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마다 주권이 바뀌는 평화의 꿩섬
6개월마다 주권이 바뀌는 평화의 꿩섬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2.11.18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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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9년 30년 전쟁 종전협정으로 탄생…프랑스와 스페인이 번갈아 주권 이양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사이에 비다소아(Bidasoa)라는 작은 강이 대서양을 향해 흐른다. 비다소아강 하류에 길쭉하게 생긴 하중도(河中島)가 있는데, 그 이름이 꿩섬(Pheasant Island)이다. 꿩이 살지는 않는다. 양국의 수뇌가 이곳에서 자주 만났기 때문에 회담섬이라 불리다가 언젠가 용어가 와전되었다고 한다. 면적은 6,820으로 축구장(7,140)보다 조금 작다.

이 섬의 주인은 700번 이상 바뀌었다. 매년 21일부터 731일까지는 스페인 땅이고, 81일부터 이듬해 131일까지는 프랑스 영토다. 공동주권은 아니다. 단일주권의 영토인데, 주권자가 6개월마다 바뀌는 것이다.

 

꿩섬의 위치 /김현민
꿩섬의 위치 /김현민

 

꿩섬의 이같은 소유권 구조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618년부터 1648년까지 온 유럽이 30년 전쟁에 휘말렸다. 그 전쟁으로 전사하거나 병들고 굶어 죽은 자를 합치면 450~800만명에 이르렀다. 독일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당사국 간에 회담이 열렸는데, 1659117일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와 스페인의 필리프 4세가 이 섬에서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이때 체결한 피레네 조약의 한 항목으로 꿩섬을 6개월씩 돌아가며 소유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그 조약이 지금까지 지켜져 6개월마다 주권이 교체되고 있는 것이다.

 

1659년 피레네 조약 체결 그림 /위키피디아
1659년 피레네 조약 체결 그림 /위키피디아

 

이 섬에서 두 나라 왕가의 혼사도 이뤄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614년 프랑스의 루이 13세와 스페인의 필리프 4세가 이 섬에서 서로의 누이를 맞아 겹결혼 관계를 맺었다.

피레네 협정이 체결된 1659년에는 루이 14세와 스페인의 마리아 테레지아가 만났고, 나중에 결혼에 골인했다. 1721년 루이 15세와 스페인의 마리아나 빅토리아가 이곳에서 만났으나, 둘의 만남은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스페인 쪽에서 바라본 꿩섬 /위키피디아
스페인 쪽에서 바라본 꿩섬 /위키피디아

 

섬의 공식적인 관리자는 스페인의 해군, 프랑스의 해안경비대이지만, 프랑스에선 이 섬을 관리하는 직책으로 꿩섬 총독이란 자리를 두었지만, 형식에 불과하다. 실질적 관리자는 프랑스의 앙다이(Hendaye(시와 스페인의 이룬(Irun)시다.

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관광객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다. 주권이 교체될 때마다 양국 해군당국이 관리상태를 파악해 넘겨준다. 두 나라의 감독 당국은 닷새마다 이 영토의 상황을 파악할 의무를 갖는다. 가물었을 때엔 스페인 쪽에서 걸어서 걸수 있다고 한다.

섬 한가운데 1659년 피레네 협정을 기리는 기념비가 남아 있다. 지금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은 EU라는 틀에서 중요하지 않지만, 꿩섬은 과거 영토전쟁의 시대에 잔재로서, 평화를 기념하는 기억물로서 의미를 새기고 있다.

 

꿩섬 내 피레네조약 기념비 /위키미디아
꿩섬 내 피레네조약 기념비 /위키미디아

 


<참고한 자료>

Wikipedia, Pheasant Island

NYT, The World’s Most Exclusive Condominium

BBC, Pheasant Island, located between France and Spain, bizarrely changes countries twice a year. But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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