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사장님들의 파업?…무너진 원칙
화물차 사장님들의 파업?…무너진 원칙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12.01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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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가 화물연대에 밀리고 윤 정부도 타협…이번 결과에 주목

 

사회주의 이론에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를 구분하는 기준은 생산수단의 소유여부다. 공장, 기계 등의 생산수단을 보유한 사람이 부르주아 또는 자본가이고, 노동력을 제공해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이 프롤레타리아 즉 노동자로 규정된다. 화물운송사업에서 생산수단은 트럭 등 화물운송차량이다. 1인 화물사업자도 자본가이지,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화물연대 파업은 용어부터 자기모순이다. 사업자의 업무 거부는 파업이 아니라 사보타지라고 해야 맞다. 따라서 화물연대 파업은 잘못된 표현이고, 운송사업자 사보타지라고 해야 한다. 작금의 화물연대 파업은 잘못된 개념 정리에서 출발한다.

 

화물차 기사들은 트럭 또는 트레일러를 보유하는 사업자다. 자기차를 자신이 몰고 다니면서 영업을 한다. 사업자가 자기 자신을 고용한 셈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부르주아다. 화물연대도 노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2002년 화물연대는 출범과 동시에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민주노총으로선 1인 사업자로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화물연대도 민주노총의 지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식하지 않는다. 화물사업자 사장들의 연합, 즉 조합일 뿐이다. 그러니 화물연대 파업은 사장님들의 사보타지다.

1인 사업자도 작업을 거부할수 있다. 손아람 작가는 한겨레신문 기고문에서 대부분 개인차주인 화물연대 구성원들이 자차 운행을 중단한 정직한쟁의다. 파업이란 단어의 뜻 그대로 일하지 않는시위다. 그것도 업무에 자신의 사유재산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시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작업거부 대상은 사업 상대방이어야 한다. 운송사업자에겐 화주가 사보타지의 대상이 된다.

정부가 화물연대의 파업(?)에 간여하는 것은 민간사업 영역, B2B에 개입하는 것이 된다. 아울러 화물연대가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벌이는 것 자체도 모순이다. 화물연대 20년 동안 매번 정부와 협상하는 것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화주 단체와 화물연대가 협상하는 것을 지켜보고, 불법 행위만 단속해야 했는데, 언젠가부터 협상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가 엄청나다는 이유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5월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가 발생하자 군() 대체 인력 투입까지 검토할 것을 지시하며 강경 대응을 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1년 쓴 책 운명에서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부산항 수·출입 화물의 육로 수송률이 절대적이고, 철도에 의한 수송 분담률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호한 대응이 불가능했다결국 화물연대 파업은 합의 타결됐다. 말이 합의 타결이지 사실은 정부가 두 손 든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정부가 화물차 사장 사보타지에 개입하고, 두손을 든 결과는 그후에도 계속되었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화물기사의 과로사 방지를 이유로 안전운임제가 도입되었다. 제도 도입 과정에서 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법의 한시적 시행 기간을 정하는 '일몰조항'이 추가되었다. 한시법의 기간은 202011일부터 20221231일까지였다.

202111~12월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시행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조항 폐지, 운임 인상, 산재보험 전면 적용, 지입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11월 3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시멘트 운송업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11월 3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시멘트 운송업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화물연대는 다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202267, 화물연대가 다시 일몰제 폐지를 위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여론을 따라가서 너무 노사 문제에 깊이 개입하게 되면 노사 간 원만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이 전혀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그간 정부의 입장이라든가 개입이 결국은 노사 관계와 그 문화를 형성하는데 과연 바람직하였는지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 출범 초기의 윤 정부의 국토부는 화물연대와 협상을 타결, 파업을 끝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법제화해 영구 적용하자는 입장이었으나, 협상 결과 일몰 시기를 임시로 3년 더 연장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11월말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단행해 안전운임제도의 영구화와 대상품목 확대를 요구했고, 국토부는 1129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1129일자 조선일보 사설화물연대가 파업을 남발하는 것은 새 정부가 이들의 첫 파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등 원칙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면 극렬한 반발과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정부가 이를 버텨낼 의지가 있는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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