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장개입, 금융·통신업계가 자초한 업보
정부의 시장개입, 금융·통신업계가 자초한 업보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3.02.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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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상대로 사업하며 공공성 상실…소비자 외면, 임직원의 수익 독식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금융·통신업계에 대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를 위한 특단조치를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이 두 업종을 콕 집어 거론한 것은 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은 어려움을 겪는데 금융·통신업계가 영업이익에만 골몰하고 대국민 서비스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특히 은행권은 스스로 화를 자초한 측면이 많다. 수익을 많이 낸 것은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거나 영업을 잘해서라기보다 고금리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그렇게 나온 수익을 임직원에게 명퇴금이나 보너스를 주는데 펑펑 써댄 것이 국민적 눈총을 받았다. 따지고 보면 금융·통신업은 정부의 허가업종이고, 특히 통신업은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활용하는 업종이다.

두 업종은 해외에 나가 외국회사와 치열하게 경쟁을 해서 돈을 번 것도 아니다. 내국인을 상대로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익을 낸 것이다. 이런 회사들에 대해 소비자가 단결해서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그런 시민적 역량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 은행 산업에 과점의 폐해가 크다"며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얘기다. (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

최상목 경제수석의 브리핑에 따르면 대통령은 "은행은 수익이 좋은 시기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국민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며 취약계층 보호에 더 힘쓸 것을 당부했다. 통신업계에 대해선 "필수재로서 통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통신의 품질과 요금, 서비스 개선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며 통신요금 선택권 확대와 통신시장 경쟁 촉진도 지시했다. "통신요금 구간을 세분화해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금융권과 통신업계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외국기업에 시장을 개방하고 신규업체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독과점에 안주하는 풍토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사업에 정부가 왜 끼어드느냐는 지적이 있을수는 있다. 하지만 망할 때는 세금으로 보전받아 회생하고, 잘 나갈 때는 주주와 직원들이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는 불공정하다. 경기가 어려워 모두들 아우성인데 특정 업체가 저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배가 아파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 돈은 어떻게 벌었는지를 돌아보아야 하고, 그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IMF 때 공적자금을 받아 살아난 은행들이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임직원들이 수익을 나눠 먹는 구조는 후진적인 모습이다. 우리 금융경쟁력이 선진국의 업종과 비교했을 때 우월한 것도 아니다. 순전히 예대금리 차이 때문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지난해 12.24%포인트에서 12월엔 2.55%포인트로 벌어졌다. 은행 문제의 개선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시차를 초래하는 금리 산정 체계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은행의 이사회도 각성해야 한다. 경향신문 215일자 사설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뜻밖의 횡재를 거뒀다면 고금리로 고통받는 대출자들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사회 지도층 인사와 명망가들로 구성된 금융지주와 은행 이사회는 돈잔치 결정에 거수기 노릇만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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