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국민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는 영국의 식민통치 기간에 인도인들을 단합시켜 독립운동을 이끈 주체이며, 독립 후에도 인도의 주요정당으로 활동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뿌리는 1885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놀라운 건 1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이 정치조직이 영국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그 창시자가 앨런 옥타비안 흄(Allan Octavian Hume, 1829~1912)이다.

 

그는 피지배 민족인 인도인의 친구임을 자처했다. 흄은 1883년에 캘커타 대학 동창회에 보낸 서신에서 이렇게 썼다. “모든 민족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부를 갖고 있다. 인도에서 선택된 당신들,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당신들이 이기심을 버리고 자신과 당신 조국의 자유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당신의 친구인 우리는 실패할 것이고 적이 승리할 것이다.”

2년후인 1885년 5월 흄은 인도 총독이었던 더프린 경에게서 인도국민연맹이란 조직을 만들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는 영국 또는 인도에서 교육을 받은 인도 지식인들을 모아 그해 12월 28일 봄베이(지금의 뭄바이)에서 인도국민회의를 발족했다. 발대식에는 인도 전역에서 72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흄이 영국인이라는 점, 영국 총독이 승인했다는 점에서 인도국민회의가 영국의 친위조직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의도로 시작했든지 인도국민회의는 점점 영국의 실체를 이해하게 되었고, 20세기초 마하트마 간디가 독립운동을 지도하면서 본격적인 민족주의 단체로 거듭나게 되었다.

 

 

인도국민회의의 창시자 앨런 흄의 열정은 후대 비판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단했다. 런던에서 태어는 그는 어려서 아버지 조지프 흄(Joseph Hume)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스코틀랜드 의사 출신으로, 런던으로 이사해 하원 의원에 당선되어 정치활동을 했는데, 정치 성향은 급진파였다.

앨런 흄은 20살이 되던 1849년에 인도로 건너가 동인도회사, 나중엔 영국의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의 공직 생활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①1849~1867년 사이에 인도 북부 에타와의 지방공무원 근무, ② 1867~1870년 인도 세관 근무, ③1870~1879년 인도 재정·농무·상업 담당 장관 역임으로 나눠진다.

흄은 인도의 조류학자이자 식물학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인도 전역의 새들에 관해 기록한 잡지(Stray Featurs)를 창간했다. 그는 취재진을 통해 채집을 하고 표본을 얻어 심라에 있는 자신의 집에 많은 조류 표본을 수집했다. 그는 오랫동안 보관해온 원고가 없어지자, 인도의 조류를 집대성하겠다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그간의 수집품을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지금까지 그가 기증한 조류 수집품을 능가하는 기증물이 없다고 한다. 그는 은퇴후 영국으로 돌아가 사우스 런던 식물원을 설립했다.

 

흄의 의식에 큰 변화를 일으킨 계기는 28살이던 1857년에 일어난 세포이항쟁이었다. 그는 에타와의 지방공무원으로서 반란 진압에 나섰지만, 동인도회사의 무능을 목격했다. 그는 인도인으로 비정규군을 조직해 포로로 잡은 반란군을 용서와 관용으로 대했다. 그가 조직한 인도인 650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이탈자가 없었다. 그는 인도인들을 잘 대해주면 충성심을 얻을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반란지도자 가운데 교수형에 처한 사람을 7명으로 극소화했다. 그의 유화정책으로 에타와 지역은 1년만에 평화와 질서를 회복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지방관으로 인도인을 위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힌두어 정기간행물을 발행하고 영아 살해를 반대했다.

세관장을 거쳐 총독부에 근무할 때 그는 식민당국의 경제각료를 8년간 맡았다. 그는 농업 생산량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수확량을 늘리는 재래의 농법을 연구했다. 1876년 신임 총독으로 부임한 리튼 경과는 자주 충돌했다. 그는 경찰과 사법 기능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반대하고 농지세를 낮추려 했는데 그의 정책은 총독의 반대에 부딪쳤다. 흄은 참지 못하고 총독을 공격했고, 총독은 1879년 그를 좌천시켰다. 그는 곧바로 사직하지 않고 3년간 공직생활을 더 했는데, 이는 월급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공직을 떠난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인도인 친화적 운동에 나섰다. 그는 영국인들이 인도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흄은 절망적인 인도인들이 주기적으로 살인, 강도, 약탈 등 범죄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런 행동이 폭동으로 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밸브론을 펼쳤다. 봄베이와 데칸고원에서 농민폭동이 일어났는데, 이런 동요를 완충시킬 인도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의 안전밸브(safety-valve) 이론은 하위층의 불만을 무력으로 진압하기보다는 인도 지식인들을 조직해 통치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안전밸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안전밸브론이 구체화된 것이 인도국민회의다. 그의 친구 리펀(Ripon)이 인도 총독으로 와 이를 수용했으며, 후임 총독인 더프린 백작이 1885년 국민회의 결성을 승인했다.

하지만 인도국민회의는 곧바로 실망했다. 조직이 결성되던 해 국민회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소요되는 전비를 인도에만 맡길게 아니라 영국이 분담할 것을 청원했지만 본국에서 이 청원을 거부해 버렸다. 영국이 인도국민회의에 바라는 것은 폭동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일 뿐, 인도인의 이익 추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초기 인도국민회의는 급진적이거나 반영적 집단은 아니었다. 초대의장인 보네르지(Bonnerjee)는 영국의 인도 통치를 인정하고 그에 충성을 다하려는 인물이었다. 인도인 지도자들은 서구식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었고, 비지식인에 대해서는 배타성을 보였다. 인도인들은 영국인 흄은 서로를 만족시키는 관계였다. 형식은 전국 조직이었으나, 봄베이와 마드라스 출신이 대부분이었고, 회원의 대다수는 상층 카스트의 힌두 입장을 대변했다. 하층 농민이나 불가촉천민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었다.

설립후 20년간 인도국민회의는 매년 3일간 모여 회의하고 해산하는 의례적 조직이었다. 그들은 매우 온건한 성향이었고, 제한적 자치를 요구했다. 그러던 조직이 세기가 바뀌면서 간디라는 지도자를 만나 일대 혁신을 하게 된다.

 

 

일런 흄은 진심이었다. 그는 국민회의 창립 직후인 1886년에 “깨어나라”(Awake)라는 시를 캘커타에서 출판했다.

“인도의 아들들이여, 너희는 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가 /너희들은 데바(힌두의 신)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가 /자리에서 일어서 행동하라 /민족은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다 /

이 땅과 생명, 그리고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다 /카드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 던져지고 있다 /벙어리인가, 말하라, 그들에게 주장하라 /국가는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다 ………”

더프린 총독은 일찌감치 인도국민회의에 실망했다. 그는 인도국민회의를 총독부 산하기관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묵살하고 흄을 비난했다. 그는 여러 서신에서 “바보천치”, “갈등을 부추기는 자”, “사고뭉치”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흄을 비난했다.

흄은 나이도 많아짐데다 국민회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실망하며, 1894년 영국으로 귀국했다. 그는 런던 남부에 정착해 살다가 1912년 7월 31일 8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인도 정부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1973년 그의 얼굴을 담은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그가 조직한 인도국민회의는 독립후 자와할랄 네루에서 만모한 싱에 이르기까지 6명의 총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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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Allan Octavian Hume

Wikipedia, History of the Indian National Congress

Britannica, Allan Octavian Hume

ThePrint, AO Hume, ‘Father’ of Indian National Congress who was distrusted by the British & Indi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