손주의 주도다. 인구는 전쟁이 나기 전에 283,000명이었으나, 러시아 점령기에 인구 절반 이상이 흩어졌다고 한다. 1778년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가 이곳을 점령한 후 흑해 함대의 기항지로 출발해 우크라이나의 주요곡물항구로 번성했다. 조선 산업, 농업기계·정유·수산물가공 등의 공업이 발달해 있었다.

 

헤르손 시청에 국기를 게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CNN 캡쳐
헤르손 시청에 국기를 게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CNN 캡쳐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헤르손 탈환은 국민과 군사기 고양에 큰 도움이 되지만, 러시아군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굴욕이다. 러시아가 헤르손을 내주기 이틀전인 9일 국방장관과 지역사령관들이 모인 수뇌부 작전회의에서 철군령이 내려졌다. 작전회의에서 헤르손을 인명 손실을 내기보다는 드니프로 강건너편으로 이동해 강을 끼고 방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빠져나간 후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충돌은 없었다고 한다. 러시아군이 썰물 빠져나가듯 퇴각한 것이다.

헤르손 탈환으로 우크라이나는 헤르손주의 40%를 탈환했지만, 드니프로강 동남부 지역은 여전히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930일 러시아는 4개주를 독립시켜 합병한지 한달이 갓 넘어 주도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헤르손을 점령함으로써 크림반도를 제압하기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CNN의 분석에 따르면, 군사전략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 북안을 차지함으로써 크림반도까지 포탄 사정거리에 포함시키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크림반도의 수자원을 드니프로강이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가 물줄기를 차단할 경우 크림반도는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북크림운하의 경로 /위키피디아
북크림운하의 경로 /위키피디아

 

크림반도는 소련시절부터 드니프로강에서 물을 끌어와 썼다. 반도 내에 강이 있지만, 농업 및 공업용수로 쓰기엔 극히 부족했다.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드니프르강은 볼가, 다뉴브, 우랄강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 긴 강이다. 이 강은 키이우, 헤르손을 거쳐 크림반도 서쪽 흑해로 빠져나가는데, 수량이 풍부하다. 소련 시절에 이 강물을 끌어 크림반도와 헤르손주 남부에 농업용수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니키타 후르쇼프 서기장 시절에 이 방안이 구체화되었다.

소련공산당은 1954년 크림반도를 러시아공화국에서 우크라이나 공화국으로 양도한 이후 1957년부터 운하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1961년부터 1971년까지 공산주의청년동맹(콤소몰)이 주도해 1만명의 자발적 근로대를 조직해 건설현장에 투입했다. 공산주의에 대한 열정페이를 악용한 일종의 강제동원이었다.

운하는 카호프카(Kakhovka) 수력발전소에서 출발해 크림반도 동쪽 끝까지 연결된다. 길이는 402km에 달한다. 고지대는 파이프를 통해 물을 끌어올려 흐르게 했다. 운하의 명칭은 북크림 운하(North Crimean Canal).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하자 우크라이나는 운하의 물 공급을 중단했다. 물 공급을 끊기 이전에 운하에서 공급되는 물이 크림반도 물사용량의 85%를 차지했다고 한다. 운하로 공급된 수자원의 72%는 농업용수로 사용되었고, 10%는 공업용수, 18%는 음용수 또는 기타 공공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북크림운하 /위키피디아
북크림운하 /위키피디아

 

올해 224일 우크라이나 공격을 개시한 러시아 군은 먼저 운하 점령에 나섰다. 전쟁이 터지자 러시아가 세운 크림공화국 수반 세르게이 악쇼노프는 현지 직원들에게 물이 들어올 것이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개전 이틀후 러시아는 운하를 점령하고 물길을 열었다.

헤르손을 탈환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운하에 물줄기를 공급하는 출발지를 타깃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앞서 운하에 물을 대는 카호프카 댐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두 나라 군대는 현재 드니프르강과 강 하류에 건설한 카호프가 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참고한 자료>

CNN, Russia’s withdrawal from Kherson is a humiliating setback. Here’s what it means for the war

Wikipedia, North Crimean Canal

Wikipedia, Kh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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