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은 지는 싸움…외교로 풀어야
한일 경제전쟁은 지는 싸움…외교로 풀어야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7.03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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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에 대한 감정 씻고 미래 향해야…서로 한발씩 물러서 타협 찾아야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3가지 소재에 대해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한지 이틀만에 당정청 고위인사들이 얼굴을 맞댔다. 우리나라를 이끄는 그들이 내놓은 결론이 허망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낙연 총리, 김상조 청와대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결론은 반도체 소재 부품 및 장비개발에 매년 1조원씩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금지하겠다 하니, 그 소재를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는 발상이다.

지금 당장 급한 건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소재 재고량이 소진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공장을 3개월 내에 뚝딱 지어 소재를 생산할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런 기술이 당장 있나.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왜 우리업체가 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았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조원이 없어 소재를 개발하지 않았나.

아주 심플한 문제에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그것도 집권여당과 정부, 청와대의 고위직들이 새벽부터 만나 내놓은 결론이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 /사진=더불어민주당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 /사진=더불어민주당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푸는 일이다. 2일 열린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일본의 무역 보복에 관해 한마디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업자원부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정부 차원에서 정리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 문제는 산업자원부가 해결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풀어야 할 외교적 사안이다. 담당해야 할 부서는 외교부다. 대통령이 일본의 보복 문제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여당 대표나, 국무총리, 청와대비서실장이 만나서 무슨 내용을 내놓겠는가.

 

해법은 외교에 있다.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고, 외교부 장관이 풀어야 할 사안이다. 일단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일 간에 조율을 해야 한다. 우리도 한발 물러서고, 일본도 한발 물러서게 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일본이 과거에 한 짓에 대해 원한이 사무치도록 괘씸하다. 하지만 현실의 해결은 과거의 원한을 접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두차례 세계대전, 그에 앞서 나폴레옹 전쟁, 독일의 파리 침공 등 수백년을 싸워왔고, 서로의 증오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증오를 씻고 화합하기로 했다. 서로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세계최대의 경제공동체를 만들었다.

베트남인들은 과거 미국이 한 짓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에 대한 증오를 뒤로 삼키고 수교했고, 오늘의 경제적 성과를 얻어 냈다.

요즘 일본과 화해하자는 얘기를 하면, 토착 왜구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특히 친여권 네티즌이 벌떼처럼 덤벼든다. 경기도의 어느 도의원은 일본제품에 불매운동을 벌이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반일 감정이 극에 치닫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프랑스나 베트남이 우리보다 더한 과거사의 수모를 기억하면서도 화해를 선택했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앞장 서서 그 문제에 답을 내야 한다.

 

냉정하게 보면 한일 경제전쟁은 우리가 지는 싸움이다. 우리 산업은 일본에서 기계를 들여오고 일본의 소재를 써서 제품을 생산하고 해외에 수출하는 구조다. 일본이 갖는 원천 기술 중에 상당수를 우리가 개발해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산업의 핵심은 일본이 쥐고 있다.

지난 50년간 경제가 성장하고 적어도 먹는 걱정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 경제는 취약한 구조를 노출하고 있다. 국제협력이 필요하고, 더더욱 일본과의 경제교류는 필수적이다.

외교는 상호적이다. 일본이 치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난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발 물러서는 것도 큰 용기다.

22년전 IMF 외환위기 때 일본 은행들이 한국에 빌려준 단기차관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아 보유외환이 바닥나 경제가 파탄난 적이 있다. 일본에 적대감을 갖고 있던 김영삼 정부는 정적이었던 박태준씨 등을 일본에 보내 달래보려 했지만, 거부당했다.

더 늦으면 감정이 더 상할수 있다. 그땐 이쪽 감정도 악화되고, 결국엔 상상하지 못할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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