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렵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인 폴란드에 현지시간 15일 출처 미상의 미사일 두 발이 떨어져 유럽은 물론 세계가 한때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가 서방진영에 서있는 폴란드를 공격해 세계대전을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 미사일은 일단 러시아에서 발사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이 내려지는 추세에 있다.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쏜 지대공 미사일의 낙탄일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폴란드 라디오방송 ZET은 현지시간 15일 오후 3시 40분 2발의 미사일이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마을 프르제워도우(Przewodów)에 떨어져 추수를 하던 농부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폴란드 총리는 즉시 긴급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0개 주요국(G20) 정상들이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던 그날, 러시아는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약 100발의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며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서방에서는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의 소행일 가능성에 염두를 두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에 체류중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안보 약속과 관련해 우리는 나토 영토의 마지막 1인치도 수호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한다"고 방위 약속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방 주요 7개국(G7) 회의를 소집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미사일이 폴란드 영토에 떨어졌다는 폴란드의 보도를 '의도적 도발'이라며 폴란드 국경을 목표로 한 러시아의 공격은 시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측은 미사일이 폴란드를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우크라이나의 술책이라고 주장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러시아의 음모라고 반박했다.

안제이 두다(Andrzej Duda) 폴란드 대통령은 “누가 미사일을 발사한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러시아제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로선 조사를 하는 중”이라며 러시아 소행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이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운을 뗐다. 정보 파악이 되었다는 얘기였고, 사태가 빠르게 굴러가지 않도록 미국이 서둘러 수습에 나섰던 것 같다. 폴란드 총리는 국민들에게 진정할 것을 호소했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미국과 나토 정보기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해 미사일을 쐈고, 우크라이나의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궤적으로 볼 때 러시아에서 발사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일찍부터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날 사태는 큰 파장을 낳았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취소되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든 정보를 분석할 때까지 아무런 코멘트를 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이고, 영국 총리관저는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폴란드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중간에 위치해 세력이 강할 때는 대제국을 형성했지만, 약할 때엔 양대 진영에 짓밟힌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살았다. 18세기말 이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에 의해 영토가 찢겨졌고, 2차 대전이 독일의 폴란드 공격에서 시발되었다. 종전후 소련이 위성국이었다가 1990년대 이후 서방진영으로 돌아서 EU와 NATO 회원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