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 엠바고, 글로벌 제조업 핏줄 끊나
일본의 한국 엠바고, 글로벌 제조업 핏줄 끊나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7.02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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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도 거세다…장기화시, 한국 타격 크지만 세계 경제에도 연쇄 파동 우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경제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버틴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3개 소재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을 금지할 것이다. 사무라이 기질의 아베 신조 총리가 칼을 빼고 바로 칼을 칼집에 넣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된다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 신문들에 의해 잘 보도되고 있다. 닛케이 영문판은 SK하이닉스의 부품 재고량이 3개월분도 되지 않아 조만간 생산을 중단할 여건이라고 보도했다. 삼성도 그다지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일본측은 보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되어서 끝내 세계 1위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3위 업체인 하이닉스 공장에서 반도체 생산이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의 역풍이 만만치 않다. 일본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하기로 한 품목은 투명 폴리이미드(fluorinated polyimide),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고순도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라는 세 가지 소재다. 이중 투명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업체가 전세계 공급량의 100%를 생산하고, 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에서 70%를 생산한다. 국내 양대 반도체 회사는 이들 세 소재의 거의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한다.

 

문제는 한국에서 반도체가 공급되지 않으면 세계 전자업체들이 도미노처럼 생산을 축소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 두 업체의 반도체 생산이 D램의 경우 전세계의 70%, NAND 부문에선 50%를 생산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생산중단이 글로벌 제조업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일본은 한국을 압박하려다 세계 제조업의 핏줄을 끊었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애플의 아이폰, 중국 화웨이의 핸드폰, 휴렛패커드, 레보노그룹,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도 한국산 반도체를 쓰고 있다. 다른 회사로 공급선을 바꿀수 있지만, 한국 이외에서 갑자기 생산라인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세계적인 전자업체, 휴대폰 회사들이 생산량을 줄일수밖에 없게 된다. 국제적인 비난이 외교 마찰을 해소하지 않은 한국에 쏟아질수 있지만, 일본에게 더 많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비난을 들으며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장기화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사 로고 /각사 홈페이지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사 로고 /각사 홈페이지

 

당장에 한국에 소재를 공급해온 회사들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 된다. 세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업체는 JSR, 쇼와덴코(昭和電工), 신에츠화학(新越化學) 3개사인데, 일본정부의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원망을 살 가능성이 높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들 세 회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분의 3분의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의 일본 전자장비회사 대표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오는 반도체 공급이 지연되면 애플의 아이폰 생산이 줄어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이폰에 부품을 납품하는 일본 업체에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정부의 규제정책이 역풍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가 한정적이라는 평가를 사전에 내렸다고 한다. 2) 하지만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끊어질 때 일본에 대한 국제적 비난은 자국의 경제피해보다 더 클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한국의 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량 3개월분의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두 나라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 동아일보, 201972일본, 수출규제에 피해는 한정적사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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