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 고분서 금관가야 수로왕 난생설화 그림 발굴
대가야 고분서 금관가야 수로왕 난생설화 그림 발굴
  • 아틀라스
  • 승인 2019.03.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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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에 구지봉 건국신화 새겨진 6종 그림 확인…난생설화, 가야의 보편적 설화인 듯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스님은 고려 11대 문종(1075~1084) 때 쓰여진 가락국기(駕洛國記)를 소개했다.

 

서기 423월 계욕일(禊浴日)에 북쪽 구지(龜旨)[10마리의 거북이 엎드린 모양과 같다고 해서 이름 지은 산봉우리]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가 났다. 200~300명 정도가 이곳에 모이자 사람 말소리가 들렸는데 그 형체를 보이지 않고 소리만 났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명하시길, 이곳에 와서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려온 것이다. 너희들은 모름지기 산봉우리 위에서 흙을 파면서 노래하기를,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라고 하면서 춤을 추어라. 그렇게 하면 곧 대왕을 맞이하게 되어 기뻐 춤을 추게 될 것이다.”

구간들이 그 말처럼 모두 기뻐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얼마 되지 않아 하늘을 우러러 보았더니 자색 줄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땅에 닿았다. 줄의 끝을 찾아보니 붉은 보자기 속에 금상자가 있었고, 상자를 열어 보니 황금알 여섯 개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기뻐하면서 그 알을 향해 수없이 절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보자기에 싸서 안고 아도가의 집으로 가서 탁자 위에 두고는 모두들 흩어졌다.

12일이 지난 그 이튿날 아침,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상자를 열어보니 여섯 개의 알이 어린 아이로 변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뛰어났다.“

 

금관가야의 시조 수로(首露)왕에 관한 신화다.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전하는 가락국(금관가야)의 시조 수로는 알에서 태어났다. 구지봉이라는 봉우리, 거북,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며 춤을 추는 사람들, 하늘에서 금 상자가 내려오는 모습.

이러한 내용이 수로왕 신화가 전해주는 메시지다.

수로왕 난생신화의 내용을 담은 유물이 가야 무덤에서 발견되었다. 유물이 발견된 장소는 금관가야의 본거지인 경남 김해가 아니라, 대가야 근거지인 경북 고령 지산군 고분이다.

 

토제방울에 새겨진 선각그림 6종 /문화재청
토제방울에 새겨진 선각그림 6종 /문화재청

 

 

()대동문화재연구원(원장 조영현)이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5세기 말부터 6세기 초 사이에 조성된 대가야 시대 소형 석곽묘 10기와 석실묘 1기를 발굴했다.

이번 조사에서 5세기 말경 조성된 대가야 소형 석곽묘에서 흙으로 만든 방울 1점이 출토되었다.

지름 5cm 가량의 토제방울에는 남성성기(구지봉), 거북(구지가), 관을 쓴 남자(구간), 춤을 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하늘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금합을 담은 자루 등 6종류의 그림이 독립적으로 새겨져 있다. 방울에 선을 새겨 넣어 그린 그림(선각그림)은 선이 가늘고 깊지 않아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웠고,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확인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각각의 그림은 하나하나가 가락국기에 나오는 건국신화의 내용과 부합되어 대가야 건국신화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동안 문헌에서만 나오던 건국신화의 모습이 유물에 투영되어 발견된 최초의 사례이라고 연구원측은 밝혔다.

방울이 발굴된 석관묘는 길이 165cm, 너비 45cm, 깊이 55cm 정도로, 조성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당시 유물의 부장양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어린아이가 묻힌 것으로 확인된 이 석관묘에는 이외에 소형 토기 6, 쇠 낫 1, 화살촉 3, 곡옥(曲玉) 1점 등과 어린아이의 치아와 두개골 편이 함께 출토되었다. 함께 묻힌 토기나 철기가 대가야 물품인 것으로 보아 생활용품으로 제작된 이 토제방울 역시 대가야의 것으로 추정된다.

 

제5-1호 석곽묘 출토 유물 - 토제방울 /문화재청
제5-1호 석곽묘 출토 유물 - 토제방울 /문화재청

 

 

문제는 가락국기에 나온 구지봉 신화는 경남 김해의 금관가야 전설인데, 이번에 난생설화의 그림을 담은 흙 방울은 경북 고령에 터를 잡았던 대가야의 것이라는 점이다. 대가야에서도 금관가야의 수로왕 신화와 동일한 신화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문화재청은 이번 토제방울에 새겨진 그림을 통해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오는 난생 건국신화가 더 이상 금관가야만의 전유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해했다. 이번 발굴을 계기로로, 알에서 시조가 태어났다는 난생설화(卵生說話)는 가야지역 국가들의 공통적인 건국신화에 담긴 핵심요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토제방울에 새긴 그림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여러 가야의 건국신화를 재조명할 증거자료로서, 우리나라 고대사 특히 가야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고고학 연구자들은 기대했다.

 

제5-1호 석곽묘 출토 유물 - 토기류와 곡옥 /문화재청
제5-1호 석곽묘 출토 유물 - 토기류와 곡옥 /문화재청
제2호 석곽묘와 제44호분 순장곽의 출토유물 비교 /문화재청
제2호 석곽묘와 제44호분 순장곽의 출토유물 비교 /문화재청

 

고령 지산동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신청한 가야고분군의 하나이며, 고령군은 고분군 내 탐방로 조성과 안전관리 등을 위한 무인감시카메라 설치를 계획하면서, 사업에 앞서 지난 2월부터 발굴조사를 실시해왔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5세기 말부터 6세기 초에 조성된 소형 석곽묘 10기와 석실묘 1기가 확인되었다. 그중 낮은 곳에서 확인된 제1호 석실묘의 경우 6세기 초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데, 고령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이른 시기의 횡혈식 무덤이다. 대가야 시대의 묘제는 수혈식(구덩식)에서 횡혈식(굴식)과 횡구식(앞트기식)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변천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매우 큰 학술적 의미를 갖는다.

 

토제방울 선각그림 ① /문화재청
토제방울 선각그림 ① /문화재청
토제방울 선각그림 ② /문화재청
토제방울 선각그림 ②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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