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굴제국②…창업자 바부르
무굴제국②…창업자 바부르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3.01.0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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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과 티무르의 후손…30년 동안 전전하다가 인도에서 제국 건설

 

무굴제국의 건국자 바부르(Bābur)는 티무르의 5대손이다. 티무르(Timur, 1370~1405)는 칭기스칸의 후손을 자처하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에서 군대를 일으켜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 펀잡 일대에 거대한 제국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과거 몽골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중국()을 정벌하러 가던 도중에 사망했다. 티무르 사망 이후 후손들은 서로 영토분쟁을 벌이며 싸웠고, 그 중 하나가 바부르였다.

바부르의 어머니는 칭기스칸의 15대 손이었다. 태생적으로 황금씨족 출신이어서 정통성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여러 대를 내려가면서 황금씨족의 수가 불어나고, 후손들이 서로 헐뜯고 피 튀기게 싸우게 되었다는 게 바부르가 태어나면서 직면한 현실이었다.

1483년 바부르는 텐샨(天山)산맥 서쪽에 위치한 페르가나(Fergana)에서 태어났다. 산 골짜기의 작은 마을을 영지로 물려 받았지만 소년은 꿈이 야무졌다. 11살에 아버지가 죽고 페르가나 왕국의 군주가 된 그는 사마르칸드를 점령해 티무르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별렀다. 14살의 나이에 그는 병사를 이끌고 사마르칸드를 공격해 7개월 동안 도시를 포위했으나, 패르가나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회군해야 했다. 동생들이 귀족들과 짜고 페르가나를 접수한 것이다. 그가 급히 페르가나로 돌아가 반란 진압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타직으로 들어가 군대를 모으고 훈련시켜 3년후 다시 사마르칸드를 공격했으나 샤이바니 칸에게 밀려 이번에도 실패했다.

그는 사마르칸드 공격에 실패했고 영지 페르가나도 잃었다. 갈곳이 없는 그는 외삼촌이 지배하는 타슈켄트로 갔으나 대접은 썰렁했다. 1504년 그는 남은 무리를 이끌고 남하해 카불을 점령하고 이어 칸다하르를 접수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힘을 길러 중앙아시아로 다시 도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1513년 그는 다시 사마르칸드 공격을 시도했으나 세번째 공격도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그는 장기전을 고려했다. 평화기에 군대를 양성하고 신무기를 도입하고 기병을 늘렸다.

 

티무르제국 /위키피디아
티무르제국 /위키피디아

 

중앙아시아에서 연이어 실패한후 그는 인도로 눈을 돌렸다. 티무르도 수시로 펀잡을 공격해 재물을 약탈한 사실에 주목했다. 인도에는 금·. 보석이 풍부했고, 농업이 발달했다. 농사가 힘든 산악지대만 전전하던 바부르는 인더스 강이 베푸는 풍요로움에 눈을 뜨게 되었다. 1519년 그는 현재 파키스탄 영토인 체납 강 일대를 훓고 다녔다. 이후 수시로 군대를 동원해 펀잡 지방을 야금야금 먹어들어갔다.

바부르는 인도 북부의 델리 술탄국을 떠보았다. 델리로 가려면 파키스탄의 펀잡을 지나야 했다. 당시 델리의 술탄은 로디 왕조의 이브라힘(Ibrahim)이었다. 델리 술탄국은 힘이 약화되었고, 펀잡의 총독 다울라트(Daulat) 칸은 술탄에게서 독립할 의향을 갖고 있었다.

다울라트는 바부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바부르는 델리의 술탄 정권의 약점을 간파하고, 아들 후마윤에게 병력을 주어 델리를 공격하게 했다. 1525년이었다. 그때 다울라트가 변심했다. 바부르를 이용하려 했다가 오히려 먹힐 것을 두려워 한 것이다. 다울라트는 군대를 거꾸로 돌려 바부르를 향했다. 다울라트는 바부르에게 적수가 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펀잡이 바부르에게 떨어졌다.

 

바부르 /위키피디아
바부르 /위키피디아

 

이듬해인 15264월 바부르는 12,000명의 군대를 이끌고 델리를 향해 진군했다. 술탄 이브라힘은 그의 10배가 넘는 군대를 배치하고 기다렸다. 술탄에게 코끼리도 100마리 있었다. 이슬람과 이슬람의 대결이었다. 힌두교도들은 라나 싱가를 중심으로 30개 부족의 연합군을 형성해 약자인 바부르의 편에 섰다.

420일 델리에서 100km 북쪽에 있는 파니파트(Panipat)에서 벌어졌다. 병력수로 보면 바부르 군대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하지만 전투는 3시간만에 끝났다. 술탄군이 완패였다. 이브라힘은 용감하게 싸웠으나 바부르의 부하의 칼 끝에 전사했다.

소수의 바부르 군이 속전속결로 이브라힘의 10만군을 패퇴시킨 비결은 포병와 기병이었다. 하루에 16번밖에 쏠수 없는 조잡한 수준의 대포였지만 당시로는 최첨단 대량살상 무기였다. 특히 우렁찬 포성은 적병의 사기를 꺾었고, 술탄군의 코끼리들이 놀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자기편 병사들을 짓밟아 죽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또 중앙아시아에서 데려온 기병들은 느릿느릿한 인도군을 기습공격하기엔 적격이었다.

1526년 파니파트 전투는 인도 역사에 분수령을 형성했다. 300년간 5개 왕조가 흥망을 거듭하던 델리 술탄국의 시대가 종언하고 또다른 300년의 무굴제국 시대가 열렸다. 바부르는 아그라를 수도로 삼고 스스로 대관식을 치렀다. 호칭은 술탄보다 더 높은 파디샤(Padishāh)라고 했다. 페르시아어로 신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그는 알라신의 지상 대리인으로 황제에 오른 것이다.

 

파니파트 전투도 /위키피디아
파니파트 전투도 /위키피디아

 

다음 적수는 힌두 무사들이었다. 300년간 이슬람 정권이 인도 북부를 지배하는 동안에 힌두교도들은 더욱 강하게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지켰다. 힌두종족 4대 계급 가운데 무사계급인 크샤트리아는 라지푸트(Rajput) 집단을 형성해 중부지방에서 독자세력화했다. 바부르가 로디 왕조의 숨통을 끊을 무렵, 라지푸트의 맹주는 메와르(Mewar) 왕국의 라나 상가(Rana Sanga)였다.

라지푸트들이 바부르를 도운 것은 델리를 점령한 후 돌아갈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과거 가즈니의 마흐무드 술탄이나 티무르가 그러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은 인도를 쳐들어와 적당히 약탈한 후 돌아갔다. 중앙아시아 출신인 바부르는 예전의 기마민족과 달리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인도 대평원을 놓고 사활이 걸린 전투가 불가피했다.

두 세력의 대결은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라나 상가는 바부르 일당을 몰아낸다는 명분으로 라지푸트를 결집시켰다. 10만명의 라지푸트 연합군이 아그라로 쳐들어갔다. 바부르는 1만여명의 군대로 칸와(Khanwa)에서 기다렸다. 1527316일 벌어진 칸와 전투도 일방적으로 바부르의 승리로 끝났다. 이 전투에서도 포와 기병이 효력을 발휘했다. 라나 상가는 재기를 노리며 도주했으나, 부하에게 독살당하고 말았다.

 

파니파트와 칸와의 두 전투로 바부르의 인도 지배는 확고한 기반을 굳혔다. 페르가나에서 쫓겨나 객지를 전전하길 30, 그는 또다른 객지에서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추운 지방에서 자라고 살았던 바부르는 후텁지근한 인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늘 시원한 카불을 그리워했다. 그는 카불에서 가져온 나무와 식물을 정원에 심었다. 그의 정원에는 중앙아시아에서 자라는 백합과 튤립, 아이리스가 만발했다. 인도에는 아프간에서 먹던 시원한 참외가 없었다. 그는 아그라에 머물렀지만, 그의 향수병은 카불로 향하고 있었다.

바부르는 힌두교도들에게 관대했다. 그는 아들이자 후계자인 후마윤에게 종교적 편견을 갖지 말라고 가르쳤고, 한드교도들의 예배를 방해하지 말고 암소를 죽이지 말라고 했다.

 

아그라에 정착한 것도 잠시, 1929년 바부르는 군대를 이끌고 동부 벵갈로 쳐들어갔다. 그의 군대는 비하르와 벵갈 일대를 복속시키는데 성공했다. 제국을 건설한지 3년만에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펀잡, 갠지스강 유역, 벵갈을 손에 넣었다.

원정에 성공하고 아그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뜻하지 않은 신의 저주를 만났다. 장자 후마윤이 죽을 병에 걸려 사경을 헤멨다. ‘신의 그림자는 알라신에게 애타게 호소했다. 그는 제 아들 대신에 늙은 저를 데려가십시오라고 기도했다. 아버지의 나이는 47, 아들은 22세였다.

그의 기도가 먹혀 들어갔을까. 후마윤은 조금씩 기운을 차리는데, 바부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기쁨이 슬픔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신은 아버지를 데려가고, 아들을 놓아주었다. 15301226일 바부르는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살아난 후마윤(Humayun)은 아버지를 이어 무굴제국 2대 파디샤에 등극했다.

 


<참고한 자료>

Wikipedia, Babur

Wikipedia, Mughal Empire

무굴황제, 이옥순, 2018, 틀을깨는생각

이야기 인도사, 김형준, 2020,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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