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부 기니만에 있는 베냉공화국(Republic of Benin)은 면적 11만㎢로 우리나라보다 조금 넓고, 인구는 1,147만명(2019년 기준)의 나라다. 이 나라의 뿌리는 다호메이 왕국(Kingdom of Dahomey)이다. 왕국의 역사는 16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호메이 왕국의 군대는 여성전사로 유명하다. 유럽인들은 특히 여성전사들의 광경을 주목하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Dahomey Amazons)에 비유하기도 했다.
다호메이 여성 군단은 1700년경 왕녀 타시 항베(Tassi Hangbe)가 왕의 경호부대로 창설했다고 한다. 그의 오빠인 아가자 왕이 이웃 사비왕국(kingdom of Savi)을 정벌할 때 여성전사들이 큰 공을 세웠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다호메이의 여성전사들은 성스러운 존재로 대우받았다. 이들에겐 상위계층으로 상승하는 기회가 주어졌으며, 부와 권력을 얻을 권리도 부여받았다. 축제일에는 여성전사단이 전투복장으로 모의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베냉 정부가 지난해 7월 최대도시 코토누에 ‘다호메이 아마존’ 동상을 건립했다. 동상의 모델은 다호메이 아마존 군단을 창설한 왕녀 항베이라고 한다. 높이 30m의 동상 제막식에는 파트리스 탈롱 대통령이 참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동상이 북한에서 제작되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베냉은 남북한 동시수교 국가다.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위장회사가 베냉 정부로부터 다호메이 왕조의 여군부대 군인 ‘다호메이 아마존’을 형상화한 동상 건설 수주를 받아 이를 베냉 최대 도시인 코토누에 건립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VOA는 한글로 된 동상의 건축도면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북한의 위장 회사가 ‘청룡국제개발회사’이며, 베냉의 ‘생활환경 및 지속개발성’으로부터 수주를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해 공개했다. 건축 도면은 높이 30m 달하는 동상의 규모와 한쪽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 왼쪽에 창을 든 여군의 모습 등 상세 정보를 담고 있었는데, 완공된 동상의 실제 외형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베냉의 바발롤라 장-미셸 에브레 아빔볼라 관광문화예술부 장관은 동상 제작에 “북한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빔볼라 장관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동상은 “잘 알려지고 신원 확인이 가능한 예술가 줄리앙 신조간이 디자인했다”며. “내가 알기론 그 작업은 중국이 맡았다”고 했다. 그는 “그들(중국 회사)이 코리안 기술자를 사용한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그렇다면 어떤 코리아를 말하는지 나는 모르고 오직 외무장관만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VOA 기자가 아빔볼라 장관에게 최근 입수한 건축도면을 제시하며 “청룡국제개발회사가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위장회사라는 사실을 알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아빔볼라 장관은 인터뷰를 중단하고, 카메라 촬영도 멈추도록 했다고 한다.
베냉의 동상 제작에 북한이 참여했다면,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조항에 위배된다. 안보리는 지난 2016년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이 동상을 수출하지 못하게 했고, 이듬해 추가로 채택한 결의 2371호에서는 만수대창작사의 해외법인인 만수대해외프로젝트그룹(MOP)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또 안보리 결의 2397호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송환이 2019년 12월까지 마무리되도록 했지만 이후에도 북한 직원들이 동상 건립을 관리하고 감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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