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⑦…이순신 제거 음모
임진왜란⑦…이순신 제거 음모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2.12.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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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작 요시라, 가토 도착일시 제공… 선조. 출병 지시 거부한 이순신 파직

 

임진왜란에 요시라(要時羅)라는 일본인이 등장한다.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에 그는 100회 가까이 등장하는 유명인물이다. 본명은 가케하시 시치다유(梯七太夫)로 알려져 있으며, 대마도 출신으로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사위인 대마도주 소 요시토시(宗義智)의 부하였다. 그는 고니시의 통역관으로 조선에 파견되어 경상우병사 김응서(金應瑞) 장군과 접촉했다.

 

희대의 세작(細作, 첩자)이었던 요시라는 양쪽 진영을 번갈아 정보를 제공하면서 전황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조선의 바다를 지키던 이순신 장군을 파직시키는 음모였다.

발단은 가토 기요마사의 상륙 정보였다. 선조실록 1597(선조 30) 119일자에 경상도 병사 김응서의 장계가 기록되어 있다.

“111일 요시라가 와서 고니시(行長)의 뜻을 전했다. 가토 기요마사(加籐淸正)7천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4일에 대마도에 도착했는데, 순풍이 불면 곧 바다를 건넌다고 한다. 전에 약속한 일은 이미 갖추었는가? 가토가 바다를 틀림없이 약탈할 것이니. 그가 바다를 나오기 전에 예방하여 간사한 계교를 부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고니시는 이전에 요시라를 통해 가토의 남해안 상륙을 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그가 오면 잡아서 처단하라고 통보한 터였다.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는 조선을 침공한 양대 장수로서, 서로 라이벌 관계였다. 일본에 있던 가토가 조선에 도착하는 날을 가르쳐 줄 터이니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조선과 고니시는 가토를 죽이는데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김응서는 요시라가 전해준 정보를 선조에게 급보로 전했고, 선조는 비변사에 검토를 지시했다. 합참 격인 비변사는 김응서의 보고를 검토한 후 임금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선조 30121일자)

왜적의 말은 교활하여 믿기가 어렵고 가토가 이미 대마도에 나와 있으니, 비록 계책을 행하려 해도 미치지 못할까 싶습니다. 신들이 뒷탈이 있을까 염려되고 또 기회가 이미 늦었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원수로 하여금 적의 정세와 시기(事機)가 어떠한가를 보아 편의에 따라 수응(酬應)하여 그 일을 성취시키게 하고 불가하거든 그만두게 하는 것이 무방할 듯합니다.”

비변사의 판단은 유보적이었다. 적의 간계일수도 있고, 잘못 응했다가는 당할수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도록 선조에게 주문했다.

 

고니시 유키나가 /위키피디아
고니시 유키나가 /위키피디아

 

선조는 귀가 얇았다. 요시라의 정보가 간계임을 간파하지 못했다. 경상우병사 김응서도 요시라가 자신이 심어둔 첩자로 착각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요시라는 큰 건을 던져준양 조선 조정에 벼슬을 달라고 요구했고 김응서도 수고비조로 80냥을 그에게 건네 주었다. (선조 30122)

선조는 고니시의 밀지를 전해준 요시라에게 정3품 무관 자리인 첨지(僉知) 벼슬을 하사했고, 121일 도원수 권율(權慄)을 통해 한산도에 있던 이순신에게 요시라의 첩보에 따라 출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이순신은 지금의 해군참모총장에 해당하는 삼도수군총제사였다. 이순신은 요시라의 첩보를 간계로 파악했다. 이순신은 그 정보가 사실이라도 조선 수군과 자신을 유도해 함정에 빠뜨리려는 계략으로 파악하고 출동을 하지 않았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15961012일부터 15933월까지 빠져 있어 이에 관한 본인의 입장이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이순신은 적의 계략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며 주저하고 있었다고 썼다.

그러자 요시라가 다시 찾아왔다. 요시라는 김응서에게 가토가 이미 상륙했소이다. 왜 그를 치지 않은 것입니까.”라고 말하면서 안타깝고 애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응서는 요시라의 얘기를 다시 조정에 보고했고, 일부 대신은 이순신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은 조선을 다시 침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일본이 조선을 치기 위해서는 조정내에 대표적인 강경파였던 유성룡과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순신을 제거해야 했다. 고니시는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요시라를 동원했고, 가토와의 라이벌 관계를 이용해 이순신을 함정에 끌어들일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이순신은 이를 간파했는데, 선조는 가토를 잡을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면 이 기회에 인기가 높은 무장 하나를 제거하려 했던 것일까. 의병장 김덕령을 제거했으니, 그 다음 선조에게 눈에 거슬리는 장수가 이순신이었을 것이다.

 

죄인의 몸이 된 이순신 /현충사관리소 홈페이지
죄인의 몸이 된 이순신 /현충사관리소 홈페이지

 

조선시대에 왕명을 거역하는 것은 무군지죄(無君之罪)로 역모죄에 해당하는 중죄였다. 이순신이 중죄임을 알고도 가토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출병하지 않은 것은 고니시와 요시라의 간계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또 가토가 상륙할 부산 앞바다엔 섬이 없어 함대를 정박할 곳이 없고, 대군을 동원할 경우 부산포와 대마도 양쪽에서 포위되어 패전할 가능성도 고려했을 것이다.

선조는 화가 치밀었다. 선조실록(30123)에 이렇게 쓰여 있다.

“"왜추(倭酋, 고니시를 말한다)는 손바닥을 보이듯이 가르쳐 주었는데 우리는 해내지 못했으니, 우리나라야말로 정말 천하에 용렬한 나라다. 지금 장계를 보니, 고니시도 조선의 일은 매번 이렇다고 조롱까지 하였으니, 우리나라는 행장(고니시)보다 훨씬 못하다. 한산도의 장수(이순신)는 편안히 누워서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랐었다.”

박성(朴惺)이란 자가 상소를 올려 이순신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의정 유성룡만 이순신을 두둔했고, 서인과 북인이 합동으로 이순신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선조는 당장 이순신을 잡아오도록 하고, 원균을 통제사에 임명했다. 그러면서도 선조는 이순신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성균관 사성 남이신(南以信(을 한산도에 파견했다. 남이신이 전라도에 도착해 들어보니, 병사와 백성들이 모두 나와 길을 막고 이순신이 무고하게 잡혀갔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남이신은 그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남이신은 보고했다. “가토가 섬에 7일이나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때 우리 군사가 공격했다면 반드시 적장을 잡을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순신이 머뭇거리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징비록)

 

226일 이순신은 왕명을 거역한 죄목으로 한양에 압송되었다. 이순신은 옥에 갇혔고, 대신들은 그의 죄를 의논했다. 다수의 대신들이 이순신을 벌하라고 주청을 올렸다.

선조는 주청을 받아들여 이순신을 죽이라고 지시했다. (선조 30313일자)

"이순신이 조정을 기망한 것은 임금을 무시한 죄이고, 적을 놓아주어 치지 않은 것은 나라를 저버린 죄다. 이렇게 허다한 죄상이 있고서는 법에 있어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니 율()을 상고하여 죽여야 마땅하다. “

하지만 판중추부사 정탁(鄭琢)이 홀로 일어나 간했다. “그는 명장이오니 죽여서는 아니 되옵니다. 군사상 문제는 다른 사람이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도 짐작하는 바가 있어 나가 싸우지 않는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바라건데 너그러이 용서해서 후에 대비토록 하십시오.”

 

정탁의 간언이 먹혀 들었다. 조정은 이순신에게 내린 사형을 감형하고, 삭탈관직의 조치만 내렸다. 이순신의 노모는 아들이 옥에 갇혔다는 말을 듣고 고통스러워하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순신은 옥에서 나와 백의종군하기 위해 아산을 지나는 길에 어머니의 부음을 들었다. 그는 난중일기에 이렇게 썼다. “종 순화가 배에서 와서 어머님의 부고를 전했다. 뛰쳐 나가 발을 구르니, 하늘의 해마저 캄캄했다. 곧 해암으로 달려갔더니 배가 벌써 와 있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다 적을수가 없다.” (1597414)

 


<참고한 자료>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이덕일, 유성룡 - 설득과 통합의 리더 유성룡, 2007,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징비록, 김흥식 옮김, 서해문고, 2003

박동철, 임진왜란 기간 충무공 이순신의 정보활동에 관한 연구 : 임진장초에 나타난 정보전 사례를 중심으로, 가천대, 2021

난중일기, 2008, 중앙북스, 옮긴이 하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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