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해양탐험가 김한경①…독도 강치 만나다
15세기 해양탐험가 김한경①…독도 강치 만나다
  • 이효웅 해양탐험가
  • 승인 2023.01.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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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의 왕명을 받아 삼봉도(독도) 가는 항로 안내…강치를 사람으로 착각

 

 김한경(金漢京)은 조선 성종(재위 1469~1494) 때에 함경도(당시엔 영안도라 했다) 경성에 살던 어민이다. 성종은 세금을 내지 않고 동해 삼봉도(三峯島)로 도피한 자를 색출하라고 명하고, 김한경에게  바닷길을 안내하라고 했다. 이에 김한경은 삼봉도를 찾아 울릉도와 독도를 탐사하게 된다. 해양탐험가 이효웅씨주1)는  성종실록에서 김한경의 동해 탐사과정을 추적했다. 이효웅씨의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조선 초 무릉도(茂陵島) 북쪽에 이상향인 요도(蓼島)주2)와 삼봉도(三峯島)가 있다고 소문났다. 그래서 바닷가의 어민들은 세금과 군역 등을 피하기 위하여 가족을 데리고 동쪽 바다의 섬으로 숨어들었다. 세종 임금은 동해의 요도를 찾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이후 성종 때는 강원도 해() 중에 삼봉도가 있다.’ 하여 영안도 관찰사 이계손에게 삼봉도에 투왕(投往)한 자는 부세(賦稅)를 피하고 나라를 배반하였으므로주3) 탐문하여 보고하라고 하였다.

 

14386, 남회와 조민을 경차관으로 임명하여 무릉도에서 66명의 울릉도 주민을 쇄출하였는데 우두머리는 김안(金安)이었다.

 

1438(세종20), 형조에서 아뢰기를 김안이 수모(首謀)가 되어서 무릉도로 도망해 들어갔사오니, 율이 마땅히 교형에 처하는 데에 해당하옵고, 그 밖의 종범(從犯)은 모두 경성(鏡城)으로 옮길 것을 청하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주4)

 

무릉도에서 포획한 66명의 우두머리 김안은 교형에 처하고 종범들은 경성으로 옮겼다.

 

(그림 1) 김한경의 삼봉도 표류항로 /이효웅
(그림 1) 김한경의 삼봉도 표류항로 /이효웅

 

김한경(金漢京)은 영안도 경성사람으로 항해와 모험을 즐기는 해양탐험가로 삼봉도를 여러 차례 항해하였다. 삼봉도를 여러 차례 탐험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경성으로 옮긴 무릉도 주민들로부터 무릉도·요도·삼봉도 등의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이후, 김한경은 1470년대에 삼봉도 항해를 네 차례 하였다.

14715, 김한경은 동료 김흥과 함께 둘이서 삼봉도(무릉도)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왔다. 그리고 1472528일에는 박종원 경차관과 함께 4척의 배로 울진에서 무릉도로 갔다. 당시 김한경은 지로사((指路使)로 경차관의 항로를 안내해야 하므로 박종원의 배에 승선하여 무릉도 15(6.8km)까지 갔다가 큰바람을 만나서 간성으로 돌아왔다.주5) 그리고 14755월에는 6명이 말응대진(末應大津)에서 출항하여 무릉도 7, 8리까지 갔으나 표류하여 다른 섬(삼봉도:독도)에 갔다 왔다.

 

147628, 성종은 영안도 관찰사(永安道觀察使) 이극균(李克均)에게 다음과 같이 하서(下書)하였다.

 

지금 종성에 있는 친군위(親軍衛) 노의순(盧義順)이 상언(上言)하기를, “지난해 5월에 경성사람 김한경과 회령(會寧) 사람 임도치(林都致)와 경원(慶源) 사람 임유재(任有才김옥산(金玉山이오을망(李吾乙亡김덕생(金德生)과 더불어 경원지방의 말응대진에 나아가서 배를 타고 3일 동안 가서 삼봉도를 보았는데, 멀리서 바라보니 섬 가운데에 7, 8인이 있었으나, 우리 무리들은 고단하고 약하여 육지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주6)

 

1476622, 영안도 관찰사 이극균에게 다음과 같이 하서하였다.

 

지금 경이 아뢴 것을 보고, 경성의 김한경 등 2인이 신묘년 5월에 삼봉도에 표박(漂泊)하여 섬사람들과 서로 만났었는데, 또 을미년 5월에 한경 등 6인이 이 섬으로 향하였다가 7, 8리쯤 떨어진 곳에서 섬이 멀리 바라보였지만 바람에 막혀 끝내 도달할 수가 없었다.”주7)

 

위의 두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순서가 바뀌어서 혼돈을 주고 있다. , 622일 자 기사는 김한경 일행은 바람 때문에 삼봉도(무릉도)에 입도(入島)를 못하고 표류하였고, 28일 기사는 삼봉도(독도)까지 갔으나 이상한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에 입도를 포기하고 귀향하였다.

김한경 일행 6명의 독도 삼봉도 표류항로를 살펴보면, 경흥 말응대진에서 성인봉을 중심으로 정남항해를 하였다. 봄철에는 남동풍이나 남서풍이 자주 불므로 서풍을 타고 이동하였다가 남풍을 타고 귀향한다.

14755, 김한경의 3차 항해는 동해안에 가끔 나타나는 양간지풍(강한 서풍)주8)을 이용하여 울릉도 성인봉을 보면서 항해하였으나 강한 바람으로 동쪽으로 밀리게 되었다. 울릉도 동쪽 7, 8(조선시대 1450m, 3.4km)주9)까지 사력을 다하여 노를 저어갔으나 표류하고 말았다. 서풍과 해류로 울릉도 동남쪽으로 표류하여 수평선에 세 개의 봉우리로 된 다른 삼봉도를 발견하였다. 울릉도에서 표류하여 동남쪽으로 약 40km 가면, 새로운 섬을 찾게 되고 도착할 때까지 똑같은 모습의 삼봉도(독도)를 보게 된다.주10)

 

 

(사진 1) 멀리서 본 독도 삼봉도 /촬영=이효웅
(사진 1) 멀리서 본 독도 삼봉도 /촬영=이효웅

 

말응대진에서 울릉도까지 약 530km이고 독도까지 620km이다. 그러나 울릉도를 거처 독도에 왔으므로 약 630km를 항해하였다.주11) 동해안에서 울릉도까지 약 150160km이므로 말응대 항로는 4배가 된다. 동해안에서 울릉도를 하루에서 이틀 정도로 항해하는데, 3차 항해는 말응대진에서 강한 서풍을 타고 울릉도를 거처 독도까지 3일 만에 도착하였다. 당시의 항해속도를 추산해 보면, 말응대진에서 출항하여 울릉도로 향하였으나 강한 서풍에 밀려서 표류하였다. 독도 삼봉도까지 약 630km의 거리를 56노트(평속 4.73노트)의 빠른 속력으로 항해하여 3일 만에 도착하였다.

김한경 일행 6명은 독도에 가까이 와서 섬을 살펴보니 섬 가운데에 7, 8인이 있어 우리 무리들은 고단하고 약하여 육지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돌아왔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에 있는 갯바위에 있는 강치를 멀리서 바라본 모습으로 7, 8인이라고 식별할 정도이면 독도 약 100m까지 왔다고 본다. 그러나 무릉도에서 사력을 다하여 노를 저었으므로 지쳐있어서 이상한 사람들이 떼를 지어있으므로 무서워서 상륙을 포기하였다. 독도강치를 처음 보아서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별하지 못하였다. 아마 군인들처럼 무기나 총포가 있었으면 상륙하였겠으나 어민들은 무기가 없고 고단하여 강치들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겁이 났다. 이 섬이 울릉도처럼 큰 섬이었다면, 다른 곳을 찾겠지만 독도는 작은 섬이고 동도의 몽돌밭으로 만 상륙이 가능하므로 포기하고 한 바퀴를 돌아 북쪽으로 귀향하였다. [로 계속]

 

 

 


주1) 해양탐험가, 1인용 해양탐사선 코스모스 호 제작, 2002.7.29. 독도 첫 탐험, 아틀라스뉴스(이효웅 바다탐험 이야기). 연락처 010-6390-7837.

주2) 蓼(여뀌 료())의 뜻은 여뀌(마디풀과 한해살이풀), 괴로움, 분란한 모양. 지식백과에 요도는 많은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알려진 전설 속 상상의 섬이나 삼각주의 유배지 섬을 말한다. 그리고 좁고 작은 땅 모양을 일컫기도 한다.

주3) 『성종실8, 성종 1(1470) 1211.

주4) 『세종실록83, 세종 20(1438) 1125.

주5) 『성종실록21, 성종 3(1472) 812.

주6) 『성종실록64, 성종 7(1476) 28.

주7) 『성종실록, 성종 7(1476) 622.

주8) 양간지풍(襄杆之風); 한반도 주변의 남쪽에 고기압이 북쪽에 저기압이 놓이면 기압골이 발달하고 서풍이 불게 된다. 서풍은 태백산맥의 영향으로 푄 현상을 겪고 빠르고 건조한 바람이 되어 영동 지방으로 불게 된다. 계절적 요인 때문에 봄철에 자주 발생한다. 위키백과

주9) 정연식, 15세기의 요도, 삼봉도와 울릉도, 조선시대사학보92, 80.

주10) 이효웅(2002.7.29.)은 코스모스 호로 독도탐사 시 울릉도와 독도 중간지점에서 독도를 처음 봄.

주11) 말응대진에서 울릉도를 경유하여 독도까지 약 630km/3/24시간=8.75km/1.85=4.73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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