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서 장고형 고분 군집 나왔다
전남 함평서 장고형 고분 군집 나왔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11.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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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고분군 확인…유리옥과 은제 장신구 등 일본·중국계 유물 출토

 

장고형 고분 또는 장고분은 일본 용어로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이라고 불린다. 앞에는 네모난 방형의 제단 형태이고, 뒤에는 둥근 원형의 봉토분인 무덤인데, 열쇠구멍 혹은 장고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전방후원분은 4~6세기 고대 일본의 전형적 무덤형식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런 형태의 무덤이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도 발견되었다. 일본측에선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장고분을 임나본부설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일분문화가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건너간 것이라고 반박한다. 어쨌든 장고형 고분은 한일 고대사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조사지역 원경 /문화재청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조사지역 원경 /문화재청

 

전라남도 함평군에서 장고분 고분이 집단으로 발굴되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올해 3월부터 9개월간 함평 학교면 마산리 표산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15개의 고분군을 확인했다. 이 고분군은 영산강유역에 분포하는 장고분 중에 유일하게 군집을 이루고 있고 옹관 핵심 분포권인 나주 복암리 고분군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번 발굴에서 1호분(장고분) 봉분과 함께 고분 주위 도랑시설의 형태와 인접한 4호분·5호분·6호분의 구조와 축조방법을 확인했으며, 유리옥과 은으로 만든 장신구, 일본·중국계 유물 등 새로운 자료들도 확보했다.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6호분 매장시설 전경 /문화재청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6호분 매장시설 전경 /문화재청

 

1호분은 1984년에 도굴상태로 처음 알려졌으나, 봉분을 비롯한 고분 구조가 비교적 잘 남아있었다. 봉분 규모는 길이 46m, 너비 14~28m, 최대높이 6.2m 내외이며, 평면은 장고 모양으로, 외곽을 따라 방패모양 도랑을 둘렀다. 고분 위에는 돌을 얇게 깐 시설과 사다리꼴 분구에 오를 수 있는 출입로를 갖췄으며, 이러한 시설들은 각각 인근의 함평 신덕고분과 광주 월계동 장고분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매장시설은 길이 5.3m, 너비 2.8m, 높이 2.9m인 사각형 널방 가운데에 길이 3m 내외의 입구가 달린 돌방 구조로, 전문도기(錢文陶器), 뚜껑 있는 접시와 제사용 그릇받침 등이 출토되었다.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주요 출토 유물 /문화재청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주요 출토 유물 /문화재청

 

4·5·6호분은 1호분과 달리 평면이 원형이며, 외곽을 따라 도랑을 둘렀다. 고분 규모는 각각 직경 10m~13m 내외의 소형이며, 세 고분 모두 도굴로 인해 매장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거나 일부만 잔존한 상태로, 매장시설의 구조는 사각형 널방 가운데에 입구가 있는 돌방이다.

특히 1호분의 장축선상에 위치한 6호분의 고분 배치 형태는 함평 신덕고분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 배장묘(중앙 무덤 곁에 만드는 종속적 무덤)의 성격으로 추정된다. 또한 돌방 입구 주변에 토기를 세우고 함께 묻어 제사를 지낸 흔적도 조사되었다. 유물은 고분 주위 도랑 시설, 뚜껑 있는 접시와 제사용 그릇받침, 전문도기(錢文陶器), 스에키계 항아리, 은 장신구, 유리 옥 등이 출토되었다.

나주문화재연구소는 함평 일대가 웅진기 후반~사비기 초에 백제화되는 과정에서의 마한 문화의 변화 양상과 대외교류상을 종합적으로 해석해볼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굴의 의미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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