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복” 음모 ‘제국시민’의 왕정복고주의
“독일 전복” 음모 ‘제국시민’의 왕정복고주의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12.08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치국가 수립 위해 토지매입, 우표 발생 등…네오나치와 차별

 

지금의 독일 연방정부를 전복하려던 제국시민’(Reichsbuerger) 관련자 25명이 독일 당국에 검거되었다. 이들은 무력으로 독일 정부를 타도하고 하인리히 13(Heinrich XIII)라는 인물을 국왕(kaiser)으로 하는 군주국을 수립할 음모를 꾸민 것으로 독일 검찰의 수사에서 드러났다.

유럽의 정치전문가들은 이들이 독일의 극우파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왕정을 지향하는 점에서 네오나치와는 차별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제국시민은 구체적인 조직을 편성하지는 않고, 개인 또는 소그룹 형태로 분산되어 있다. 다만 공유하는 신념을 통해 하나의 세력으로 뭉쳐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2차 대전 이후 독일 체제를 부정한다. 이들이 패전 이후 분할된 영토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는 극우 네오나치와 이념을 같이한다. 독일은 2차 대전 후 동부지역을 폴란드에 넘기고, 오스트리아를 분할했다. 제국시민은 황제국이었던 제2제국(1871~1918)과 나치의 제3제국(1933~1945)의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 제2제국(1871~1918)의 영토 /위키피디아
독일 제2제국(1871~1918)의 영토 /위키피디아

 

제국시민의 일부는 자체 통화와 ID카드를 발행하고, 자치국 실현을 준비하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연초에 쾨니히라이히 도이칠란트’(독일왕국)라는 유사조직이 자치국을 수립하기 위해 작센 주에 두 곳의 토지를 매입했다. 제국시민은 적, , 홍의 제2제국 국기를 단체의 기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독일국기는 흑, , 황의 삼색기다.)

이들은 2차 대전 이후 연합국에 의해 조직된 독일연방정부를 부정한다. 따라서 세금 납부를 거부하거나 정부 기관에 쓰레기 메일을 보내 업무를 방해하기도 한다.

 

제국시민의 기(2제국 국기. 왼쪽)와 현재 독일연방정부 국기(오른쪽) /위키피디아
제국시민의 기(2제국 국기. 왼쪽)와 현재 독일연방정부 국기(오른쪽) /위키피디아

 

이번에 적발된 그룹은 실제로 왕정을 준비했다. 체포된 사람 가운데 71세의 하인리히 13세는 과거 튀링겐에 다수의 봉토를 가진 로이스 가문(House of Ruess)의 후손이다. 이 가문은 1차 대전에서 독일 제2제국이 패망한 이후 영지는 모두 빼앗겼지만, 성채와 일부 전답은 보유하고 있다. AP통신은 검거 직전까찌 하인리히 13세가 살던 튀링겐 잘도르프(Saaldorf)의 성채를 보여주었다.

로이스 가문은 장자에게 하인리히라는 이름을 물려주는 게 관례라고 한다. 하인리히 13세의 아들은 하인리히 14세인데, 30대인 그는 아버지와 절연한채 살고 있다. 하인리히 14세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버지를 정신이 혼미한 노인”(confused old man)이라면서 가족과 14년째 단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분석가들은 독일의 제국시민이 극우음모론 단체라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의 큐어넌(QAnon) 세력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큐어넌은 인터넷을 통해 조직된 비밀단체로, 미국 정부 내에 사탄을 숭배하는 소아성애자들이 있으며, 이들이 세계적인 아동 매춘·밀매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음모론을 펼쳤다. 마친가지로 독일의 제국시민은 코빋 백신이 독약이며, 독일 정부가 독일인을 쫓아내고 그 공백을 외국인으로 채우려 한다는 음모를 퍼트렸다.

 

제국시민의 시위(2014년, 베를린) /위키피디아
제국시민의 시위(2014년, 베를린) /위키피디아

 

제국시민은 1985년 서베를린의 철도공무원이었던 볼프강 에벨에 의해 처음조직되었다. 그동안 이 사상가들은 다수의 평범한 독일인에게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았고, 보안당국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제국시민 신봉자가 불법무기를 단속하는 경찰을 살해한 이후부터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었다.

독일 검찰은 이 단체의 회원으로 파악되는 1,000명 이상에 대해 무기소지 면허를 박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제국시민 지지자 500명 정도가 무기를 소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독일 검찰은 반테러 차원에서 국가전복 혐의자 25명을 검거했다. 이들을 체포하는데 3,000명의 병력이 투입되었고, 독일 16개주 가운데 13개 주에서 작전이 전개되었다.

독일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11월에 독일 의회를 무장공격할 계획을 세웠으며, 러시아와도 접촉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측은 이번 사건과 전혀 연관성이 없으며, 독일 내부의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해외 언론들은 제국시민 추종자가 독일 내에 2만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참고한 자료>

BBC, Reichsbürger: German 'crackpot' movement turns radical and dangerous

Wikipedia, Reichsbürger movement

SkyNews, Heinrich XIII Prince Reuss: Who is 'ringleader' of German far-right coup plot - and what is the Reichsburger movemen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